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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차이나 통신] 한 베트남 할머니의 천국환송잔치(2)

빈소에 차려진 베트남 할머니의 영정사진. 사진: 본지 통신원 제공

라이따이한으로 아버지를 찾던 찌엣 형제는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는 심정으로 맹호부대의 주둔지에서 비슷한 사연을 가진 여인들을 수소문했습니다. 인기 있던 청년 병국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던중, 마침내 병국의 첫사랑 투이 할머니를 찾아냈습니다. 찌엣은 2001년 투이 할머니를 한국 땅에 갈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이미 초로의 중년이 되어버린 병국과 투이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로 34년만에 재회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베트남과 한국에서 두 번의 결혼식을 올리게 됐습니다. 기적 같은 과정을 거친 이 행복한 가정의 이야기는 발없는 말 천리가는 것처럼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34년만에 이뤄진 재회

신데렐라 같이 변신한 투이가 귀부인의 모습으로 베트남 고향을 방문하고, 또 현지의 불쌍한 교회와 성도들의 이야기를 한국에 전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미국과 호주 등에 살고 있는 베트남 교포들이 이들을 통해 도움의 손길을 베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베트남 성도들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한국 교회에서 간증하다 보니 그 가정의 배경을 아는 사람들은 그들을 도와 여러 나라의 베트남 디아스포라들을 도왔습니다.

늦은 나이에 만나 언어 소통이 어려운 병국 선생과 투이 여사를 위해 바나바 선교사는 결혼한 이후까지 연애편지를 번역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또 찌엣은 이들의 심부름꾼을 자처하며, 행동대원으로서 활동하며 베트남과 한국의 크고작은 많은 일을 했습니다. 찌엣은 중년의 나이가 넘어 산전수전을 겪으며,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각종 잡범 사건까지 경찰서에 불려다니면서 돕는 해결사가 되었습니다. 각자 삶은 달랐지만 필요할 때마다 서로 가려운 곳 긁어줄 수 있는 협력자가 된 것입니다.

병국 할아버지도 어느듯 80세를 맞았고, 4년 전에는 갑작스럽게 위암, 간암, 폐암 3기 중병선고도 받았습니다. 몇 달 못산다 할 때에 퇴원해, 집에서 기도와 찬양에 전념하며 무사히 회복되었습니다. 투이 할머니는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며, 수시로 병원 진료다니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연말 12월 27일, 투이 할머니는 일반 검진을 받으러 병원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투이 할머니의 고개가 갑자기 뚝 떨어졌습니다. 운전하던 병국 할아버지가 비상등을 켜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이미 사망한 뒤였습니다. 코로나 환자인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잠시 격리 대기하는 중에 할아버지는 바나바에게 사망소식을 알렸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일시 귀국해 지방에 있던 바나바는 베트남 언어 조력자가 사라져 투이 할머니의 장례식이 쓸쓸하게 진행될 것으로 여겨, 급히 서울의 장례식장으로 달려왔습니다. 바나바는 투이 할머니의 소천 소식을 SNS로 지인들에게 알린 이후, 그녀의 소식은 세계 곳곳 베트남 그리스도인들에게 알려졌습니다.

바나바가 장례식장에 들어서니 베트남 출신의 여전도사님이 이미 도착해 있었고, 페이스북 소식으로 이미 베트남 여러 곳에 할머니의 빈소가 준비되어 있음을 알았습니다. 페이스북 화면과 현장 사진을 부고와 함께 추가로 올렸습니다. 국내의 베트남 교회 사역자들도 방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로 이동이 힘든 연말연시 분위기여서 장례식장에서 가장 작은 방을 예약했는데, 적지 않은 조문객이 몰려왔습니다. 국내의 한국인 베트남인 사역자들이 모여 흩어졌던 정보들을 모으니 성대한 천국환송잔치가 되었습니다.

