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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 칼럼] 헤르만 바빙크를 읽기 위한 다섯 가지 원칙

▲ 현대신학 뼈 부수는 개혁신학자의 일침! | 정통 개혁주의 신학자 3대장 헤르만 바빙크, "믿음의 확신", CH북스 사진 : 유튜브채널 오늘의 신학공부 캡처

2023년에 헤르만 바빙크의 Christianity and Science의 영어 번역본이 출판되고 그의 사상에 관한 문헌이 증가함에 따라 점점 더욱 많은 독자가 그의 신학 그리고 그가 대표하는 신칼빈주의 전통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i] 그러나 Reformes Dogmatics(개혁파 교의학), Christianity and Science, Philosophy of Revelation 등으로 대표되는 바빙크의 책을 읽는다는 건 절대로 만만치 않다.

그의 글은 우아하기 이를 데 없지만, 문제는 그가 배경으로 하는 19세기 및 20세기 유럽 학문이 독자들에게는 전혀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때때로 그는 우리가 더 이상 쓰지 않는 신학 용어를 사용한다. 게다가 바빙크 저술의 방대함은 잠재 독자들을 질리게 하기에 충분하며,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읽기 시작해야 할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게 한다.

그럼에도 모더니즘의 급속한 변화와 성장을 실시간으로 겪은 사람이 바빙크였기에, 그의 저작은 21세기 독자들에게 매우 귀중하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그가 개혁파 정통주의의 입장을 견지하며 보편성(catholicity)을 목표로 모든 작업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는 신학적 반대자들과 벌인 학문 논쟁에도 언제나 정정당당하게 돌입했다. 당시 사상가들의 올바른 부분에 관해서 긍정적으로 인용하는 데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던 바빙크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고작 몇 페이지 지나지 않아서라도 서슴없이 비판을 던지곤 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바빙크는 당시의 상황에 비춰서 자신의 주장을 최대한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러했음에도 오늘날 시각에서 바빙크의 실제 관점이 어디에 들어있는지 파악하는 데에 독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바빙크의 작업은 일반적으로 함께 다뤄지지 않는 특정 미덕을 결합했다는 점에서도 연구할 가치가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1) 성경적으로 철저한 개혁파 정통에 대한 추구와 이 정통이 현대 시대의 문제에 해답이 될 수 있다는 단순한 주장을 넘어서 그 사실을 보여주는 능력. (2) 공정한 시각으로 반대파의 글을 읽고 그들을 비판하는 능력. (3) 주요 문제의 양면을 보고 이를 넘어서 더 큰 통합을 향해 나아가려는 비전. (4) 성경의 권위에 주의를 기울이는 동시에 교회사 전반에 걸쳐 일어난 교리 발전에 대한 공정한 평가.

바빙크 독서가 주는 도전과 더불어서 그를 이해할 때 얻을 수 있는 유익을 고려할 때, 가장 좋은 바빙크 독서 방법은 무엇일까? 일반적인 함정을 피하면서 글을 읽기 위해서 명심해야 할 다섯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맥락을 설정하라

여느 작가와 마찬가지로, 지금 읽겠다고 손에 든 책이 바빙크의 전체 저작물 안에서 차지하는 맥락과 위치가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의 저작물은 크게 다음 두 가지 범주에 속한다. (1) Kampen의 신학대학원 재직 기간과 그 전까지의 저작물(1883-1902)과 (2) 암스테르담 자유대학 시절(1902-21)의 저작물이다. 초기 작품은 주로 다양한 신학 주제에 대한 짧은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개혁파 교의학 초판에서 절정에 달했다.[ii] 그리고 암스테르담에서의 말년은 개혁 신학을 삶의 다양한 영역에 적용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예를 들어, Christian Worldview(1904)는 철학의 세 가지 주요 영역, 즉 형이상학(존재 연구), 인식론(지식 이론), 윤리학(도덕적 삶에 관한 연구)에 대한 신학적 함의에 관한 내용이다.[iii] Christianity and Science는 같은 해에 출판되었는데, 세계관에 관한 소책자의 자매 편이자 또한 기독교 대학을 위한 일종의 선언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은 역사, 자연과학, 종교, 인문학 전반에 대한 기독교 신앙의 유익함을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바빙크는 계시야말로 모든 인간 존재의 “비밀”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는 이런 관점을 1908년 스톤 강연에서 깊이 있게 제시했다. 그리고 그 내용은 나중에 Philosophy of Revelation으로 출판되었다.

