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 Prize Wisdom 그를 높이라 (잠4:8) -

참된 사랑‘아하바’로 복음을 영화롭게 하리라

김명호 목사 (고대근동문화연구소 소장)

에스겔 선지자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던 그의 이야기 한 대목을 오늘 아침 다시 꺼내어 읽는다. 그리고 그의 말씀 앞에 내 자신을 다시 한번 정직하게 세우고 싶다. 그의 이야기는 이와 같이 시작하고 있다.

“인자야 백성이 모이는 것 같이 네게 나아오며 내 백성처럼 네 앞에 앉아서 네 말을 들으나 그대로 행치 아니하니 이는 그 입으로는 사랑을 나타내어도 마음은 이욕을 좇음이라 그들이 너를 음악을 잘하며 고운 음성으로 사랑의 노래를 하는 자같이 여겼나니 네 말을 듣고도 준행치 아니하거니와” (겔33:31-32)
구약성경에 나타난 “사랑”이란 히브리 단어는 다양하며 저마다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에스겔서에 나타난 “아가브”(    , 사랑)란 단어이다. 다른 성경으로는 그 의미의 차이를 알아낼 수 없지만 히브리 성경은 분명히 차이를 보인다. 구약성경에는 “아가브”와 관련된 이 단어가 동사와 명사를 포함 9번 사용되고 있다. 그중 8번은 에스겔 선지자의 입을 통해 선포되었다.
에스겔 선지자가 거의 독단적으로 ‘아가브’라는 단어로 ‘사랑’을 표현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성경 히브리어 사전에는, “아가브”의 의미가 다음과 같이 씌어져 있다. “과도하게 애정을 갖다, 감각적으로 욕망하다, 관능적인 욕구, 육감적인 사랑.” 현대 히브리어 사전은 보다 더 그 의미가 강하다: “성적인 사랑을 구애하다, 육감적인 사랑의 열매, 피리를 포함하여 웅장하고 장엄한 악기(파이프 오르간)” 성경 히브리어든 현대 히브리어든 “아가브”와 관련된 모든 단어들은 원 의미에서 볼 때 육적이고 세속적인 단어들이다.
이와 같은 언어적인 배경을 가지고, 히브리 단어 “사랑”(-아가브)을 사용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의 내면을 예리하게 간파한 선지자 에스겔의 예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사뭇 우리는 어떠한 형태와 색깔로 우리를 위하여 몸 버리신 주님을 사랑하고 있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참되게 진실로 사랑했다고!” 그러나 에스겔 선지자의 눈에 비췬 모습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입으로는 거품을 물고 “셀 수 없는 수많은 사랑”을 발설했어도, 온갖 그럴듯하고 장엄한 악기를 갖고 사람들 앞에서 애절하게 마음을 요동시키며 기가 막힌(기교 있는) 연주를 해 들이대어도, 온갖 헌신을 다짐하며 사랑한다고 목청껏 노래를 불렀어도!
하나님 눈에 비친 모습은 “아하바”(-참된 사랑)가 아니라 허울진 “아가브”에 불과했다. 그것은 참 사랑과 거리가 먼, 멀어도 한참 먼, 이미 마음 떠난 거짓 사랑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쥔 선지자도 “세속적인 사랑을 노래한 기교 있는 사람”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런 문맥에서 볼 때 하나님은 마치 ‘장난감’에 불과하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 이익에 따라서 하나님을 따라다니고 이용한다. 에스겔 선지자의 눈에 비췬 하나님을 향한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은 참 사랑이 아니었다. 그것은 육신적인 사랑, 어두운, 음탕한 사랑이었다. 육감적으로 가득찬 이기적이고 추한 사랑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색깔을 회칠한 사랑, 위장된 사랑이었다. NJPS의 번역은 의미적인 면에서 좋은 번역을 해냈다. “they produce nothing but lust with their mouths.”
이스라엘 백성의 위장되고 거짓된 “아가브” 사랑. 그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그들이 모이는 것 같이 나아와 마치 하나님의 백성처럼 성전에 앉아서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으나 “그대로 행치 아니하였고” 그들의 입으로는 사랑(들)을 아무리 나타내어도 “마음은 이욕을 좇아갔다”. 그들의 눈에는 하나님이나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한 선지자 모두가 장난감으로, 마치 세속적인 악기를 쥔 사람으로 여겨졌으니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도 준행치 아니함은 당연한 이치였다.
나의 원함을 따라 이욕을 좇아간 사랑은 새빨간 거짓 사랑이다. 하나님의 사랑은 “아가브”가 아니라 “아하바”다. 육감적인 가식도 없고 기교로 치장할 필요도 없다. 참되고 진실함 만이 있을 뿐이다. 산을 가르고 바위를 부수는 강한 바람에도 계시지 아니하고 더 큰 지진에도 계시지 아니하시며 그 보다 더 큰 불에도 계시지 아니하시며 세미한 소리 가운데 잠잠히 계시는 하나님께 우리의 부패한 마음을 신실하게 고정시키고 그 분의 소리(말씀)에 인생을 온전히 의뢰하는 것이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다(왕상19:11-13). 진실함으로 우리의 마음을 채우고 온 마음 다해 순종하며 그 분의 말씀을 준행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참 사랑이다.
나는 긴 이스라엘의 삶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참된 복음 앞에 직면한 후 에스겔 선지자의 사랑 이야기를 펴놓고 어떤 형태로 어떤 색깔로 하나님과 교회를, 주위 사람들을 사랑해 왔는지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없이 울었다. 죄인을 사랑하셨던 하나님의 사랑 앞에 늘 나 자신의 이욕을 좇아 누렇게 빛바랜 사랑 “아가브”로 반응했던 추한 마음이 한이 되었고 생각하면 절망이 되었다. 나의 원함을 따라 나의 어떠함을 위해 하나님을 이용했던 죄악된 마음을 십자가로 떠 넘기고 이젠 참된 사랑 “아하바”로, “믿음”으로, “십자가”로 복음을 영화롭게 하는 그 자리에 꼭 서고 싶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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