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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실격한 순교자로 고백한 산 순교자의 이야기

안이숙 지음 | 기독교문사 | 366p | 2016

[208호 / 뷰즈인 북스]

지인의 서가(書架)에서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반가운 책을 만났다. 아니, 책이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산 증인의 삶이다. 안이숙. 벌써 이삼십 년 전 일이다. 십대 때 깨알같이 쓰여진 한 권의 책 ‘죽으면 죽으리라’를 읽으며 느꼈던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났다. 그때는 다 못 읽었지만, 이번에는 십여 년 간격으로 출간된 ‘죽으면 죽으리라’, ‘죽으면 살리라’, ‘당신은 죽어요, 그런데 안 죽어요’라는 그분의 책을 중고서점에서 찾아 읽고 또 읽어 내려갔다.

그것은, 단순히 책 몇 권으로 은혜를 받아보자는 마음도 아니었고, 죽음(생명)까지도 걸만큼 주님을 사랑했던 증인들을 보고 싶은 갈망이었다. 무엇보다, 순교의 증인들처럼 주님을 오롯이 사랑하여 일생을 순전히 달려가 마치고 싶은 주님을 향한 간구이기도 했다.

사실, 70년대 이후 세대에게는 어쩌면 낯선 이름과 책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잘 아는 주기철 목사님,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셨던 최권능 목사님, 현대의 엘리야로 불렸던 박관준 장로님과 같은 순교자들과 평양 감옥에서 함께 했던, 그러나 스스로를 실격한 순교자라고 고백했던 산 순교자의 이야기이다.

주기철 목사님과 평양 경찰서 유치장 감방 맞은편에서 1년을 마주하여 지내며, 말할 수 없으니 손가락으로 글을 쓰면서 했던 신앙의 교제와 대화들, 죽도록 맞고도 기적처럼 다시 살아나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며 거침없이 담대하게 복음을 증거 했던 최권능 목사님과 함께 보냈던 일화들, 여학교 교사로서 일제의 신사참배의 명(命) 앞에서 홀로 고개를 숙여 절하지 않았던 일이나 박관준 장로님과 함께 일본 국회의사당에 들어가 ‘유황불로 일본은 망한다’고 외쳤던 일들, 이후 6년의 수감기간 동안, 춥고 더러운 감옥 안에서 세상이 포기했던 천태만상(千態萬象)의 죄인들을 사랑으로 섬기며 끝내는 회심시켰던 일들을 통해 주님을 어떻게 사랑하고 한 영혼을 어떻게 섬기고 사랑해야 되는지를 배웠다.

주님은 그를 순교자로 영광 받으시기보다, 살아있는 순교자로 영광을 받으셨음을 본다. 사형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광복과 함께 꿈에도 생각 못했던 출옥을 하게 된다. 그러나 공산사회주의자들의 위협에 목숨 걸고 평양에서 서울로 내려온 후, 주님의 뜻을 따라 도미(渡美)하여 미국 내 국내선교사로 남편 목사님과 함께 미국 전역을 다녔다. 또, 귀국 후 80년 세계복음화대성회 때 간증자로 나섰다. 주님은 그를 통해 살아있는 믿음을 증거 하게 하셨다.

책을 읽으며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른다. 또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그리스도를 위해 스스로 가난한 자가 되었던 증인들의 모습 앞에서, 선교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십 수 년을 살아왔지만 난 얼마나 여러 면에서 가난해지지 못하고, 내 감정과 처지에 얼마나 연연해하는가. 복음으로 인한 감사와 찬송은커녕, 수시로 불평과 원망이 내 철없는 삶 속에서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 때, 지나고보니 모든 시간, 주님의 은혜였다.

중간에 읽다가 책을 덮고 나서 한참 울고, 또 어디선가는 한참 웃다가 다시 책을 들었다. 모든 내용을 다 기억 할 수는 없지만, 증인의 책 제목과 내용들에 나타나 있듯이, 이것만큼은 꼭 죽을 때까지 기억하고 싶다.

죽음 이후에도 결코 죽지 않는 영원한 삶이 있다

그것은 바로 ‘죽음’이라는 진리다. 순간순간마다 일상과 사역의 현장에서, 또 내 육체와 자신의 한계 상황 앞에서 기억해야 할 진리다. 무병하고 튼튼하고 건강해도 누구나 나를 세상에 보내신 분의 지시를 따라 “오라!”하실 때, 지체 없이 모두 갈 수밖에 없는 죽음!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닌, 죽음 이후에도 결코 죽지 않는 영원한 삶이 있기에, 이 땅에서 주님을 사랑하고 또 맡겨주신 한 영혼을 진정 사랑하며 살게 하시는 은혜, 결코 놓치고 싶지 않다. 놓칠 수 없다. 그것이 진짜다! [복음기도신문]

양동원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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