바빙크는 이 기간에 끊임없이 성찰을 수정하고 발전시키려고 애썼다. 개혁파 교의학은 확실히 그의 대표작이지만, 1906년에서 1911년 사이에 심리학과 종교과학에 관한 부분이 추가된 2판이 증보판으로 나왔다. 그는 계속해서 자기 생각과 씨름했고, 1921년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비록 열매를 맺지는 못했지만) 본문에 대한 추가 수정과 확장을 계획하고 있었다.

바빙크의 신학적 견해에 대한 간결하고 성숙한 진술을 원하는 독자라면 The Wonderful Works of God(1909)와 Guidebook for Instruction in the Christian Religion(1913)을 포함한 그의 후기 저작을 보는 게 좋다. 이는 각각 평신도와 학생을 위해서 쓰였으며, 여기에는 보다 많은 독자에게 신앙의 깊이를 “전달”하고 싶어 한 바빙크의 열망이 담겨있다. 따라서 이 두 작품은 바빙크의 전체 저작에 입문하려는 새로운 독자에게는 최고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2. 개혁주의 보편성을 준수하라

바빙크는 건설적인 신학 저술에 관해서 의도적으로 개혁주의 보편성 접근 방식을 취한다. 예를 들어, 특정 인물을 인용하는 경우에 한 구절에서는 그의 신학을 끊임없이 비판하다가 다른 구절에 가서는 도리어 건설적으로 활용하는 습관이 바로 그것이다. Wolter Huttinga는 이 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표현하는 경우에, 심지어 자신이 명백히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바빙크는 항상 깊은 공감을 표시하기 때문에 독자는 바빙크가 논의 중인 저자의 의견에 실제로 어느 정도나 동의하는지 궁금할 수 있다. 바빙크를 읽을 때 종종 “이것은 누구의 목소리이지?”라고 궁금할 수 있다. 바빙크가 표현한 형태로만 보면, 가장 명백한 이단조차도 매혹적으로 들릴 수 있다. 바빙크 자신도 이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종종 “거기에도 크고 깊은 진리가 담겨 있다”고 고백한다. 비록 나중에 보면 그게 바빙크 자신의 의견이 아닐 때도 말이다. 바빙크의 지성이 추구하는 종합적 특징으로 인해서, 우리는 사실 무엇이 바빙크 신학이라는 맥락에 속하는지, 또 어떤 것은 아닌지를 분명하게 확인하기가 어렵다.[iv]

독자는 심지어 바빙크가 가장 문제가 많은 작가들에게서조차도 (하나님의 일반은총에 의해서) 항상 선하고 참된 무언가가 있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 내가 에든버러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중에 만난 한 사람은 바빙크를 “탐욕스러운 진공 상태”라고 부르며 그의 글을 읽는 것에 대한 좌절감을 표현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바빙크는 자신이 인용하는 사상가들이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조차도, 그들로부터 최대한 좋은 점만 찾아서 부각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런 점이 바빙크를 일관성 없는 사람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도리어 너그러움을 가지고 다양한 사상가를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에게 개혁적 기독교가 참으로 보편적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혁주의 신학의 특징은 종종 우연한 방식일지라도 시대를 초월한 모든 철학과 가치 속에는 필연적으로 개혁신학과 공명하는 측면이 있음으로 드러난다. 개혁주의 신학은 참으로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Cory Brock은 바빙크가 정통적이면서도 동시에 현대적이라고 주장한다.[v] 예를 들어, 그가 살았던 시기의 “철학 체계”로 눈을 돌려보자. 바빙크는 “칼뱅주의”의 중심 노선이 “칸트의 도덕적 원칙” 속에, 쇼펜하우어의 “비관적 철학” 속에 그리고 실제로 ‘의지의 비결정론’을 부정하는 19세기의 ‘거의 모든 철학 체계’ 속에 스며있다고 주장한다.[vi]

그렇다고 개혁주의 신학이 모더니즘과 결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모든 시대의 철학을 수용하고 전유할 수 있는 칼뱅주의야말로 19세기 철학과 대화하는 데에도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초기 기독교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철학적 시녀로 사용했던 경향에도 불구하고, 바빙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신학에는 특정한 철학이 필요하지 않다. 신학은 어떤 철학 체계에도 반드시 적대적일 이유가 없다. 도리어 선험적으로나 또는 아무런 비판 없이 플라톤이나 칸트의 철학에 우선권을 부여하지도 않는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신학은 자신만의 기준을 따라 움직이며, 그 기준에 따라서 어떤 철학이든 테스트하고, 진실하고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vii]

