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김동진 칼럼] 은혜의 제습기

Photo by Anders Mellerup on Unsplash

2주 전, 수요 예배를 앞두고 한 성도님이 교회에 있던 제습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성능이 어떤지, 가격은 어떤지 물어오셨다.

얼마 전 등록하신 분이라 가정심방을 했을 때 집이 좀 눅눅하다 싶어 제습기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터라 적당한 걸 찾아드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제습기 가격이 만만치 않음을 발견하고 카톡으로 구매링크를 보내드리려다 멈췄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는 동안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며 주일말씀을 준비하는 중에 이걸 기도제목으로 삼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바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재정으로 주시든 현물로 주시든 제습기를 흘려보낼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시길 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때마침 주일 말씀의 적용이 ‘기도를 경험한 사람이 기도 시간을 사모한다’는 것이었기에 설교문에 야심차게 ‘제습기 헌물’이라고 적어놓았다. 꼭 기도 응답을 바라는 마음으로.

근데 아쉽게도 주일예배는 아무 일 없이 지나갔고 적용하는 말씀도 다른 예화로 채워졌다. 사실 아쉬워할 것도 없는게 주님께서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적도 없으니 나 혼자 김칫국부터 마신 꼴이었다.

그러면서 마음은 어느새 이 제습기를 어떻게든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져서 잔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지난 주간 있던 외부사역에서 주신 사례를 흘려보낼까 하는 마음도 문득 들어 여차하면 그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은 아내가 아직 사역이 진행 중인데 사역 다 마치고 팀원들과 상의한 후 결정해야 할 것 같다하여 다시 중심을 잡고 이 마음도 접어두었다.

그러던 중 지난 주 화요일, 교회에서 돌아오는 주일 말씀을 준비하고 있는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옛교회 집사님이신데 2년만의 연락이었다. 정말 너무나 반가워서 몇 십분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통화했다. 안부를 묻고 자녀들의 진로를 위해 기도한 한 후 집사님께서 전화를 끊기 전에 한마디를 전하셨다.

“목사님! 제습기 교회로 보냈습니다!”

필요하냐 묻지도 않으시고 이미 보냈다는 것이다. 너무 갑작스레 하신 말씀에 ‘우리 교회에 제습기 있는데…’ 하는 말을 차마 전하지 못한 상황에 집사님은 급히 일을 봐야겠다며 전화를 끊으셨다. 그리고 전화 끊고도 ‘교회 제습기 있는데 어떻게 하지’하며 한동안 내가 한 기도도 의식하지 못하는 멍청한 두뇌가 드디어 반응하기 시작했다.

“아…! 기도제목…!”

전화를 끊고 앉은 자리에서 넘 마음이 흥분되고 감격해서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너무도 절묘하게 주님께서 다 아시고 정하신 때에 보내신 것이다.

나중에 받은 제습기 택배 박스에는 보낸 사람이 집사님 이름이 아닌 백화점에 입점한 회사 이름이 적혀있었다. 말하자면 회사에서 다이렉트로 배송된 셈이다. 주님께서 어찌나 정확히 일하시는지 오직 주님만 드러나셨다.

제습기를 어깨에 얹고 성도님의 집까지 걸어가는데 이걸 옮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기쁘고 행복해서 몇 번을 걸음을 멈추고 감사를 고백했다. 문득 말씀이 생각나서 아내에게 사진과 말씀을 카톡으로 보냈다. 아내는 우리 집에 제습기 산 것 마냥 기뻐했다.

“연회장은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보고도 어디서 났는지 알지 못하되 물 떠온 하인들은 알더라” (요한복음 2:9)

물 떠온 하인들은 안다. 이 모든 과정이 어떻게 되어진 것인지 그리고 누가 이 일을 하셨는지…!

지난 주 이 은혜를 나누는데 나도 울고, 교우들도 울고, 그 성도님도 울었다. 교회 안에 은혜와 사랑이 더 넘치고 있음을 그 시간 함께 있는 모든 이들이 느꼈다. 결국 제습기를 통해 교회를 그분의 영광으로 충만케 하셨다. 주님이 하셨습니다.  [복음기도신문]

김동진 | 일산하나교회 담임. 복음이면 충분한 목회를 소망하고 있다. 기독교 세계관으로 페이스북, 유튜브(목동TV)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 영역의 성경적 가치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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