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충격과 도전, 노숙자들에게 복음과 떡을 함께 떼며
2011년 12월 26일 월요일. ‘래디컬’이란 책을 통해 ‘가난한 자들을 향해 그리스도인의 베풂이 삶 가운데 없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12월 31일 서울역에 있는 어려운 분들을 찾아가 간단한 영양간식이라도 나누자는 제안을 교회 청년부 지체들에게 나눴습니다.
말을 내뱉고 난 이후,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심도 됐지만 기도하면서 기다린 결과 한 형제가 함께 하겠다고 말했고, 그렇게 그리스도의 정예군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믿음으로 아멘은 했지만 정확한 대상과 방법을 정하지 못해, 며칠 더 기도해 보자고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지난밤 제안이 왠지 무리였다는 생각이 들어 낙심된 마음이 들었는데 복음기도신문을 통해 다시 위로와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성령은 계획에 기름을 붓지 않고, 사람들에게 그것도 기도의 사람에게 기름을 부으신다”는 E.M. 바운즈의 글을 보며 감사와 기쁨의 기도를 드리게 되었고, 다시 아멘하며 믿음의 발판삼아 나아갔습니다.
28일 수요일 아침. 주님께서 막 2:16-17 말씀을 통해 죄인 및 세리들과 식사를 하시는 장면을 묵상하게 하셨습니다. 복음을 외치고 그들을 정죄하고 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식사를 하며 관계를 맺으셨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그 때 오늘 있을 회의를 위해 서울역에 한번 답사를 가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기도하는 가운데 주님은 저의 마음을 더욱 붙들어 주셨습니다. ‘다음이 서울역’이라는 안내방송이 들리고, 서울역에 내리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떨리면서도 마음에 흥분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광야 같은 서울역 광장에 막상 들어서니 ‘에이,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라는 생각과 도망치고 싶은 두려움과 이것을 합리화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아침에 묵상하게 하신 ‘식사’ 장면을 떠오르게 하셨고, 그때 한 노숙자를 만나게 하셨습니다. “식사 하셨나요? 짜장면 한 그릇 대접해도 될까요?”라는 말을 불쑥 꺼냈습니다.
3일간 굶었고 몸이 아프다던 그 분은 다른 일행을 불러도 괞찮은지 물으셨습니다. 그렇게 그분과 대화를 하고 있을 때쯤 주님은 수중에 있던 금액 10만원이 딱 떨어질 수 있도록 20명을 모아주셨습니다.
식사를 위해 제가 대표기도를 했는데 모두가 ‘아멘’을 하는 것을 보며 기뻤습니다. 꽃동네에서 2년 동안 교회를 다니셨다는 분, 옆에서 수줍은 듯 끄덕끄덕하며 미소 짓던 아저씨, 또 그 자리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 아저씨 등.
하나님께서 먹을 것을 채워 주셨다는 것을 증거 하게 하신 사건이었습니다. 마침내 12월 31일 토요일. 정한 날이 되었고, 교회 본당에 모인 우리들은 오후 5시에 전도사님의 말씀증거와 합심기도를 했습니다.
여태껏 노숙자들은 게으르고 도저히 변할 수 없다는 나의 편견들을 주님이 허무셨고,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그들을 사랑할 수 있게, 또 주님께서 끝까지 일해주시도록 간구케 하셨습니다. 식사는 어떻게 대접할지 계획이 없었는데 한솥 도시락 아주머니를 만나게 하셨고, 장로님이 후원해 주신 15만원으로 도시락 40개와 커피를 준비했습니다.
마침내 한 해가 마감되는 31일 밤, 서울역에 도착했습니다. 주위는 어두웠지만 우리의 마음은 부풀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예비하신 주님만 의지하며 노숙자들을 찾아 나섰으나 쉽게 만날 순 없었습니다.
계획을 바꾸어 먼저 사람들에게 커피 나눠드리는 일부터 시작했고, 그러는 동안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지나가던 어떤 분은 성경이 없어 기억은 나지 않지만 늘 성경 중 21장이 기억에 남는다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 대화에 주님이 감동을 주셨고, 성경을 사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때 쯤 주님의 은혜로 지난번 만났던 노숙자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들은 이곳에서 도시락을 나눠주면 수백명이 달려들어 싸움이 날 수도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우린 광장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도시락을 나눠드렸습니다. 모든 도시락을 배달하고도 모자라 라면을 구입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편의점 아주머니의 격려가 참 힘이 되었습니다.
라면도 다 떨어졌을 때 멀쩡한 외모의 키 큰 한 분이 우리를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라면을 사드리며 잠시 얘기를 들어보니 최근 3일전 갑자기 노숙생활을 하시게 됐다는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라면 하나가 이렇게 귀한지 몰랐다며 교회에 꼭 한번 나가겠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습니다. 청년들은 곧바로 흩어져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도사님은 게임 중독으로 노숙생활을 시작한 청년을 만나, 복음을 나눴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주님은 12월 31일 밤 서울역 전체를 뒤 흔드셨고 우리는 그 밤을 복음과 함께 보내고 있었습니다. 뒷정리를 하고, 기쁨이 충만한 가운데 송구영신 예배까지 주님이 인도해 주셨습니다.
“성경에 이르되 누구든지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하니”(롬 10:11)
신실하신 주님께서는 우리의 계획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큰 일들을 이루셨습니다. 서울역 노숙자 사역을 위한 우리와 다른 교회들의 모든 기도에 응답하셨음을 우리의 눈으로 직접 보게 하셨습니다. 할렐루야. 참으로 주님이 하셨습니다.
정성국 형제 (예안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