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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아픔, 충돌, 질병의 현장을 지킨 사람

▲ 현장을 촬영하고 있는 에드워드 윈. 사진: 오영철 제공.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 내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다. 그리고 그 원인이 궁금해진다. 에드워드 윈(Edward Win)은 2021년 세계 3대 언론상 중 하나인 로리 펙(Rory Peck) 상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다. 이것은 그가 세계적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의 상황을 보면 그런 일을 이루어 낼 수 없는 조건들이 겹겹이 있다. 그래서 그가 존경스럽다.

그의 배경을 보면 그가 ‘평범한 저널리스트’가 된다는 것 조차도 거의 불가능한 조건이다. 그는 미얀마의 시골에 있는 카렌 마을에서 가난한 삶을 살았다. 그의 고향은 지금도 전기가 없다. 밤에 촛불을 켜고 공부할 때 촛불에 머리카락을 태운 적이 여러 번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매일 소를 돌보아야 했다. 그는 2004년 쇄지(Shwe Gyi)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이 최종 학력이다. 우기에는 학교까지 2시간을 걸어가야 했다. 왕복에 하루 4시간이 걸렸다. 신문이나 언론 관련 학과를 다녀 본 적도 없다. 심지어 대학교에 입학해 본 적도 없다. 언론과 관련할 수 없는 환경이다.

2005년 고향을 떠나 활동한 영역도 언론과 관련이 없었다. 1년 동안 ‘YFC(Youth for Christ)’에서 전도를 위한 음악 팀에서 활동했다. 2006년부터 2년 동안은 매라 카렌 난민캠프에서 농업을 공부했다. 언론과 관련된 공부나 활동은 전무했다. 처음으로 카메라를 잡아 본 것은 2008년이다. 단순한 디지털 카메라였다.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가지고 촬영하고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이다. 미얀마 내에 있는 억압받는 소수부족 현장을 방문하여 촬영하고 보도하는 일을 6년 동안 하였다. 이후에 프로젝트 비디오(Project Video) 라는 선교 단체에서 일을 한 것이 전부이다. 실제적인 저널리스트는 회사에 속한 것도 아닌 프리랜서 자격으로 경험을 쌓았다. 그의 경력이나 이력은 너무나 평범하여 아마추어와 같은 느낌마저 준다.

이런 배경은 어떻게 그가 세계적인 언론 재단에서 주목하였는지 궁금하였다. 그 원인을 묻는 나의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였다.
“저는 현장에서 경험하고 훈련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켰습니다.”
현장에서 실무와 훈련을 통한 실력의 향상은 누구나 알고 있는 방식이다. 뭔가 특별한 대답을 기대하였던 나는 잠시 멍해진다. 그러면서 그의 대답 속에 매우 중요한 교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현장’이다. 현장은 그로 하여금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정상급의 저널리스트로 만들었다. 그것도 10년 정도의 비교적 짧은 시간을 통해서이다.

BBC 방송에서 그에게 인터뷰한 질문을 보면 ‘현장’의 중요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었던 그에게 세계적인 BBC 방송은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여섯 가지 질문을 주었다.

1) Why did you decide to make this film? (왜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결심하셨나요?
2) Why are civilians joining the training camps in Kachin? (왜 민간인들이 까친군의 훈련 캠프에 참가하나요?)
3) What were the challenges in documenting everything? How dangerous was the situation? (모든 것을 기록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얼마나 위험한 상황이었나요?)
4) Describe what you came across after you visited the site of the air strikes. (공습 현장을 방문한 후 무엇을 발견했는지 설명해주세요)
5) You must have seen some dreadful scenes, how did you stay focussed and carry on documenting what you saw? (끔찍한 장면들을 많이 보셨을 텐데, 어떻게 집중해서 보신 내용을 기록하셨나요?)
6) What do you hope for regarding the future of Myanmar? (미얀마의 미래에 대해 어떤 희망을 가지고 있나요?)

BBC 방송에서 해온 모든 질문들의 공통점은 ‘현장’이다. 기술적인 면에서 이론적인 면에서 그보다 뛰어난 저널리스트는 얼마든지 있다. 학력과 경험적인 면에서 훨씬 탁월한 저널리스트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에게 다른 이들에게 없는 ‘현장’이 있다. 그는 그 현장을 참여적 관찰자 자세로 함께 하였다. 그의 현장은 상아탑이나 에어컨이나 난방 시설이 있는 연구소가 아니었다. 그 현장은 전투, 충돌, 피난, 결핍, 질병, 절망, 분노와 원한 등등이 상존하였다. BBC 방송은 그의 다큐멘터리에서 그것을 보고 질문한 것이다.

선교사는 선교지가 현장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실제 현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며칠 전에 6년을 사역한 한 젊은 선교사가 뼈 있는 표현을 한다.
“선교사들이 주말에는 현지 교회에서 사역을 하는 것 같은데 주 중에서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20년 정도 태국에 있는 선교사도 비슷한 질문을 한다.
“이곳에 있는 선교사들은 평일에 현지인들과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평소에는 현지인들과 거리가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하는 질문들이다. 선교 실무와 훈련은 결국 현장에 있는 현지인들과의 접촉과 활동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선교사들이 그들의 현장에서 열심히 섬기고 있다. 그리고 사역의 성격에 따라서 한인들 중심의 사역도 있고 사무실에서 근무해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만약 주말에만 현지인들을 만나고 평일에는 현지인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현장에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선교지에 있지만 단기팀이 올 때나 손님이 올 때에 주로 현지인들과 있다면 현장에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에드워드 윈(Edward Win)은 평범한 저널리스트로서도 어려운 사람이다. 그의 경력, 학력, 배경, 경험은 미천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세계적인 언론 재단은 그를 주목하였다. 세계적인 BBC 방송은 그와 인터뷰를 요청하였다. 원인은 매우 간단하고 단순하다. 그는 남들과 다른 ‘현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다른 저널리스트들은 갈 수 없고 가기 원치 않는 ‘현장’이다. 그는 그 현장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충돌과 질병과 분리되지 않고 함께 하였다. 그리고 저널리스트로서 그 현장을 촬영하였고 기록하였고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에드워드 윈의 ‘현장’은 나로 하여금 나의 ‘선교 현장’이 어디인가를 질문하게 한다. 선교사인 나의 현장은 어디인가? 내가 선교지 국가에 있다고 해서 ‘선교 현장’에 자동적으로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저널리스트로서 현장의 중요성을 보여준 에드워드 윈은 나의 거울이다. 더군다나 어떤 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민족들의 아픈 현실을 알리고자 하는 그 자세는 나를 더욱 돌아보게 한다. 생명 위협이 실제가 되고 있는 현장에서의 그의 헌신은 어쩌면 모든 선교사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선교사들은 지금 ‘선교 현장’에 있는가? 현장에서 헌신한 그가 더욱 존경스럽게 느껴지는 날이다. [복음기도신문]

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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