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기독교(8)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닷컴’에서 수년 동안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군림한 책이 바로 『시크릿』이다. 이 책의 저자인 론다 번은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힐 정도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여류 명사다. 이 책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내용은 ‘수 세기 동안 전 세계 1퍼센트의 사람들만 알고 있던 비밀이 있다’, ‘이 비밀은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게 해준다’, ‘행복이든 건강이든 금전이든, 무조건 된다고 믿어라’, ‘끌어당김의 법칙이 있다. 당신은 인간 송신탑이다’, ‘죄책감을 없애라. 오직 좋은 감정만 유지해라’ 등과 같은 것이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이 책이 주장하는 바가 조엘이 말하는 ‘긍정의 힘’이나 그의 부친 존이 전한 ‘믿음의 말’과 실질적으로 다른 것은 없다. 조엘과 존은 세상이 좋아하는 배금사상올 성경의 옷을 입혀서 장식했고, 론다 번은 성경을 장식품으로 사용한 것만 차이가 날 뿐이다.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을 보면, 주인공 잭 스패로우가 가진 신비한 나침반이 있다. 이것은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마법의 나침반이다. 그 나침반을 가진 사람은 당연히 욕망의 노예가 된다. 지금 이 세상은 그러한 나침반을 자처하는 온갖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시크릿』이 바로 그 한 예이지만, 그러한 나침반은 적어도 한 세대 전부터 이 땅에 펴져 있었다. 그것도 기독교의 가면을 쓰고서 말이다. 예를 들면, 『적극적 사고방식』이 바로 그러하다.
노만 빈센트 필이라는 미국 목사가 쓴 이 책은 그 부제가 이미 책의 지향점을 잘 말해주고 있는데, ‘성공을 원하는 당신에게 주는 입신 비결!’이다. 또한 이 책의 제1장 제목은 놀라울 정도로 시크릿과 유사한데, ‘당신이 기대하는 것은 당신의 손에 넣을 수 있다’이다. 자신의 주장에 대해 엄청난 확신이 있었던 필 목사는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살아간다면,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법칙, 심리학 그리고 종교에 의해 같이 인정되고 있는 법칙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된다”라고 독자들을 설득한다.[1] 이 세상의 법칙과 심리학과 종교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바로 적극적 사고방식이라고 강조함으로써 필 목사는 수많은 대중의 관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 대중은 열광했지만 하나님 나라에는 오히려 장애물 역할을 한 이 적극적 사고방식은 일종의 유사 기독교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실이 바로 ‘믿음의 말’, ‘긍정의 힘’, 그리고 ‘시크릿’ 같은 것이다. 적극적 사고방식이 기독교의 유사품이라는 것은 그 책 내용의 일부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 방법을 정말 시험해 보면 당신의 모든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첫째, 신약성서를 읽어보면 신념에 대해 기술한 곳이 몇 개나 되는지 주의해보라. 신념에 관해서 가장 힘 있게 기술된 곳,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곳을 한두 개 골라내라. 그리고는 그것을 발췌하라. 그것을 반복해서, 특히 밤에 잠들기 전에 읽으라. 그 말들은 당신의 의식에서 잠재의식으로 가자앉아, 얼마 후에는 당신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의 유형을 변하게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당신은 신념 있는 사람으로 변하게 되며, 신념 있는 사람이 되면, 다음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당신은 신과 더불어 그야말로 이 세상에서 정말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새로운 힘을 갖게 된다.[2]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새로운 힘! 이것이 바로 필 목사가 지난 반세기 동안 열정을 다해 전파해온 ‘복음’이다. 그의 동료 로버트 슐러 목사 역시 동일한 주장을 했는데, 슐러 목사의 책 『미래를 여는 힘』에는[3]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이치에 맞는 비관론도 있다. “고통과 문제에 전염된 이 세상을 어찌 낙관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래도 내 대답은 똑같다. “나는 낙관론에 중독되었거든요. 긍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나는 기억 저장 창고에 좋은 기억만 꽉꽉 눌러 채워요.(하략)” 우리 삶을 향하신 하나님의 꿈을 이루려면 낙관적 태도가 필수다. (중략) 성공하려면 긍정적 사고와 가능성 사고를 합친 낙관론이 필요하다.[4]
슐러 목사는 성공을 위해서 오직 낙관론적인 삶의 태도만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관심은 온통 ‘성공’이고 그것을 위해 붙잡은 방법론이 바로 ‘철저한 낙관론’이다. 이러한 변질된 복음을 먹고 자란 필 앤 슐러 키즈(Phil & Schuller kids)들이 이제 장성해서 한층 강화된 ‘유사 복음’을 퍼뜨리고 세상은 그들을 차세대 교회 리더들이라고 추켜세우고 있으니, 앞서 말한 조엘 오스틴 목사가 그러하고 또한 릭 워렌 목사가[5] 그러하다.
[1] 노만 빈센트 필, 『적극적 사고방식』, 청목서적, 11쪽
[2] 앞의 책 14쪽
[3] 로버트 슐러, 『Don’t Throw Away Tomorrow』, 두란노
[4] 앞의 책 29쪽
[5] 캘리포니아 소재 새들백교회의 담임목사이자 『목적이 이끄는 삶』의 저자
[복음기도신문]
*이 칼럼은 필자의 저서 <눈먼 기독교>에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발췌, 게재합니다.
박태양 목사 | 중앙대 졸. LG애드에서 5년 근무. 총신신대원(목회학), 풀러신대원(선교학 석사) 졸업. 충현교회 전도사, 사랑의교회 부목사, 개명교회 담임목사로 총 18년간 목회를 했다. 현재는 (사)복음과도시 사무총장으로서 소속 단체인 TGC코리아 대표와 공동체성경읽기 교회연합회 대표로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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