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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통신] 안전한 유럽을 떠나 다시 난민촌을 찾아온 카렌족 신학생들

▲실로암 신학교 졸업생들. 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졸업생들의 이름을 보는데 특이한 점을 발견하였다. 비슷하게 적어야 할 내용이 다르게 표기되었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 온 3명의 학생의 학생에 관한 것이다. 실로암 신학교 52기 실로암 신학생 졸업생 16명 가운데 3명은 스웨덴에서 온 학생이다. 2021년 3월 28일 4년간의 과정을 마치고 졸업식을 했다. 졸업식 순서지의 한 면에 졸업생 16명의 이름과 신학과정 그리고 그들이 속한 교회와 지방회가 기록되었다. 스웨덴에서 온 3명의 학생들은 그들의 지방을 스웨덴으로 적어야 하는데 한명은 달랐다. 스웨덴이 아니라 시온지방회였다. 앞으로 다른 곳에서 살 것임을 암시하는 글자이다.

애뚜또(Eh Toot Taw), 부루도투(Blut Htoo), 요셉(Didithu)는 스웨덴 국적을 가지고 있는 카렌이다. 스웨덴 정부의 도움을 통하여 난민자격을 취득하고 2006년과 2007년에 스웨덴으로 갔다. 그곳에서 일정기간의 정착과정을 거치고 스웨덴시민권을 취득하였다. 애뚜토와 부르도투는 카렌어로 신학공부를 하기 위해 2017년에 결혼을 하고 치앙마이로 왔다. 요셉도 동일한 비슷한 시기에 같은 실로암 신학교에 온 것이다. 강의와 상담을 통하여 그들의 삶의 여정을 비교적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동일한 과정을 통하여 스웨덴으로 갔고 스웨덴 시민권을 취득하였지만 앞으로의 삶의 자리는 매우 다를 것 같다. 애뚜토와 부르도투는 졸업식 순서지에 있는 교회에 스웨덴의 교회를 적었다. 십자가라는 의미인 Korskyrkan 교회이다. 지방회에는 Sweden이라고 하였다. 스웨덴에는 아직 지방회가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국가를 적은 것이다. 반면 요셉은 코쾌타교회와 시온지방회를 적었다. 애투토와 같이 스웨덴이라고 적어야 정상이다. 그의 국적은 스웨덴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그의 마음이 나타난 것이다. 태국의 카렌마을이 그에게 더 안정적임을 보여준다. 태국에서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스웨덴에 있으면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난민을 지원하는 선진국의 혜택은 그의 과거 난민촌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다. 그가 살아가고 싶은 태국의 카렌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된 선진국이다. 그렇지만 그는 스웨덴보다는 태국 북부에 있는 깊은 카렌마을을 선택하는 것이다. 태국 카렌마을에 있으면 아무런 법적, 제도적 안전장치가 없다. 태국에 체류하는 것을 허락받는 것을 위해서만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요셉의 생애를 돌아보면 이해가 간다. 그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한 삶이 시작되었다. 너무 힘들게 살아가는 어머니는 그를 유산시키려고 몇번 시도하였다. 가족들이 말려서 겨우 태어날 수 있었다. 1992년 태어난 후 친아버지를 본적이 없다. 7살 때 무책임한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집안에 무거운 짐만 남기고 간 아버지의 흔적이 그의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한다. 원망과 서러움이 씻어지 않은 것이다. 새아버지도 가정을 돌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술에 중독된 새아버지로 인하여 그의 가정은 평안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2007년 난민자격으로 스웨덴에 갔다. 그곳에서도 안정적인 삶이 아니었다. 16살 때 간 스웨덴에서의 첫 1년은 밤마다 울었다고 한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걸어온 길은 대부분 위협과 결핍과 불안정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너무나 엄악한 삶을 살아온 어머니의 아픔들이 요셉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 것이다.

2015년 스웨덴에서 시민권을 취득하고 외적으로 안정이 되었다. 그리고 2017년에 태국 치앙마이에 있는 실로암 신학교에 공부를 하기 위해 왔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깊은 공동체를 경험한 것이다. 그리고 2020년 3년동안의 공부를 마치고 코쾌타 교회에서 7개월동안 실습을 하였다. 그곳에서 그는 심리적 안정외에 따뜻한 가정의 사랑을 경험하였다. 그 교회목회자의 집에 머물었는데, 가장 안전한 장소였다. 목회자부부를 부모처럼 사랑하며 존경하였다. 그들을 양부무로 삼은 것이다.

