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정치적 소요, 전염병 등 복합 요인…최고등급의 재난 단계
동부 아프리카 지역이 올 12월까지 긴급지원이 없으면 2000여만 명이 굶어 죽을 것으로 국제구호단체 등은 우려하고 있다.
올해의 이 같은 위기는 2006년 당시의 위기 상황보다 두 배나 심각해진 것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기아문제 해결을 위해 30억 달러(약 3조561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추가지원이 없으면 케냐와 소말리아 인구 절반이 희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월드비전은 케냐,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이라고 불리는 동아프리카 지역의 3개국의 심각한 가뭄과 식량위 기에 카테고리III(최고등급의 재난 단계)를 선포했다. 국제 아동권리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은 “지금까지 이 정도로 크고 혹독한 식량위기가 닥친 적이 없다”며 “이로 인해 가장 고통받는 것은 어린이들”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연말까지 구호자금이 투입되지 않으면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수단, 우간다, 에리트레아, 지부티 동아프리카 7개국에서 2000만∼2300만명이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냐의 식량위기 = 가뭄과 정치적 소요에서 비롯됐다. 케냐 전역의 우물 절반 이상이 말라붙었다. 물을 구하기 위해 땡볕에 30㎞를 걷는 것은 예삿일이다. 한 주민은 “물이 오염돼 마실 수가 없다. 아이들이 설사로 아프다. 하지만 이마저도 종일 걷지 않으면 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케냐의 주식인 옥수수 생산량은 평년보다 28% 줄었다. 우간다도 최근 수년간 흉작이 이어져 100만 명이 식량위기에 노출돼 있다.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 전염병과 전쟁 중이다. 이달에만 1주일 사이에 급성 설사를 동반한 전염이 1354건 발생, 3명이 사망했다. 농작물 수확량도 75%나 줄어들어 구호 식량 의존인구가 현재 130만 명에서 620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절반이 어린이들이다. 18년째 내전 중인 소말리아는 전체 인구의 절반인 360만 명이 식량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위기의 한계 상황 = 동아프리카의 주민들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가뭄과 건기를 이겨내곤 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이 연속적으로 심각하게 발생한 가뭄은 주민들을 한계에 몰아 넣고 있다. 가축들이 죽어 생계수단을 잃고 물은 구하기가 어려우며, 식량 가격은 두 배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식량지원이 필요한 다른 국가로는 에리트리아, 수단, 에디오피아, 우간다, 부룬디 등이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가뭄과 같이 서서히 영향이 나타나는 재난(slowonset disaster)은 세계의 다른 위기 지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는 보통 쓰나미, 지진, 또는 사이클론과 같이 긴급한 위기보다 서서히 진행되는 위기에 나태하게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피해가 아주 적은 에티오피아의 경우에는 언론의 주목을 받기가 더욱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