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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사랑 담아 인도네시아 쓰나미 현장을 가다

▶ 인도네시아 재난구호단

지난 9월 말 규모 7.5의 강진과 쓰나미가 덮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은 현재 수천 명의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당국은 10월 10일 피해 현장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구호단체들에게 즉각 철수 지시를 내렸다. 내년 4월로 다가온 인도네시아의 총·대선을 염두에 두고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국민에게 외국인 구호대의 자국내 활동은 주권 침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중단되지 않았다. 교회에서 재난구호단을 꾸려 단기로 인도네시아에 다녀온 구호단의 6일간 여정을 소개한다. <편집자>

10월 6일 저녁 11시 20분에 마나도 공항에서 빠져나와 숙소에 도착해 자세한 현지 사정을 전해 들었다. 현장에서 의료팀에 소속된 일부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은 공항에 여전히 붙잡혀 있었다. 구호물자가 대부분 의약품인 관계로, 반입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육로로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해 보니 16시간이 걸리는 상황이었다. 현장에서 식사도 직접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선교사님들에게 의약품을 맡기고 우리는 다른 구호품을 들고 가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무엇을 해내는가보다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주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진행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re 194 3 1 main7일, 아침예배를 드리며 시편 16편을 묵상했다. “내가 여호와께 아뢰되 주는 나의 주님이시오니 주 밖에는 나의 복이 없다 하였나이다”(시 16:2) 급박한 상황 속에 있는 다윗의 이 고백이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우선시 되어야 하는지를 말씀해 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점심 무렵 현장에서 좋지 않은 연락이 왔다. 관광비자로는 재난현장인 팔루에 들어갈 수 없다는 공식 발표가 있었다. 현장 상황이 좋지 않아 외국인에게 보이기를 꺼리는 것 같다고 했다. 게다가 계엄령까지 선포된 상황이니 들어가기가 쉽지 않음은 분명해 보였다.

그럼에도 방법을 찾아보면서 우리가 가져간 의약품을 나눠담는 작업을 진행했다. 내일은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 루욱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우리의 섬김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 있으면 도착하게 될 전 세계의 구호팀들이 오기 전까지 이재민들이 버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우리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4명이 한 팀이 되어 이 땅에 왔지만 수천 명의 성도들이 이 땅을 위해 기도하고 있으니 이것보다 더 큰 역할은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세계의 구호팀이 오기 전까지 버팀목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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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이재민들은 열악한 천막촌에서 지내고 있다. 도로가 유실되고 산사태로 가로막혀 아무 도움을 받을 수 없었지만 도로가 정비되어 마을 사람들에게 구호물품을 전달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총 5개 마을에서 일곱 번의 구호품을 전달했다(사진: 김정옥)

8일, 민간항공기로 루욱에 도착했다. 현지팀의 도움으로 구호물품을 구입했다. 그러나 이것을 팔루까지 어떻게 가지고 갈지가 관건이었다. 여러 방법으로 도움을 요청하다 팔루에 있는 한국인과 연락이 닿아 현장의 상황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지만 외진 곳이나 산속 사람들은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팔루에 가길 원한다고 하자 들어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또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곳도 알려주겠다며 우리가 들어오길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관광비자를 가진 외국인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공문이 발표된 상황이라 적잖이 부담이 있었다. 출입국 관리소를 확실히 통과할 수 있는지, 정식으로 구호활동을 할 수 있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충분히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팔루행 항공권을 어렵게 구해 다음날 떠나기로 했다.

9일 오전 10시 20분, 공항으로 가던 중 오전에 팔루에서 5.0의 여진으로 팔루행 항공편이 모두 취소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상황파악을 위해 공항으로 이동했다. 감사하게도 운항취소가 풀렸다는 말을 들었다. 작은 해프닝 같지만 주님께서 우리에게 “내가 너희와 항상 함께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팔루 공항 근처에서 내려다보니 지진과 쓰나미로 폐허가 된 도시의 일부가 보였다. 쓰나미 시작점에서는 3m에 불과했는데, 팔루의 좁은 지형으로 들어오면서 6~7m로 높아져 피해가 더욱 커졌다고 했다.
공항에서 빠져나와 제이슨 선교사를 만났다. 그는 현재 루욱에서 들어오는 구호물품들을 팔루에서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5개의 장소에 보관할 수 있도록 분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제이슨 선교사에게 모든 상황과 진행상황을 전달받고 구호 방법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공항 근처 폐허가 된 지역까지 접근

10일, 우리는 최초 진앙지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러나 오늘 새벽, 팔루 도심에서 29km 떨어진 곳에 3.5의 여진이 발생했다. 크고 작은 여진으로 집이 무너질까 두려워 텐트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들의 안전을 위해 계속 기도가 필요했다.

