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교회와 교계 지도자, 생명 가치 훼손하는 조력 자살법안 반대
영국 전역의 교회와 기독교 지도자들이 오는 11월 29일 2차 공청회를 앞둔 ‘말기 환자 성인(생애 종료) 법안’ 즉, 조력 자살법에 반대하는 서한에 서명하고 영국의 모든 기독교인들에게도 이에 동참을 호소했다고 에반젤리컬 포커스가 22일 전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법안이 생명의 가치를 훼손하고, 조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자들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기독 지도자들, 법안의 윤리적 문제 우려
기독교 지도자들은 서한에서 법안의 윤리적 문제를 지적하며, “개인의 선택을 최우선시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기로 헌신한 의료진, 후유증을 짊어져야 하는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간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사회적 약자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의료 시스템은 이미 빈곤층, 노인, 소수 민족, 장애인들에게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 이 법안은 이러한 불평등을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서한은 말기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고안된 완화의료(palliative care)의 투자 부족을 언급하며, “완화의학 협회(The Association of Palliative Medicine)와 많은 의사들이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생명을 끝내는 약물을 처방하는 행위에 윤리적, 정서적 부담을 느끼는 의료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환자들이 존엄성과 충분한 지원 속에서 생을 마칠 수 있도록 완화의료를 강화해야 하며, 조력 자살의 선택지를 확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기독교 지도자들은 환자들이 가족이나 간병인들로부터 명시적 또는 암묵적인 압박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들은 “특히, 증가하는 간병 비용은 환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는 가족 구성원이 환자에게 조력 자살을 암묵적으로 권유하는 상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한은 또한 조력 자살을 위한 환자의 판단 능력 평가가 복잡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생존 기간에 대한 예측이 불확실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윤리적 정당성이 의문시된다.”고 밝혔다.
2차 공청회에서 ‘법안 반대’ 촉구
이번 서한에는 영국복음주의연맹(EAUK), 기독교행동연구교육(CARE), 기독교 의학회(Christian Medical Fellowship), 기독교 연구소(Christian Institute), 크리스천컨선(Christian Concern) 등 주요 기독교 단체와 교단 지도자들이 서명했다.
이들은 이 법안으로 이 사회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며, 2차 공청회에서 법안에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촉구했다.
서한은 11월 25일까지 교회 및 기독교 단체 지도자들의 서명을 받을 예정이며, 이후 최종 서한과 서명자 명단이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 10월 ‘말기 환자 성인(생애 종료) 법안’ 초안 발의돼
이 법안은 킴 리드비터(Kim Leadbeater) 노동당 의원이 지난 10월 16일 의회에 처음 상정했다. 법안은 ‘말기 환자가 자신의 생을 끝내기 위한 도움을 요청하고 받을 권리를 허용하며, 이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EAUK의 대변인인 대니 웹스터(Danny Webster)는 법안의 안전장치가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법안은 단지 환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을 촉진할 뿐”이라며 “두 명의 의사가 승인을 거부할 경우, 다른 의사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쉽게 우회할 수 있다. 또한, 법적 승인을 내리는 판사는 의사가 반대한 이유를 검토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웹스터는 이 법안이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 있는 환자에게 진정한 존엄성을 제공하지 못한다면서 “우리는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사랑받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리고, 가족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죽음이 다가오더라도 생명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은 2차 공청회에서 과반수의 찬성표를 얻으면 위원회 단계로 넘어가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검토하게 된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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