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에서 의인으로 구원을 받은 인생의 홍해를 건너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과 감격이 있었다. 주님의 크고 위대하심을 찬양하며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어 거리 복음 전도자의 삶을 소망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여러 이유와 핑계들로 순종을 미루고 현실 앞에 주저했다. 뺀질거리는 나에 대한 하나님의 마땅한 처우는 채찍과 재앙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은혜를 쏟아부으셨다.
예배 자리에서, 그리고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자리에서 계속 차고 넘쳐나는 하나님의 마음은 현재에 안주하며 편안함을 누리던 잠자는 나의 심령을 깨웠다. 주인의 뜻에 충성하는 종으로, 강요가 아닌 자발적인 마음으로 순종의 걸음을 내디뎠다.
먼저 기도가 절실했다. 골로새서 1장의 말씀을 붙잡고 교회에서 기도회를 시작했다. 작은 개척교회로 적은 숫자였지만 이 시대의 미전도 종족으로 전락해버린 대학 캠퍼스의 전도를 위해 준비했다. 시간과 장소가 정해지고 점점 구체적인 전도 방법이 세워졌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함께 기도하고 마음을 모았지만 개인적인 일과 부득이한 사정 때문에 몇몇 사람들이 전도에 함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안 그래도 적은 인원인데 하나 둘 빠지고 나니 나와 아내, 그리고 세 살배기 아들 뿐이었다. 흔한 마이크나 스피커도 없었다. 오직 생목소리로 그 넓은 공간에서 복음을 외치게 될 것을 상상해보니 마치 개미가 지나가는 덩치 큰 코끼리에게 외치는 꼴이 되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사람이 필요했다. 300용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의인 10명만 있어준다면….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주님은 여러 명의 지원군보다 더 강력한 전투력을 갖춘 천군만마 여 집사님 한 분을 보내 주셨다.
마이크 없이 생목소리로 외쳤다
답사 때 미리 봐둔 장소에 자리를 잡고 나란히 섰다. 이곳에 서기까지 오랜 시간을 불순종으로 버티며 수없이 많이 몸부림치고 은혜를 허비하던 내가 비로소 순종의 자리에 섰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드디어 시작이구나.’ 하는 순간, 내 마음 한구석에서 두려움이 강하게 일어났다. 드디어 순종할 수 있는 땅에 섰는데, 이제 입술로 선포하기만 하면 되는데, 마음에 일어나는 큰 두려움 때문에 도저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경계하는 시선과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그리고 봐야 할 것! 세상과 나는 간곳없고 오직 구속한 주만 주목했다. 질끈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나는 크게 낸다고 낸 소리가 너무 작고 힘이 없었다. 그저 읊조리는 수준의 목소리에 말씀까지 맘대로 편집하며 정신없이 요한복음 3장 16절을 내뱉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부끄러웠다. 말씀을 틀려서가 아니라 아직도 잔뜩 겁먹은 내 모습 때문이었다.
그때 옆에 있던 지체가 “다시 같이 해봐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다시 말씀을 선포하기 시작했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를 마쳤을 땐, 모든 두려움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쁨! 이것은 어려운 과제를 통과한 성취감 따위가 아니었다. 주님이 나와 함께하신다는 기쁨이었다.
그 시간 주님께 온전히 사로잡혀 마음 다해 찬양하고 기쁨으로 예배했다. 예배당이 아닌 길거리에서는 절대 불가능할거라 생각했던 일이 내 삶에 이루어진 시간이었다. 어떤 사람은 옆에 와서 같이 부르기도 하고, 우리를 응원하며 음료수를 건네기도 했다. 철저히 무시당하고 외면당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세상은 기다리고 있었다. 예수를 믿든 안 믿든 모든 사람 안에 있는 영혼의 목마름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이 땅에 오신, 우리의 유일한 소망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알게 되도록.
그렇게 캠퍼스 전도를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났다. 사실 지금은 처음의 그 감격과 감동, 흥분과 설렘은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그때를 추억하진 않는다. 주님이 날마다 새로운 은혜를 공급하시기 때문이다. 이제야 복음이 필요한 영혼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에 귀기울이게 된다. 그래서 간구한다. 그리스도의 보혈이 뿌려진 곳마다 생명의 꽃이 피어나는 그리스도의 계절이 속히 오기를…. [복음기도신문]
김제훈 전도사
* 믿음의 글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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