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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T 칼럼] 생활 적폐인가 행정 적폐인가?

ⓒ unsplash

국민 감찰. 한 지인의 SNS 게시물에 낯설지만 그리 반갑지 않은 어감의 단어가 보인다. 읽어 내려가면서 한 사건이 떠올랐다.

지난해 한 지방자차단체를 통해 행정업무를 의뢰한 이후, 경험한 일이다. 시간은 다소 길게 걸렸지만, 그 일 이후 해당기관을 통해 몇 차례 전화를 받았다.

먼저, 해당기관의 민원서비스 처리실태를 점검하는 부서에서 걸려온 만족도 조사였다. 한번은 자동응답, 또 한번은 사람이 직접 건 전화였다. “불편한 것 없었나요?” 좋다고 했다. 해당 공무원이 실수하면서 불편한 사실도 있었지만 누구나 실수를 한다. 나 역시 실수투성이 사람인데, 그 정도 실수했다고 인사고과에 오점을 남기게 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이번에는 서비스 품질을 조사한다는 민간회사라고 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이번에는 응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미 충분히 그 사안에 대해 피드백을 했으니 그만하면 됐다고 답했다. 전화를 받으며, 하나의 민원 업무에 대해 이처럼 몇 차례나 걸쳐 감찰 수준의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생각할수록 유쾌하지는 않았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평가인가? 정말로 억울하고 불편했다면 민원인이 그대로 참고 넘어가겠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정말로 다양하고 많다. 그런데 업무 만족도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민간회사에 이런 용역 업무를 맡긴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할까?

국민 감찰 제도와 관련한 지인의 게시물은 지나간 기억을 반추시켰다. 이번 정부기관의 국민 공모는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생활적폐를 감시하기 위한 감찰 주제를 공모한다는 내용이다. 이 제도는 올초 국민의 생활적폐를 신고하여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한다. 지인은 그러나 이 광고를 보는 순간 북한의 5호 담당제도를 보는 듯하다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주님을 서로 신뢰할 수 없는 대상으로 만들고 생활전반을 간섭, 감시, 통제하는 북한의 5호 담당제의 한국판을 보는 듯하다는 의견이었다.

사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국민 감시와 신고체제가 곳곳에서 작동되고 있다. 차량 운행과 관련, ‘카파라치’를 만들어 차량을 운행하는 국민의 일상이 국민들에 의해 감시, 점검받고 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식당은 신고자가 무서워서라도 정부의 안전거리 지침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손님들이 사진을 찍어 바로 고발당하기 때문이라고 식당 주인의 하소연을 듣곤 한다. 그 외에도 사회 곳곳에서 이미 다양하게 국민의 신고정신이 작동되고 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감춰진 생활 전반의 안전적폐에 대해 신고를 받겠다고 한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같은 감시 감찰이 우리 삶에 스며들어 왔을까 안타까울 지경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노블레스 오블리주(귀족은 의무를 갖는다)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 같다. 봉건제에서는 귀족이겠지만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는 당연한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 같은 희생정신을 보이는 모습이 보기 힘들어진 것이다. 오히려 고생하고 고난을 겪은 사람들이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자신의 것으로 이웃을 섬기는 모습은 비일비재하게 알려지고 있다.

세상은 가지고 누리는 자들의 희생과 봉사를 보고 싶어하며, 그러한 모습에서 감동하며 그들의 권위를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희생정신은 지금 그런 계층의 사람들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운 덕목들이다. 정의, 공정을 외치면서 자신은 전혀 그와 무관하게 살아가는듯 하다. 이른바 가지고 누리고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위선이 적폐로 만들어지는 것을 시민들은 똑똑히 눈과 귀에 통해 보고 들으며 마음에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토건비리 청산을 외치던 사람이 천문학적인 금액의 로비자금과 뒷거래가 횡행하도록 업무를 처리했다고 한다. 그런 부실 행정과 악취나는 부패에도 불구,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으며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그 원인과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있다. 또 한국 실정에 적합지 않다는 태양광 시설을 설치한다고 수십년간 가꿔온 한반도 수려강산을 벌집 마냥 들쑤셔놓고, 곳곳에서 산사태와 수재가 나도록 헛다리 행정을 펼쳐도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전 세계가 한국의 저력을 인정하며 함께 해외시장을 개척하자는 러브콜을 받아온 원자력 산업을 원전폐쇄라는 ‘정치적 논리’로 황폐화시켜 전력수급 불균형과 전기요금 인상의 근거를 만들었음에도 불구,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런 행정 적폐, 정치 적폐가 어디 하나 둘인가?

서울에서 직원 한 두명을 고용해 식당업을 하고 있는 한 지인의 부모는 코로나시대를 맞아 급격한 매출감소로 종업원을 해고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종업원은 부당하게 강제 퇴직당했다며 자신의 고용주를 고발했다. 함께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동고동락하며 누구보다 업소의 어려운 상황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 사업주를 고발한 것이다. 그렇게 고발하면 몇달치 월급을 더 챙겨갈 수 있다고 한다.

국민이 국민을 적폐 대상으로 삼도록 서로 고발하고 고발받는 시대를 만들어버린 이 적폐는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가. 

국가 행정 책임자들은 강한 법률과 감시 제도가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 미안하지만, 또 다른 감시는 또 다른 탈출구를 찾게 마련이다. 정말로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자발적으로 세상을 섬기는 모습이다.

성경은 말씀하고 있다. 말세에 사랑이 식어지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이미 이천년전 바울 사도를 통해 주님은 말씀해주셨다.

모세가, 느헤미야가, 다니엘이 조상들의 죄를 대신 회개하듯, 예수님이 그들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아버지께 기도하셨듯이 그 말씀에 순종한다. 부패하고 존재적 죄인인 나는 이 모든 죄악을 나의 죄로 알고 회개한다. 이 미혹의 시대에 십자가에서 죽음으로 우리 죄값을 치르신 그 십자가 사랑을 깨닫는 은혜가 있게 하소서! [복음기도신문]

C.K.

UTT(Understanding The Times)는 믿음의 사람들에게 ‘시세를 알아야 한다’는 역대상 12:32 말씀에 근거, 뉴스의 성경적 해석을 위해 본지가 운영하는 연구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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