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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획] 성서조선의 김교신- 기독교의 두 가지 선택: 토착인가, 이단인가?

사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encykorea.aks.ac.kr

김교신 선생의 생애와 사상(2)

김교신(1901-1945) 선생은 오늘날 한국과 전 세계가 귀 기울여야 할 한국 기독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교자 중 한 사람이다. 그가 남긴 잡지 <성서조선>을 통해 성경의 진리를 전하고자 했던 김교신 선생은 아쉽게도 무교회주의자로 불리며, 그의 신학과 사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에 그 시대 속에서 김교신 선생이 가졌던 생애와 사상을 재조명해본다. 이 글은 현숙폴리 박사(한국 순교자의 소리 대표)가 그에 관해 쓴 특집 소론(小論)이다. <편집자>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김교신이 글을 쓰던 그 시대, 한국은 일제 식민 치하에서 고통을 받고 있었고, 아직 초기 단계에 지나지 않았던 한국 교회는 자기 정체성과 실천을 놓고 고심 중이었다.

이후 기적 같은 성장기를 거치면서, 교회는 성장을 위한 올바른 선택과 방식을 찾은 듯이 보였다. 하지만 기적의 성장이 지나가고 심지어 쇠퇴를 겪기 시작한 오늘날(이, 2011, 100), 그 당시 우리가 선택했던 것들 중 몇 가지를 재검토하고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알아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김교신의 사상과 직접 관련해 재검토되어야 할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기독교 토착화의 문제이다. 복음이 전파되는 곳곳에서 기독교 신앙은 달리 보여져야 하는가? 만일 그렇다면, 그 차이는 어느 정도이며 어떤 문화적 적용이 유익한지 혹은 어떤 적용이 해롭고 심지어 이단적인지를 우리는 어떻게 결정할 수 있는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선임연구원 김윤성(2004, 2012)은 한국 교회 역사에서 기독교 토착화는 전형적으로 교리보다는 실천을 위주로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져왔고 일반적으로 삶과 선행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보다는 일종의 퇴보로 여겼다고 서술한다.

연세대학교 서정민(2005, 451)에 따르면, 이는 한국 교회사에서 정통성이란 기본적으로 서구 기독교와의 유사성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기부터 서구의 기독교적 실천을 벗어나는 것은 무엇이든 당연히 이단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선교학자들은 토착화를 무조건 퇴보의 징후나 이단적 행동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사실 새로운 문화에서 복음이 제대로 이해되는 데 있어 토착화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우리는 정통성이 토착화를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토착 사상과 실천을 발달시키도록 안내해주고 교회가 역사와 시대를 넘어 중요하다고 동의해 왔던 특정 범위 내에서 그것을 지켜내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영국 기독교 신학자 앤드루 F. 월스(Andrew F. Walls)는 성서 시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선교 발달을 살펴보면서, 기독교를 토착화하는 데 실패했다면 그것은 개종자가 아닌 교인 수만 늘리는 결과이므로 그 자체가 이단이라고 아래와 같이 결론지었다.

후기 교회는 수많은 이단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는데, 그 중 최초의 이단이 가장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유대인화(Judaizing, 갈2:14)의 본질은 우리가 지닌 종교적 문화와 토라와 할례를 도입하라는 강요였다.

신약성경에서 입증된 기독교 개종은 오래된 것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즉, 사도적인 교회도 그런 방법을 채택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는 그것이 바로 전형적인 종교적 개종(등록된 종교만 바꾸는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은 종교적 개종 문제에 관해 유일하게 기록된 주님의 말씀(마 23:15)을 기억했을지도 모른다. 각고의 노력으로 얻은 교인 한 사람이 쉽사리 지옥 자식이 된다는 말씀이다.

개종이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에 새로운 무언가를 첨가하는 것이 아니다. 즉, 기존에 존재하던 것에 일련의 신념과 가치를 보충하거나 정제하는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개종은 훨씬 더 급진적인 것을 요구한다.

개종이란 내용보다는 방향에 관한 것이다.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유산을 비롯한 전인격(全人格)을 그리스도께 향하도록 방향을 돌려 그분께 열어드린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의 방향을 돌리는 일이다(Walls, 2004, 5).

이어 월스는 놀랍게도 복음주의적 기독교인(한국에 복음을 전했던 사람들처럼)이 이와 같은 이단성을 범할 위험성이 가장 높다는 점을 암시한다. 믿음을 얻게 되는 개인적 경험이 기독교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선교사들은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사람들이나 심지어 기독교적 고백이 이전에 전혀 없었던 사회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경험을 보게 되리라 기대했었다(월스, 2004, 2).

다른 말로 설명하자면, 미국인 선교사들은 미국식 개종을 보기 원한다. 어떤 개종이 ‘비(非)미국식(un-American)’으로 보인다면, 그들은 이것이 진짜 기독교가 아니거나 심지어 이단일 수 있다고도 여긴다. 월스는 이것이 바로 성경에 등장하는 상황, 즉 예수님을 따르는 이방인들을 초기 유대 기독교인들이 이해하고 수용하기 힘들어 했던 것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월스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바울의 말투가 갈라디아 교인들에게 훨씬 더 혹독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지 않은가? 고린도 교인들은 개종한 헬라식 생활방식을 정립하려다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갈라디아 교인들은 그럴듯한 이유를 대면서 개종한 헬라식 생활방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월스, 2004, 6)

한국 교회와 그들을 도왔던 초대 미국인 선교사들은 엉망진창이 되더라도(혹은 그것을 수용하면서) 더 훌륭한 토착화를 이루기 위해 기꺼이 더 노력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오직 이러한 방식만으로 한국 사회의 비기독교적인 사고 및 행동 방식이 제대로 도전 받고 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한국 교회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변화들이 사람들의 마음에 더 깊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더 오래 지속되었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한국 교회가 한국 문화에 충분히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꽤 만족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의 기준이 너무 낮은 것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저명한 선교학자 라민 사네(Lamin Sanneh)는 “[초대 기독교 개종자들의 책임은] 다른 누군가의 민족적 관습을 그들의 땅에 뿌리내리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기독교를 편안하게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라고 말한다(Lamin Sanneh, 2007, 9).

한국에 들어온 미국식 기독교는 분명 한국을 변화시켰다. 하지만 초기 한국 기독교인들이 쏟은 귀한 역량과 관심을 한국이 미국화되는데 쏟기보다 한국을 기독교화하는데 집중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월스는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러한 상황은 일반적으로 선교사들이 개종이라는 복잡한 길을 피하기 위해 종교적 개종이라는(등록된 종교만 바꾸는 것) 더 안전한 방법을 선택할 때마다 일어났다고 말한다. “종교적 개종은 분명 새 신자들의 역량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효과는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매우 독실한 기독교인들을 양산해냈는지는 몰라도, 사회에 미친 그들의 영향력과 사고 방식은 미미했을 수 있다.”(월스, 2004,5)

김교신 특집- 제3부 “일본은 왜 한국 교회보다 김교신을 더 두려워했는가”가 이어집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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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숙 폴리 박사/목사 | 전 세계 특히 북한의 핍박받는 성도들을 섬기며 한국 초기 그리스도인의 믿음에 관심을 갖게 됐다. 현재 (사)한국 순교자의 소리 대표로 한국 기독교재정투명성협회 이사, 프라소 한국설립자 겸 회장을 맡고 있다.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 과정(M.div)과 Colorado Christian University 상담학 석사, Regent University 리더십 박사 학위를 이수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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