졸업하기 이틀전 3월 26일 저녁식사때 졸업생을 집에 초대하여 식사를 한 후 기도제목을 나누었다. 요셉은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친어머니가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기도부탁을 한다. 그리고 양어머니에 대한 기도제목도 나눈다. 졸업식때 안전하게 오게 해 달라는 것이다. 그의 마음은 스웨덴이 아니라 태국의 깊은 산골에 있는 카렌 마을 코쾌타에 이미 가 있었다. 28일 졸업식을 마치고 바로 양어머니와 교인을 따라 코쾌타로 갔다.

애투토는 요셉과 다른 삶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정 기간 지난 후 코로나가 조용해지면 스웨덴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그곳에서 다시 스웨덴어로 신학을 공부한 후 목회자로 일을 하는 소망이 있다. 유럽에 흩어진 카렌들과 스웨덴인들을 위한 목회이다. 소수부족 카렌인이지만 주위에 있는 스웨덴을 위한 선교적 사역을 하려고 한다.

그의 생애도 요셉처럼 궁핍과 불안정이 연속된 삶이었다. 1997년 7살 때 샤워중에 버마군의 공격으로 도망쳤다. 국경의 밀림에서 5년동안 전전하며 안전장치없이 생존을 위협받았다. 8명의 형제자매 중에 3명이 그 사이 세상을 떠났다. 어린 나이들이었다. 2001년 태국의 카렌난민촌에 들어왔지만 직업도 국가도 자유도 없었다. 2006년 청소년기에 스웨덴으로 갔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국적을 가졌다. 그곳에서 이전에 생각하지 못한 비전을 가지게 되었다. 카렌과 스웨덴인을 위한 선교적 삶이었다.

금요일 저녁 식사 후에 기도제목을 나누면서 디아스포라의 의미를 나누었다. 흩어진 카렌들의 선교적 사명에 관한 것이다. 유럽에서 온 세명의 학생들에게 도전을 준 것이다. 흩어진 사람들이라고 하여 자동적으로 선교적 공동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안정된 사람들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와 장애물들이 있다. 애뚜토와 요셉은 그런 삶을 살아왔다.

사도행전에 나온 선교이야기를 생각하면 놀라운 점을 발견한다. 복음전파의 큰 축이 핍박과 불안정 속에서 진행된 것이다. 안정되고 평안하고 잘 조직된 예루살렘교회는 사마리아로 나가지 못하였다. 베드로는 교인들을 부를 때 ‘흩어진 나그네’라고 불렀다. 그들의 형편이 안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로마에서 추방당한 브리스길라와 아굴라가 고린도에 있었기에 바울의 사역이 확장되었다. 초대교회의 대핍박으로 예루살렘교회가 깨어지고 흩어짐으로 선교가 구체화되었다. 복음이란 때로 불안정과 궁핍과 핍박속에서 확장된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여유가 있고, 안정이 되고, 강한 선교 조직이 있어서 선교한 것은 아니다. 이것이 선교 사역의 신비이다.

애뚜토와 요셉의 삶과 초대교회 성도들의 삶이 오버랩된다. 많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 요셉은 어디서 삶을 보낼까? 태국인가 아니면 스웨덴인가? 애투토는 그의 소망대로 카렌과 스웨덴인을 위한 선교적 삶을 살아갈까? 현재로서는 안개처럼 불확실하다. 초대교회 성도들 이야기속에 답이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이들보다 훨씬 불확실한 날들을 보내야만 했다. 훨씬 열악한 환경을 통과해야 했다. 가련하고 연약한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을 통하여 선교사역은 확장되었다. 그들을 여전히 사랑하시며 동행하시는 예수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가만히 보니 내 안에서도 그 모습이 있다. 내가 선교사가 될만한 자격이 있어서가 선교사가 된 것이 아니다. 연약하고 부족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선교의 길을 가고 있지 않은가? 다른 길은 틀린 길이 아니라 선교의 다양한 길임을 나중에 알게 될 것이다. 선교의 길은 정말 다양하고 신기함을 다시 고백한다. 그것을 지켜 볼 수 있는 이 자리가 참 특별하다. 때로는 안타까움과 안스러움이 깊이 남아 있지만….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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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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