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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손님인 선교사가 주인 노릇을 하면 안된다”

▲ 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사람들은 생소한 표현을 듣게 되면 ‘이게 무슨 뜻이지?’ 라고 머뭇거리며 그 의미를 헤아려 본다. 평소에 이해하는 것과 다른 말이면 더욱 그렇다. 다양한 문화가 혼재된 선교지는 더욱 그렇다. 오늘 실로암 신학교 운영위원회 모임에서 나의 의견은 참석자들에게 생소한 말이었다.

“운영위원님들은 여러분들이 속한 지방회에서 신학교를 위하여 모금하는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나는 신학교 운영을 위한 재정 모금의 책임이 위원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그들에게 생소한 내용일 것이다. 신학교 중 장기 계획을 위한 모임 중에 밝힌 이야기이다.

이날 모임에는 총회 산하 지방회에서 파견된 운영위원회 위원 여덟 분이 참석했다. 지난 4년을 돌아보며 앞으로 4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를 논의했다. 모임을 이끌고 의견을 정리하던 사회자가 눈에 확 다가오는 단어를 적었다.

“실로암 신학교(SBI) 자립” 이는 그냥 나온 단어는 아니었다. 몇 사람이 자립에 관한 의견을 나누었다. 한 위원은 코로나 상황으로 외국 교회의 상황이 안 좋아져서 도움을 받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자립의 당위성을 강조하였다.

“우리보다 가난한 미얀마 카렌 침례총회 산하 모든 신학교는 기본적으로 자립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보다 잘 사는 우리 태국 카렌 교회는 왜 자립을 하지 못합니까? 이제 그들처럼 헌신하여 신학교도 자립해야 합니다.”

미얀마 카렌 교회는 대부분 경제적으로 가난하지만 자립하며 선교사역도 하고 있다. 이런 자세를 우리 태국 카렌 교회도 본받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모임을 진행하던 사회자는 이런 상황들을 잘 파악하여 함축된 의미의 단어를 적은 것이다. 그것이 ‘SBI 자립’이었다. 실로암 신학교의 자립은 그런 배경에서 적었다. 운영위원들이 모여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나눌 때 나의 의견을 분명하게 피력했다.

“여러분들이 지방회 대표로 이곳에 참석한 것은 학교 주인의 대표로 참석한 것입니다. 이 신학교의 주인은 카렌 침례 교회들이며 여러분들은 그들을 대표해서 오셨습니다. 그렇다면 주인으로서 이 신학교가 운영하는데 필요한 것을 모금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들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운영위원들은 각 지방회에서 주로 신학교 출신 졸업생을 선출해 보낸다. 1년에 3번 있는 운영위원회에 참석하여 의견을 듣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1년에 각 교회가 신학교를 위한 쌀이나 그에 준하는 헌금은 확인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속한 지방회 교회를 다니면서 신학교 모금은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이렇게 된 배경이 있다. 시작은 미국 침례교 선교부의 지원 때문이다. 1955년 태국 카렌침례총회가 조직되었을 때 총회운영과 속한 기관의 운영비는 거의 미국침례교에서 지원받았다. 1965년 현재 장소에서 신학교가 다시 시작됐을 때 신학교도 미국교회 재정이 거의 전부였다. 운영위원들의 역할은 회의에 참석하여 의견을 듣고 결정하는 정도였다. 이것이 일종의 전통이 되었다. 현재 태국 카렌족이 경제적으로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위원들의 역할은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태국의 이웃 나라 미얀마의 카렌 교회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총회와 지방회의 모든 기관은 신학교를 포함하여 오래전부터 스스로 자립했다. 신학교 운영과 신학교의 다양한 건축은 일부를 제외하고 교인들이 지원한다. 이것을 위하여 신학교 학장과 교수 그리고 운영 위원들이 신학교를 위한 재정 모금에 책임을 지고 있었다.

만약 태국의 카렌 침례교회들이 미얀마 파안(Hpa An) 지방회의 교회처럼 헌금한다면 외국이나 선교사들에게 헌금을 요청할 필요가 거의 없다. 미얀마 카렌 교회는 총회나 지방회의 사역과 건축을 위한 교인들의 책임은 당연한 것으로 이해한다. 가난한 미얀마의 카렌족이 훨씬 더 헌신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태국의 카렌 교회는 지역교회와 지방회의 사역은 대부분 스스로 한다. 그런데 총회 관련 사역은 의존적이다. 총회가 조직되면서 총회운영과 총회 기관, 그리고 신학교 운영은 선교부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의 의견을 듣고 난 뒤 빠이 지방회에서 온 한 운영위원은 현지 목회자들이 한국 선교사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돌려 말한다.

“한국 선교사들은 돈이 많습니다.” 그가 한국 선교사에게 돈을 요청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 교회는 경상비와 건축은 물론이고 몽족을 위한 선교도 외부에 요청한 적이 없다. 많은 교회가 한국 선교사에게 교회건축을 요청하는 것을 보면서 한 이야기이다. 뼈가 있는 농담이다. 내심 그는 스스로 자립해야 함을 반어적인 표현으로 한 것이다.

치앙마이 지방회에서 온 또다른 운영위원이 이야기한다.

“신학교 교직원 사택 건축을 위하여 외부에 요청하기 전에 우리 먼저 헌신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힘을 모으면 건축할 수 있습니다.”

참 성숙한 자세이다. 물론 모두가 그와 같은 의견을 가진 것은 아니다. 외국 선교사에게 요청하자는 의견도 있다. 미얀마 카렌 교회와 반대되는 모습이다.

여러 질문들이 떠오른다. 앞으로 4년 뒤에 이 신학교는 어떻게 될까? 주인인 태국 카렌 교회들은 신학교 운영을 위하여 얼마나 감당할까? 신학교와 관련된 선교사들은 신학교가 자립하는데 어떤 역할을 할까?

선교사의 역할을 생각한다. 선교사는 손님이고 임시적이다. 주인이 주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줄여야 한다. 임시적인 선교사가 주인 역할을 하면 안된다. 물론 신학교의 교수진 양성과 발전을 위하여 외부 지원은 필요하다. 동시에 그들 안에 있는 자원들을 통하여 먼저 스스로 헌신해야 한다.

미국 침례교회가 약해지고 선교사 파송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새로운 선교사들이 등장하였다. 이 가운데 한국 선교사도 포함된다. 그들은 카렌 침례교회를 위하여 어떤 역할을 할까? 의존적인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다.

한가지 작은 바람이 있다. 4년 뒤에 신학교 운영위원들이 모금에 관한 그들의 책임에 대하여 더 이상 생소하지 않게 여기는 것이다. 이미 미얀마 카렌 교회가 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하고 있는 일이다. 굳이 한국교회를 배우라고 할 필요도 없다. 그들의 헌신은 한국 교회가 오히려 배워야 할 정도이다.

동일한 시간에 나타난 태국과 미얀마 카렌 교회의 대조적인 모습은 선교사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깊게 생각하게 한다. 소위 ‘선교 현장’에 이미 훌륭하고 성숙한 교회들이 있다. 그들의 헌신과 희생의 모습이 선교지의 교회에 더욱 적합한 모델이라는 점이다. 선교사가 할 일은 나누고 가르치기 전에 먼저 그들을 배워야 한다. 약화되어가는 한국 교회의 상황은 이것을 더욱 확신하게 된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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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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