기독교가 반드시 따라야 할 영속적이거나 자연적인 철학은 없으며, 바로 그런 이유로 기독교는 그 어떤 세상 철학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viii]

그러므로 독자는 바빙크가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출처를 같이 사용하더라도 놀랄 필요가 없다. 그가 특정 사상가를 참고했다고 해서 거기에 완전히 동의했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빙크가 누군가를 특정한 용도로 활용한 게 그 사람에 대한 전적 승인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함으로 우리는 바빙크가 일관성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3. 바빙크의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

바빙크는 일반적으로 (1) 성경적 주석, (2) 교리의 역사적-신학적 발전 추적, 그리고 (3) 해당 교리를 현대에 맞게 신선하고 규범적으로 표현할 것이라는 특별한 삼중 접근 방식으로 주제에 접근한다. 개혁 윤리 조직에 대한 바빙크의 의도적인 설명을 살펴보자.

1. 우리는 성경의 자료를 모아 죄, 중생, 성화, 부모와 자녀의 관계 등에 관해 가르치는 모든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2. 그리고 교회, 특히 개혁 교회가 이런 자료를 다루는 방식을 주의 깊게 조사해야 한다…
3. 마지막으로, 교회의 가르침을 규범적인 방식으로 더욱 발전시키는 동시에 우리 시대에 적용해야 하며, 특히 윤리적 교리를 완성할 방법까지 제시해야 한다.[ix]

이러한 구조는 그의 윤리학과 교의학의 특징일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를 염두에 두면 독자는 나무를 면밀하게 조사하는 중에도 숲을 바라보는 전체적 시각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성경 자료에 대한 조사와 특정한 역사적 사상가 및 운동에 대한 평가가 도움이 되지만, 주어진 주제에 대한 바빙크의 건설적인 진술을 보려면 해당 부분을 반드시 끝까지 읽어야 한다.

바빙크의 이런 독특한 패턴은 책임 있는 신학자라면 단순히 낡은 것을 재현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세대에게는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확신에서 비롯되었다.

예를 들어, 1895년판 개혁파 교의학 서문에서 그는 현재와의 대화를 통해 교의학을 발전시키려는 목표가 개혁주의 보편성의 정의에 함축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고대라는 이유만으로 고대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개혁주의도 아니고 기독교도 아니다. 교의 신학의 저작물은 무엇이 참되고 타당했는지를 단순히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여전히 참되고 타당한지를 기술해야 한다. 그것은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x] 따라서 그는 의도는 교리의 발전과 현대의 맥락을 모두 고려하여 자신만의 견해를 제시하는 것이다.

4. ‘유기적’이라는 개념에 주목하라

앞의 원리에 이어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유기체의 개념을 잡아야 한다. “유기적(organic)”이라는 개념은 유기체가 다양한 부분에 생명을 불어넣는 “중심” 또는 “통합”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관찰에 근거한다(예: 심혈관계는 심장에 의해 통합되어 몸 전체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바빙크는 이 아이디어를 은유적으로 사용하는데, 그건 창조물 속에서 발견하는 수많은 통일성과 다양성을 설명하기 위한 구조화 장치이다. 엄격한 삼위일체론적 관점에 따라 바빙크는 창조가 수많은 영역에서 다양성 내의 통일성(unities-in-diversities)을 보여줌으로써 하나님의 삼위일체 자아를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하나님은 독특한 의미에서 다양성 속의 통일체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신적 존재는 단순하고 따라서 결코 부분들의 합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물은 유비적 복제물이고, 서로 다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양한 통일성으로 연결되어 있다.

바빙크는 우주의 다양한 측면을 계속해서 “유기체”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우주 전체는 다양한 부분으로 구성된 유기체를 형성하고, 하나님의 법칙은 단일 유기체이며, 지식은 과학의 유기체라는 등의 설명이다. 이 유기적 동기는 그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고유한 존재인 인간을 묘사할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하나님이 세 분인 동시에 한 분인 것처럼, 또한 절대적 수준에서 다양성 내의 통일성인 것처럼, 인류도 원자 수준의 개인들이 모인 집합이 아니라 모두를 아우르는 머리 아래에서 만들어진 연합체(a corporate entity)라는 것이다. 바빙크는 다음과 같이 쓴다.

