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진행되는 신앙훈련의 섬김이로 참여하게 됐다. 나의 직임은 주방팀의 회계였다. 구체적으로는 600인 분의 식사를 위해 식자재를 구매하는 것이었다.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주님이 언제나 그렇게 하셨듯이 주방 섬김을 통해 말씀하시고 은혜 주실 것을 기대했다.
헌금으로 운영되는 훈련과정이기에 주방 장보기도 그때마다 주님이 재정을 허락해 주셔야 했다. 그래서 되도록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구입하고 싶었다. 그런데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잘못 알아듣고 중요한 물건을 사지 않아 두 번 세 번 다시 장을 보러 가기도 했다.
하루는 현금과 카드로 번갈아가며 결제하는 중에 예상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되었다. 책정된 재정 규모 안에서 구매해야 하는데, 뭔가 꼬인 것이다. 장을 보는 동선(動線)을 최대한 줄여 시간을 단축하려다 꼭 구입해야 하는 것을 나중에 구입하면서 지출규모가 늘어난 것이었다. 결국 모든 물건을 반품하고 처음 책정 된 금액 안에서 몇 가지만 구입했다. 덕분에 분초를 다투는 때에 가장 늦게 도착하게 되었다.
‘이렇게 큰 사고를 치다니,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하고 생각하는 순간, 무엇이 나의 원래의 모습이었는지 질문하게 되었다. ‘원래 완벽하고 실수하지 않았다고? 그게 나였다고?’ 아니었다.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던 지난 시간이었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지난 날
밤마다 괴물로 변하는 저주에서 풀려나려고 왕자를 기다리는 어떤 공주가 사실은 예쁜 공주의 모습이 저주였고 괴물이 원래 자신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 모습 그대로 사는 것이 행복임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어느 애니메이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동안 내게 믿음의 삶이란 실수해도 또는 오해를 받아도, 어떤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역경을 이겨내고, 모든 선하고 좋은 모습들로 그려졌다.
그런데 실제 나는 실수투성이고, 모나고, 연약하고, 헷갈리고, 넘어지고, 힘들어할 때가 많았다. 실수와 실패 앞에 마음을 다잡기가 어려웠다. 주님은 이런 나를 부르셔서 주님만 믿고 함께 가자고 하신 것이다. 내가 생각한 것처럼 완벽한 모습을 기대하시고 나를 부르신 것이 아니었다. 곧잘 상하고 정말 좁아터진 마음, 두려움 많은 나를 하나님께서 당신을 믿고 살아가는 일상의 삶으로 불러주신 것이다.
내가 하나님 앞에 믿음으로 어떤 모습을 갖추고 서 있으려 한 것이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 보게 되었다. 나의 노력이 아니라 하나님이 허락하신 상황 때문에 믿음이 믿음 될 수 있었다. 실수하고 실패하는 것 같은 순간들이 오히려 ‘괜찮은 자’라고 속아왔던 나를 깨뜨리시고 진짜 원형으로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하나님이 내게 주고 싶으셨던 진정한 변화가 바로 이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 그동안 내가 생각한 믿음의 삶은 나를 영광스럽게 하려고 했던 내 원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공주가 여느 동화처럼 예쁜 공주로 남길 원하지 않고 괴물인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인 것을 찾게 되었던 것처럼, 나에게도 그런 시간으로 주님이 찾아와 주셨고 깨닫게 해주셨다. 그래서 기도하게 되었다. ‘하나님, 이제 하나님이 원하신 변화를 마음껏 이루어주세요.’
“믿음의 주요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 그리스도” 주님은 이 말씀 그대로 나와 언제나 함께 하고 계셨다. 매일 매순간이 주님을 믿고 따라오라는 하나님의 초청이었다. 아주 작아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그 시간에도, 또 너무 크고 광대해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그 때에도 주님이 믿음의 시작과 끝이 되셔서 나와 교제하시며 함께 걸어가고 계신다. 또 나를 부르셨으니 부르심에 합당하게 이루실 것이다. 지금 내 모습 그대로 주님만 믿으면 되도록 불러주신 오늘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GNPNEWS]
박남희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