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2월 24일) 우리 교회 성도들의 세례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네 분의 성도들이 공개적으로 침례를 받았습니다. 인도는 현재 기독교 박해 순위가 중국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높은 나라입니다. 9위에서 11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데, 인도보다 박해가 심각한 나라들은 대부분 인도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인구가 적은 나라들입니다. 그러니 양적으로는 인도가 이 지구상의 기독교 박해의 중심지입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묘하게 관대해 보이는 부분도 많습니다. 만화 전도 책자를 받은 사람이 다음에 저를 보자마자 ‘너무나 좋은 내용이었다.’는 피드백을 하는 경우도 많고, 빈민가 심방에서는 가면 무슬림, 힌두, 불교, 심지어 여성 옷을 입은 거세 남성(히즈라)들이 기도해 달라며 거의 몰려오다시피 하기도 합니다.
또 저희의 의료사역을 몇 년째 도우면서 온갖 전도 책자와 성경책을 다 선물로 받으신 의사 선생님도 독실한 힌두교도입니다. 심지어 교회를 평생 매주 오면서도 힌두교나 불교도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것은 인도가 다신론 사회, 종교 다원주의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힌두교는 일신교인 기독교와 이슬람을 잔혹하게 박해하지만, 하나님을 ‘자기가 믿는 여러 신 중 하나’로 고백하는 것은 별로 건드리지 않습니다. 심지어 ‘나는 (여러 신들 중) 예수님만 믿는다.’ 해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발끈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상들이 마귀라는 것, 지옥에 대한 가르침 등은 자칫하면 외국인도 감옥에 끌려갈 수 있는 중죄가 됩니다.(그러나 사실인 것을 어쩌겠습니까?) 그리고 ‘세례를 받고’ 정식으로 기독교인이 되는 것도 큰 박해거리가 됩니다.
세례자는 정말 자타가 공인하는 크리스천이 됩니다. 그렇기에 상류층이라면 가정으로부터, 카스트로부터 추방되다시피 합니다. 별로 잃은 것이 없는 하류층이라도, 정부의 여러 가지 ‘하위 카스트 특별혜택’들에서 제외되기에 더 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는 식량 배급에서부터 입학, 취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생계를 옥죄는 결과를 초래하지요. 그러면서도 교회나 선교사로부터는 한 푼도 못 받게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사적인 린치, 살해, 고소 등이 수반되기도 하고요.
주마다 실시 중인 ‘반 개종법’으로 인해 정식으로 기독교인이 되는 것 역시 점점 어려워지는 중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냥 아무도 없거나 지인 한둘 있는 곳에서 목사님만 불러서 세례를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세례의 영적인 효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우리 마히마 교회의 세례는 다릅니다. 세례 전에 변호사가 와서 관련된 모든 서류를 작성하고, 설명해 주고, 인지세를 내고, 도장 찍어 문서화합니다. “본인이 누군가의 영향력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로, 아무런 협박이나 금전적인 도움 없이 기독교를 받아들였다.”는 내용이지요. 그리고 그 과정을 다 녹화하기까지 합니다. 다행히 교회 청년 중에 변호사가 두 명이나 있으니 문제가 없지요. 관련 서류는 인도 정부의 관련 부서들에 다 보내집니다.
세례식 다음 날에는 제가 주일 대예배 설교로 세례에 대해서 힘껏 나누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세례식에 세상 변호사는 둘밖에 오지 않았지만, 천군 천사들은 수백 명이 왔으리라 믿는다. 그들이 여러분의 증인이 되고, 천국 시민권 서류도 온전히 작성했을 것이다!’라고 외쳤습니다.
불꽃 같은 일정의 단기 선교팀(옥토교회)이 떠난 바로 다음 날이라 온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마음은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이 땅의 박해받는 성도님들, 그리고 이미 승전보를 올리고 하늘에 간 구름같이 허다한 예수의 증인들, 또 천군 천사들까지 바라보는 곳에서 거룩하신 성령님의 임재를 맞이하며 세례를 주고, 또 받는 자리에 함께했으니까요.
누군가는 이 세례로 인하여 죽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박해가 온전히 끝나는 것을 자기 눈으로 보는 세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 한 가지는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우리는 박해가 가장 심하던 시절에 결심하고 세례를 받았다.”
그 기쁨과 감동으로, 저희는 계속해서 달려갑니다! [복음기도신문]
원정하 | 기독교 대한감리회 소속 목사. 인도 선교사. 블로그 [원정하 목사 이야기]를 통해 복음의 진리를 전하며 열방을 섬기는 다양한 현장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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