오직 인류만이 하나의 완전한 유기체로서, 하나의 머리 아래에 연합하여 온 땅에 퍼져 있다. 하나님의 진리를 선포하는 선지자로서, 하나님께 헌신하는 제사장으로서, 땅과 모든 피조물을 다스리는 통치자로서 말이다. 실로 그것은 온전히 완성된 형상이요, 하나님의 가장 뚜렷하고 놀라운 형상이다.[xi]

인간을 묘사하는 바빙크의 유기적인 방식은 계시, 성경과 그 영감, 언약, 윤리, 죄의 기생적 성격, 교회 등 신학의 다양한 주제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따라서 그의 글 속에 담긴 유기적 동기를 찾아보라. 바로 그 곳에서 당신은 바빙크의 건설적인 목소리를 찾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5. 전체적 사고를 추구하라

아브라함 카이퍼와 마찬가지로 바빙크는 획일성, 일방성 또는 잘못된 이분법을 사상의 역사에서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오류로 본다.[xii] 획일성은 모든 다양한 창조 현상을 하나의 이념이나 사물로 축소하려는 유혹이다. 예를 들어, 자연주의는 모든 것을 단지 물질적인 것으로 축소하려는 유혹이고, 범신론은 모든 것을 신성한 것으로 축소하려는 유혹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물질적인 것과 신성한 것의 차이를 적절히 구별하기에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포용할 수 있다.

일방성도 심각한 오류이다. 역사주의는 한 시대나 민족 집단을 황금 시대로 특권화하고, 비슷하게 발전된 다른 문화와 지적 삶이 다른 시대와 장소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자유주의는 수평 관계, 이웃사랑과 윤리적 삶을 지나치게 우선시하는 바람에 올바른 종교마저 거부하게 만드는 해악을 끼친다. 또한 종교 광신주의는 이웃과 사회에 대한 사랑을 소홀히 하면서 엄격한 개인적 경건만을 행사한다. 따라서 이러한 일방성은 세 번째 오류, 즉 잘못된 이분법의 발생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경우에 인간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 옵션이 전부이다. 반드시 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기독교는 결코 이분법이 아니다. 대신에 창조 질서가 주는 풍요로움을 정당하게 평가한다.

이 점이 바로 Christianity and Science에서 바빙크가 과학주의나 급진적 경험주의에 대해 제기하는 일종의 비판이다. 간단히 말해서, 과학주의는 인간이 데이터를 분리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파악이 가능한 기계와 같은 존재라고 가정하는 일방성이며 속임수라는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과학자도 사람이고, 그들이 아무리 “사실”에 대해 “중립”을 요구한다고 해도 그들 또한 종종 자신의 개인적인 전제 또는 가정을 몰래 숨기는 경우가 많다. “어디서나 생명은 철학보다 앞선다.”[xiii] 과학자들의 중립성 주장 뒤에는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일방적이고 비현실적인 설명이 깔려 있으며, 그런 식의 일방적인 인류학은 일종의 획일성을 낳기도 한다. 인간의 단지 그들의 관찰 대상인, 감각적 인지 능력을 가진 물질에 불과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경험 데이터만으로는 이런 사실 자체를 증명할 수 없다).

바빙크는 통합의 관점이 부족하거나 “이원론”이라는 등의 이유로 특정 입장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독자들에게 어떤 추론이나 관찰의 패턴을 쉽게 거부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대신 특정 통찰력이 과연 전체적인 기독교 세계관에 통합 가능한지를 검토하라고 촉구한다. 기독교 세계관은 우리를 편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우리의 생각과 삶이 더욱 온전해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실제로 올바른 기독교 세계관은 기독교 지혜를 더 풍성하게 키운다. 우리가 더욱더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접근 방식에서 바빙크의 지향점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그의 논의가 어디로 흘러갈지 훨씬 더 쉽게 예측하고 이해할 것이다.

바빙크를 읽자

바빙크의 작품을 연구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인내심 있고, 여유가 넘치지만 동시에 열정의 독서가로 만들어 줄 것이다. 또한 양극화를 피하고 자신의 신념을 희생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나와 다른 사상을 공정하게 평가하도록 하는, 일종의 원칙에 입각한 유연성을 개발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러한 원칙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최고의 신칼뱅주의 신학자, 바빙크의 책을 읽으려고 할 것이다.

