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이후 최대 규모 본토 공격…英 “러 국경지역 다중위협 직면”
크렘린 “가담자 러시아인이라도 우크라 민병대”…테러사건 수사착수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서부 본토에서 벌어진 교전이 이틀 만인 23일(현지시간) 종료됐다고 러시아가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본토에 대한 침입과 교전이 이틀간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일일 브리핑에서 서부 벨고로드주의 교전과 관련해 “대테러작전 과정에서 공습과 포격, 국경 수비대의 적극적인 작전으로 민족주의 세력을 차단하고 파괴했다”고 밝혔다.
또한 “테러리스트 70여명을 사살하고, 장갑차 4대, 트럭 5대를 파괴했다”며 “잔당들은 우크라이나 영토로 밀려났다”고 덧붙였다.
벨고로드주는 우크라이나 동북부 수미주, 하르키우주와 인접한 러시아 서부 지역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중요 보급 및 지원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전날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우크라이나 사보타주(파괴공작) 그룹이 벨고로드 내 그라이보론 지역에 침투해 군과 국경수비대 등이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벨고로드주는 작전이 진행 중이던 전날 오후 늦게 지역에 대테러작전을 선포하고 주민 대피에 착수했다.
그러나 교전은 갈수록 격화하며 이날까지 이어졌다.
이날 오전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군과 보안대가 전날 공격을 받은 그라이보론 지역 주변에 대한 소탕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대피한 주민들에게는 아직 집으로 돌아와선 안 된다고 전했다.
벨로고드 지역에서 9개 마을 주민들이 대피했으며, 대피 과정에서 노인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고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전했다. 이번 사태로 인한 사상자는 사망자 1명에 부상자 12명으로 늘었다.
무장 세력과의 교전뿐만 아니라 벨고로드를 향한 포격과 드론 공격도 이어졌다.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 마쉬(Mash)는 간밤 벨고로드 지역의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보안대 건물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이번 교전 이후 벨고로드 남부 지역에 우크라이나군의 포격과 박격포 공격이 계속됐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벨고로드를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공격을 벌였다고 주장한 러시아 반체제단체 러시아 자유 군단(Freedom of Russia Legion)은 이날 텔레그램에서 “우리는 해방된 영토에서 새벽을 맞았고,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공격에 동참한 또 다른 반체제단체 러시아 의용군(RVC)은 노획한 장갑차에 있는 러시아군의 ‘Z’ 표식을 자신들의 로고로 덮는 장면을 공개했다.
온라인에서는 포로가 된 러시아 군인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과 사진들이 게시됐다.
사태가 이틀째 이어지던 중 크렘린궁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사태 종료 전에 열린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민병대가 벨고로드 국경 지역에서 여전히 활동 중이다. 우리로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격을 벌인 이들이 러시아인이라는 지적에 대해 “우크라이나 내에도 많은 러시아인이 있다”며 “우리는 이번 사건 가담자 모두가 우크라이나 민병대라고 믿는다. 우리 특수기관이 책임자들의 신원을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테러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대응 작전이 이틀째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여 병력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장갑차가 동원된 것이 확실한 이번 공격이 이번 전쟁 들어 러시아 본토에 대한 최대 규모의 공격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일일 보고에서 “전투기 추락 사건과 철로에 대한 급조폭발물(IED) 공격에 이어 직접적인 빨치산 공격까지 발생하는 등 러시아가 국경 지역에서 갈수록 심각한 다중 안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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