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부당한 상황은 하나님을 돋보이게 하는 포장지였어요

일러스트= 이수진

[198호 /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

얼마 전 섬기고 있던 훈련과정의 수료식이 있었다. 하나님의 마음을 품게 된 훈련생과 섬김이들을 선교적 존재로 부르신 각 자리로 파송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기에 수료식을 정성껏 준비했다. 훈련생과 섬김이들을 축복해 줄 꽃과 수료증, 맛있는 식사, 그리고 잔치에 빠지면 안 될 떡도 미리 주문했다. 수료식 당일 아침, 주문했던 떡을 찾으러 떡집에 들렀다. 그런데 사장님은 금시초문인 듯한 얼굴로, 아들에게 주문했으니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하셨다.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는 사장님의 태도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도 나서 이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사장님, 아드님과 함께 운영하시는 떡집인데 아드님께 주문을 했는데 놓친 거라면 사장님에게도 책임이 있으신 거 아닌가요? 가정집에서 먹으려고 조금 사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많은 떡을 주문했다는 건 행사가 있어서 주문을 한건데 이건 큰 실수에요”

일단 하고 싶은 말은 또박또박 쏟아냈는데 순간, ‘오늘 무슨 날이지?’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동시에 ‘이 분이 내가 선교사라는 사실을 알면… 찔림으로 더 이상은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이미 만들어진 떡을 조금 사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나왔다.

이 사건은 며칠 간 계속해서 마음에 걸림이 되었다.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하지 않은 그분의 무책임에 대해 나는 할 말을 했을 뿐이라며 애써 마음을 다독였다. 그러다 기도의 자리에 나아갔다. 사무엘하 16장 차례였다. 다윗이 바후림에 이르렀을 때에 시므이란 사람이 그에게 돌을 던지고 계속해서 저주의 말을 퍼붓는 장면에서 주님은 다윗의 반응을 통해 나를 멈춰 세우셨다. 다윗이 시므이에게 무섭게 혼쭐을 내줘야 신하들 앞에서 왕의 권위가 좀 세워질텐데, 시므이의 머리를 베려는 그의 신하에게 ‘그가 저주하게 내버려두라’고 말하며 잠잠히 모든 모욕을 받는다. 악을 악으로 갚지 않는 다윗에게서 하나님의 손에 맡기는 믿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부당한 일을 당해도 자신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이 자신의 범죄와 연관 있음을 알았고 자신 또한 저주받기에 합당한 자라는 인식이 그를 잠잠케 했다. 그에게서 부당하게 고난을 받아도 십자가의 길을 묵묵히 가셨던 예수님이 보였다. 그리고 굳이 비교해보려 하지 않아도 사람 냄새나는 ‘나’도 함께 보였다. 진리의 빛이 나를 조명하셨다. 부당하게 보이는 상황은 하나님을 돋보이게 하는 포장지와 같은 것임을 너무 늦게 보게 되었다. 떡집 사장님의 반응 앞에서도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보려고 했었더라면 감정적인 대응은 막을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과 부끄러움과 주님 앞에 회개함으로 말씀 앞에 서게 되었다. 때론 부당한 상황, 사랑할 수 없는 사람, 머리 싸매고 고민케 되는 일이 내게 다가오면 포장지만 보고 원망과 시비를 가리기에 발 빠른 모습으로 서 있는 나를 마주하곤 한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함몰되지 않고 그 상황을 연출하시는 하나님을 보고 싶은 소망이 생겼다.

선교사라는 옷을 입어서 행동거지를 조심하는 수준이 아니라, 예수생명으로 존재가 바뀐 자로 주님이 다시금 불러주셨다. 명분과 이치를 자분자분 따지려는 내게 긴 말로 설득치 마시고 그저 십자가만 보여주시기를… 면목이 없지만 기도했다. 내가 어디서 구원받았는지, 나를 떠낸 우묵한 자리를 계속하여 잊어버리는 사이, 어느새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내 마음 안에 둥지를 틀고 있었음을 보게 하시며, 다시 첫 자리에 서게 하시는 은혜를 주셨다. 잊지 말자. 저주받기에 합당한 나였음을, 그리고 은혜 입었다는 사실을.

언제 기회가 되면 떡집 사장님에게 내 마음을 나누고 싶다. 사랑하지 못해 죄송했노라고, 저주받기에 합당한 내게 베풀어주신 은혜를 사장님도 받고 구원받으시기를 원하노라고. [복음기도신문]

구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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