오전 9시 15분, 팔루 시장에서 10kg 쌀 250개(2.5t)와 라면 200박스를 구입해 5t 차량에 싣고 구호지역으로 출발했다. 우리가 들어갈 마을은 팔루 도심지에서도 약 2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어서, 구호물품이 전달되기 어려운 곳이다. 이곳은 3일 전에는 도로가 유실되고 산사태로 도로가 막혀서 들어갈 수 없었던 곳이었는데, 그제 차량 운행이 가능하도록 도로정비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묵상 중 인도하시는 주님께서 먼저 갈 길을 예비해 놓으셨다는 마음이 일어났다.

구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도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들과 쓰나미로 마을 전체가 통째로 사라져 버린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말문이 막힌다”라는 말이 바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현장은 더욱 참혹했다. 우리가 싣고 가는 작은 구호품이 삶의 터전과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아쉬운 마음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싣고 가는 건 단지 구호품만이 아닌 주님의 사랑임을 잊지 않도록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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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이재민들은 열악한 천막촌에서 지내고 있다. 도로가 유실되고 산사태로 가로막혀 아무 도움을 받을 수 없었지만 도로가 정비되어 마을 사람들에게 구호물품을 전달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총 5개 마을에서 일곱 번의 구호품을 전달했다(사진: 김정옥)

오후 2시,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 마을의 이장을 따라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마을 사람들은 지진과 쓰나미를 피해서 숲과 산으로 들어갔다. 곳곳에 작은 단위의 텐트 또는 천막 마을들이 형성되어 있었고 한눈에 보기에도 매우 열악한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호물품 차량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 이장님의 안내로 정리되었다. 이장님의 도움을 받아 총 5개 마을에서 일곱 번의 구호품이 전달되었다. 모든 구호품을 나눠드리고 철수하려는데 이장님께서 감사하다는 말을 건네왔다. “시에서도 들어오기 힘들어서 오지 않는 곳을 한국 사람들이 여기까지 와서 도와주니 감사합니다”

11일 오전 9시, 우리는 두 팀으로 나눠 각자의 사역지로 출발했다. 1팀은 이번 지진에 피해가 가장 많은 도심 근처로, 2팀은 지진으로 도로가 유실되어 구호물품이 못 들어간 지역이다.

피해지역으로 가까이 갈수록 도로가 유실되어 차가 들어갈 수 없었다. 차에서 내려 갈라지고 내려앉은 도로를 따라 걸어가다 보니 참담한 피해현장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도저히 상상이 안 되어 구글 위성지도 앱으로 확인해보니, 멀쩡한 마을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음을 알 수 있었다.

단순한 구호품 아닌 주님의 사랑을 전달

지반이 4m나 내려앉으면서 위쪽에 있던 토사와 강물이 밀고 들어와 마을 전체를 덮쳤다. 지진으로부터 살아남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인명피해는 얼마나 되는지 집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재민들이 조금이라도 필요한 물건들을 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피해현장에 들어가 물건을 가지고 나오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현재 1차적인 생존에 대한 구호는 끝난 상태이며 2차 구호인 질병에 대한 구호작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도심지 이재민들은 다행히도 구호물품을 공급받을 수 있지만, 외곽지역에는 구호물품이 한 번도 전달되지 못한 지역이 많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도로가 유실되고 복구가 늦어져 차량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에는 헬기로 구호물품을 전달할 수 있는데 군과 민간단체가 구호에 필요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협조하고 있다.

구호에서 소외된 많은 지역과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지역에 더 많은 구호물품을 전달하고 싶었지만, 허락된 시간이 다 되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이곳을 떠나지만 인도네시아를 향한 기도가 계속된다면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어려움을 당한 많은 이재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믿는다. 무슬림으로 가득한 이곳에 주님의 보혈이 덮여 하나님의 나라로 회복되는 역사가 일어나길 기도한다. [복음기도신문]

김정옥 간사(선한목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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