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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마약, 더 빨리 깊이 중독”

▲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필여 이사장. 김필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김필여 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 인터뷰…”마약 예방교육,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의료용 마약류’ 위험성 경고…대전에 ‘청소년특화’ 중독재활센터 개소

“한번은 학교에서 교육하는데, 초등학교 6학년생이 ‘마약을 하면 50년 후에 어떻게 되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이렇게 답을 했죠. ‘마약 중독자가 되면 50년 후에 살아있을 확률은 없다’고 말이죠.”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이하 마퇴본부)에서 만난 김필여 마퇴본부 이사장은 10대 청소년에게 필요한 교육은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라며 예방교육 강사로 나섰을 때 경험담을 이렇게 소개했다.

약사 출신인 김 이사장은 청소년에게 마약이 특히 위험한 이유로 이들이 아직 성장기에 있다는 점을 들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아무런 방어 태세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마약을 하게 되면 성인보다 겪게 될 폐해가 커진다고 경고했다.

“청소년들은 성장이 완료된 상태가 아니잖아요. 그만큼 마약에 대한 반응은 빠르지만, 저항력은 약해 중독의 강도가 더 큽니다. 중독이 훨씬 더 빨라지고, 깊어지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가 청소년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한 계기는 2021년 경찰에 적발된 ”고교생 펜타닐 집단 투약·유통’ 사건을 통해서다.

펜타닐은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80배 이상의 중독성을 지닌 합성 마약으로, 말기 암 환자에게 처방하는 마약성 진통제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불법 제조·유통, 오남용 문제로 큰 고민거리가 돼 왔다.

당시 경찰은 병원과 약국 등에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투약하거나 판매한 10대 청소년 50여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일부 병원이 진료가 허술하다는 점을 악용해 ‘허리가 아프다’거나 ‘디스크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라는 식으로 둘러대며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투약·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입건된 학생 중에는 인적이 드문 공원이나 상가 화장실, 심지어 학교 안에서도 투약한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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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필여 이사장. 김필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불법 마약류가 위험한 이유는 그것을 사용하는 이들이 어떤 마약인지도 모르고 투약한다는 겁니다. 오남용의 경우 적정량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사용하게 되고,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조차 없어요. 그러다 소량을 넘어 과량을 투약하면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이죠. 불법 마약류가 이래서 위험한 겁니다.”

김 이사장은 이런 문제를 미연에 막기 위해 예방 교육만한 것이 없다고 했지만, 요즘처럼 마약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 전에는 학교에서 예방 교육이 허술하게 이뤄져 왔다고 지적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마약 예방 교육을 통해 오히려 아이들에게 약물에 관한 호기심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 일을 일부러 알려주는 것이 아닌지 등 부정적인 정서가 적지 않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청소년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다 보니 중독 예방 교육이 음주나 흡연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고 비판했다.

마퇴본부는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데 올해 예방교육과 관련한 예산은 2억여원에 불과하다. 전체 사업 예산 30여억원 중 10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올해는 많은 학교가 너도나도 마약 예방 교육을 신청하면서 관련 예산은 금세 동이 나 버렸다. 이제는 교육을 원하는 학교가 신청을 한 뒤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역전이 됐다고 김 이사장은 전했다.

“마약 예방 교육 수요가 커진 데 반해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 강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요즘처럼 예방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서, 실제 학교에서 교육이 이뤄졌다면, 청소년 마약사범이 이렇게 급증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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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 예방교육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김필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김 이사장은 “마약 예방 교육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면서 초·중·고는 물론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 사이에도 내용이나 방식에 차이를 두고서 예방 교육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학교에서는 예방 교육을 얼마나 실시했는지, 실적 위주로 교육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면서 “학교 강당에 전 학년을 모아두고 교육해달라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게 하면 효과가 없다. 가장 좋은 교육은 한 반씩 모아두고서, 아이들 질문을 받고, 반응을 살펴 가며 교육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퇴본부는 실효성 있는 예방 교육을 확대하는 것 외에도 치료·재활 분야에서도 다양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이달 20일 대전에 중독재활센터를 개소한다. 약 200㎡(60평) 규모로 서울, 부산에 이어 3번째로 설치되는 마퇴본부 산하 중독재활센터다.

대전 센터의 경우 청소년 중독치료에 특화해 간다는 계획이다. 미국 약물 전문 치료센터인 ‘사마리탄 데이톱 빌리지’의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24년에는 중독재활센터를 전국 시도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서울, 부산, 대전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 설치해 중독치유가 필요한 이들이 지역에서 회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가 마퇴본부 설립 31년째로, 이렇게 사회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없어요. 큰 관심에 감사합니다. 지금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응한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수년 내에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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