바빙크를 읽는 일은 여전히 어렵지만, 그의 책은 고통을 보상하고도 남을 유익을 선물할 것이다. 톨레 레게(Tolle lege)! [복음기도신문]


[i] 1. Herman Bavinck, “Christianity and Science,” trans. and ed. N. Gray Sutanto, James Eglinton, and Cory Brock (Wheaton, IL: Crossway, 2023); Cory Brock and N. Gray Sutanto, “Neo-Calvinism: A Theological Introduction” (Bellingham, WA: Lexham Press, 2023).

[ii] 2. 초기의 이 논물들은 그 일부가 다음에 들어 있다: Herman Bavinck, “Essays on Religion, Science, and Society,” trans. Harry Boonstra and Gerrit Sheeres, ed. John Bolt (Grand Rapids, MI: Baker Academic, 2013). 이 두 편이 더 중요하다: Herman Bavinck, “The Catholicity of Christianity and the Church,” trans. John Bolt, in “Calvin Theological Journal” 27 (1992): 220–51; and Herman Bavinck, “Common Grace,” trans. Raymond C. Van Leeuwen, in “Calvin Theological Journal” 24, no. 1 (April 1989): 35–65.

[iii] 3. For a further introduction to 바빙크의 “Christian Worldview”에 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다음을 참고하라: “RTS Washington DC: Dr. Gray Sutanto ‘Bavinck’s Christian Worldview,’”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 January 25, 2020, YouTube Video, 2:33, https://www.youtube.com/watch?v=6VZKgOxQTBE&t=153s; and N. Gray Sutanto, “Bavinck’s Christian Worldview, Context, Classical Contours, and Significance,” in “Reformed Faith and Practice” 5 (2020), 28–39.

[iv] 4. Wolter Huttinga, “Participation and Communicability: Herman Bavinck and John Milbank on the Relation Between God and the World” (Amsterdam: Buijten & Schipperheijn Motief, 2014), 78.

[v] 5. Cory Brock, “Orthodox Yet Modern: Herman Bavinck’s Use of Schleiermacher” (Bellingham, WA: Lexham Press, 2020).

[vi] 6. Bavinck, “Future of Calvinism,” in “The Presbyterian and Reformed Review” 17, trans. Geerhardus Vos (1894): 22.

[vii] 7. Bavinck, “Reformed Dogmatics, vol. 1, Prolegomena,” ed. John Bolt, trans. John Vriend (Grand Rapids, MI: Baker Academic), 609.

[viii] 8. 바빙크의 보편성(catholicity)에 관해서는 다음을 참고하라: “Neo-Calvinism: A Theological Introduction,” chap. 3; Cory Brock and N. Gray Sutanto, “Herman Bavinck’s Reformed Eclecticism: On Catholicity, Consciousness, and Theological Epistemology,” in “Scottish Journal of Theology” 70 (2017): 310–32.

[ix] 9. Herman Bavinck, “Reformed Ethics, vol. 1, Created, Fallen, and Converted Humanity,” ed. John Bolt (Grand Rapids, MI: Baker Academic, 2019), 29–30.

[x] 10. Herman Bavinck, “Foreword to the First Edition (volume 1) of the Gereformeerde Dogmatiek,” in “Calvin Theological Journal” 45, trans. John Bolt (2010): 10.

[xi] 11. Bavinck, “Reformed Dogmatics, vol. 2, God and Creation,” 576.

[xii] 12. 특별히 다음을 보라: Abraham Kuyper, “Uniformity: The Curse of Modern Life,” in “Abraham Kuyper: A Centennial Reader,” ed. James Bratt (Grand Rapids, MI: Eerdmans, 2008), 19–44.

[xiii] 13. Bavinck, “Christianity and Science,” 108.

원제 : 5 Principles for Reading Herman Bavinck

그레이 수탄토 N. Gray Sutanto | 그레이 수탄토(PhD, University of Edinburgh)는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Washington, DC)의 조직신학 부교수이다. 지은 책으로는 God and Knowledge (Bloomsbury, 2020), 공저로는 Neo-Calvinism: A Theological Introduction (Lexham, 2023)가 있다. 그리고 바빙크의 Christian Worldview (Crossway, 2019)를 공동 번역했으며, Handbook to Neo-Calvinism (T&T Clark, 2024)을 공동 편집했다. International Presbyterian Church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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