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비전트립 앞두고 집주인의 최후통첩을 받고
‘비전트립’에 참여할 것인가 말 것인가. 복음선교관학교 참여초기부터 마음의 싸움은 시작됐다. 당초 교회에서 진행되는 인도선교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선교관학교 훈련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또 트립에 참가할 경비를 감당할 여력이 내게는 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 일정에 변화가 생겼다. 비전트립에 참여하더라도 교회 일정에 아무런 문제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상황이 달라졌다. 한 가지는 해결됐다. 하지만, 또 하나 높은 산이 남아 있었다. 미국 경제가 유례없는 경기침체의 파장을 체감하고 있는 때가 아닌가. 올해 들어 한 달, 한 달이 기적과 같이 지나가는 상황에서 비전트립 재정을 마련할 길은 막연해 보였다. 팀 모임으로 자리할 때마다 재정은 내게 큰 부담이었다.
늘 물질로 섬기는 역할을 감당했던 내가 재정을 감당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부담은 더욱 크게 느껴졌다. 팀 재정이 전부 채워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감사한 한편으로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비전트립을 떠나는 날 재정에
대한 마지막 싸움이 있었다. 7월 렌트비(임대료)를 내지 못하면 마감 3일 뒤, 집을 비울 수 밖에는 없다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비전트립 기간 중 집에서 쫓겨나게 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마음이 복잡해졌다.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렇게 세상 가운데 모범으로 서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복잡한 생각이 온통 나를 뒤덮었다. 안타깝지만 비전트립은 가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전화로 통보할 수도 없고, 가서 팀원들에게 알려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차를 타고 가는 중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시고 모리아 산으로 가서 이삭을 번제로 드리라던 말씀이 생각이 났다. 아브라함에게 주신 명령이 과연 내가 지금 처한 상황과 비교할 수 있는 일일까? 내 마음은 다시 하나님을 향해 요동치기 시작했고, 상황이 어떻게 되건 인도하시는 쪽으로 순종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맇게 순종을 결정하고 나아갔을 때 기적이 일어났다. 주님이 허락하신 통로를 통해 렌트비가 채워진 것이다. 아아… 하나님은 나의 믿음을 보고 싶으셨나 보다. 온두라스에 준비하신 하나님의 영광과 하나님의 열심을 내가 믿음으로 승리하며 나아가 보기 원하셨나보다.
온두라스는 무척 아름다운 땅이었다. 따뜻한 날씨와 풍부한 물. 아름다운 하늘과 구름과 산과 호수들. 그러나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나태하고, 게으르고, 거짓말을 잘하고, 어떻게 보면 소망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저 하루 먹고 사는 것 외에는 큰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이 없을 것 같은 온두라스 땅에서 하나님의 마음과 열심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는 증인들을 여럿 만났다. 선교사들은 공통적으로 눈으로 비전이 없어 보이지만, 하나님의 이 땅을 향한 꿈을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정진상 집사(미국 동부사랑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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