무명한 자 같은 유명한 자의 장례식

20여 년 전에 한국에 신학생으로 유학왔던 사람들은 박사학위를 가진 담임목회자가 되었고, 한국인의 베트남 교회도 크지는 않으나 나름대로 자리잡은 상태였습니다. 2001년 무렵 1회 베트남인 전국수련회에 참석해 헌신하고 복음 들고 귀국했던 근로자들도 각종 핍박에서 살아나와 공인교회 사역자가 되었습니다. 베트남 현장을 잘 아는 바나바의 연락으로 베트남 시골 구석의 여목회자와 한국에 천국환송잔치에 모인 사람들이 화상 통화를 합니다.

“믕람, 믕람”(아주 기쁘다. 아주 기쁘다)

한 베트남 할머니의 장례를 통해 현장에서 살아남아 교회를 세운 사람들의 반가운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이들은 근로자에서 사역자로 성장한 서로의 모습을 보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훈련시켜 파송한 사람들도 여기저기 여호와 닛시의 깃발을 흔드는 것을 보며, 그동안의 수고와 기도가 헛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기쁨의 순간을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 손길을 내밀었던 바나바 역시 ‘헛된 수고 같았던 시간이 기쁨을 잉태하는 시간’이었음을 확인하며 기뻐했습니다.

코로나로 장례식장은 한산합니다. 그러나 화장장은 복잡합니다. 일반 사망은 오후 4시 반까지만 받고 그 이후 시간에 코로나 사망자를 받기에 화장장은 쉴 틈이 없습니다. 그래서 화장순서 받느라고 4일장을 치루게 되었습니다.

장례식장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녀의 소천에 대해 ‘그런 복이 어찌 다시 있겠느냐’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그의 꿈많던 소녀 시절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으나, 인생을 깨달은 한 청년의 기도에 응답이 있어 기적처럼 34년 전의 추억이 현실로 옮겼습니다.

그들의 행복한 간증은 한국과 베트남 사회를 울렸습니다. 그러다가 몸이 아프기 시작할 때 오랜 고통 없이 숨이 멎었고, 30일 아침에 뼛가루만 흔적으로 남기고 천국으로 떠났습니다. 그녀의 남편도 소천하면 국립묘지 납골당에 같이 있게 되겠지요.

지금 시대는 유언도 하고 이전처럼 시끄럽고 화려한 이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벽제 화장장에서 생면부지의 1964년생, 1974년생 무연고자의 화장도 같은 날 진행되었습니다. 화장 이후 병에 든 하얀 뼛가루를 받아든 가족들의 통곡만 잠시 사진과 함께 있을 뿐입니다. 그들은 곧 자기의 삶으로 돌아갔습니다. 유언이 있는 이별할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아침안개처럼 사라지는 인생들이었습니다.

두려움으로 아쉬움으로 누구는 기억하고 추모해주는 사람도 없이 떠나지만 투이 할머니 주위에는 참석하지 못하여 추모 및 전도 특별예배가 진행되었습니다. 또 눈물 흘리며 보내오는 사진들을 정리하고 번역하느라고 손 쉴 틈 없는 즐거운 천국환송잔치 자리를 만들어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눈에서 사라진 사람의 흔적을 지우고 남은 인생을 살 사람들을 위하여 남은 가족의 옆에 더 있으며 그 유업에 동참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이 땅에서 어떤 삶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빌립보서 1:21-24) 이는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니라 그러나 만일 육신으로 사는 이것이 내 일의 열매일찐대 무엇을 가릴는지 나는 알지 못하노라 내가 그 두 사이에 끼였으니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을 욕망을 가진 이것이 더욱 좋으나 그러나 내가 육신에 거하는 것이 너희를 위하여 더 유익하리라 [복음기도신문]

*이 글에서 생존한 가족을 고려해 등장인물의 이름을 가명으로 처리했습니다. 유가족의 사역과 삶을 응원합니다.

[인도차이나 통신] 한 베트남 할머니의 천국환송잔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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