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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칼럼] 지금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이해(1)

사진: Pixabay

밖에서 보는 이슬람(85)

이스라엘 건국의 의미와 영향

이스라엘의 건국과 함께 아랍 국가의 강경한 저항으로 촉발된 팔레스타인 분쟁은 민족, 영토, 종교, 분리 독립, 식민유산 등 다양한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을 뿐만 아니라 중동지역의 대부분 국가가 직접 또는 간접으로 연루되어 있으므로 이 지역의 안전과 평화에 있어서 핵심 관건이 되고 있다. 특히, 이 분쟁은 네 차례의 전쟁을 발생시켰으며,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주변 아랍 국가의 영토를 점령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추방함으로써 이집트-이스라엘 간 분쟁, 시리아와 이스라엘 간 분쟁, 요르단과 이스라엘 간 분쟁을 파생시켰고, 중동지역을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에 의한 무장 테러의 백화점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런가 하면, 이 분쟁은 당사자가 상호 실체와 공존을 허용하지 않고 어느 일방의 존재를 위해 다른 일방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극단적 입장과 자세를 고수했다는 점에서 당사자들끼리는 해결할 수 없으며, 유엔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적 지도 국가들의 객관적이고 진지하며 적극적인 중재가 요구된다. 이러한 점에서 이 분쟁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평화적 분쟁 관리 및 해결 능력을 시험하는 아주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과거 아랍 국가는 이 분쟁의 과정에서 석유를 무기로 활용함으로써 두 차례에 걸쳐 세계적 석유 위기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볼 때, 이 분쟁은 세계 경제의 장래에도 엄청난 영향을 파급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서 소비하는 석유 대부분을 이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이 분쟁의 진행 상황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이 분쟁에는 난민의 구제와 정전 감시를 위해 유엔단체의 다양한 활동이 함께 전개되고 있어서 향후 우리나라의 참여가 요청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부에서도 그 대비책을 세워놓아야 한다.

아라파트 사후 중동

팔레스타인문제의 근본 원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 국가 간에는 상호 실체 인정과 공존을 사실상 원치 않는 데 있다. 이는 3,000년 이상 지속된 양측의 뿌리 깊은 역사적 반목과 종교적 이유에 기인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분쟁은 거의 아랍 전 국가와 이스라엘 사이에서의 국제적 분쟁이 될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이란, 시리아, 이라크 등은 이스라엘에 대해 특히 반감이 있는 국가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이스라엘과 전쟁도 불사할 가능성이 높다. 한 예로 1999년 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팔레스타인 전 지역의 해방을 주장하면서 투쟁을 천명한 바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내부 문제도 평화 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성서에 나오는 ‘유대와 사마리아’ 지방인 요르단강 서안의 이양을 반대하는 이스라엘의 유대교 원리주의자와 이스라엘 정부에 퍼져 있는 강경주의자들도 팔레스타인과의 공존을 원치 않고 있다. 또한, 팔레스타인도 이스라엘과 협상을 원하는 세력, 독립 국가의 즉각적인 선포를 주장하는 세력, 이스라엘과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하마스 등의 세력으로 나뉘어 있다. 결국, 문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문제해결을 위한 통일된 국론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양측이 합의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일방에 의해 무효가 될 수 있어서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되기 매우 힘든 상황이다.

중동 아랍 국가는 아라파트 사후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된다. 아라파트는 끊임없이 내부적으로 도전을 받아왔지만, 주요 정파와 무장 단체 사이에서 유일한 균형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그의 부재는 이스라엘-아랍 간의 증오와 대립의 완충지대를 상실한 셈이었다.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 저항과 독립투쟁의 대명사였으며, 아랍권은 아라파트를 지지하는 것이 곧 이스라엘과 싸우는 길이었다. 이제 아라파트가 사라진 뒤 아랍권은 이스라엘과 화해냐 대립이냐를 분명히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압바스 시대의 새 팔레스타인

이러한 상황에서 집권한 압바스의 시대를 맞아서 중동은 새로운 정치 환경의 전환기를 맞았다. 팔레스타인 선거는 그 지역의 정치적인 변화를 의미하고 이는 선거를 통하여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정통성과 합리성을 인정받는 정권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라파트 이후 팔레스타인 지도자의 세대교체는 거시적으로 아라파트 이후의 평화 협상을 준비하고 있었던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평화 회담을 재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더군다나 압바스는 투쟁적인 아라파트와는 다른 온건적이고 외교적인 인물이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구미에 맞는 인물이기 때문에 아라파트의 사망과 압바스의 출현은 중동의 평화를 위한 기회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카리스마를 갖춘 아라파트라는 지도자를 잃은 팔레스타인 민족에게 새로운 지도자란 약한 지도자의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압바스는 외교적인 수완은 뛰어나다고 평가되고 있으나 대중적인 기반이 약하고 더군다나 가장 큰 문제는 아라파트 같은 경우는 끊임없이 내부적으로 도전을 받아왔을 때마다 주요 정파와 무장 단체 사이에서 유일한 균형자 역할을 해 왔지만, 압바스의 경우는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등 주요 무장ㆍ정치단체들을 조정할 능력이 없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전망

미국과 이스라엘은 특별한 연대 속에서 그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오고 있으나 평화를 정착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앞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팔레스타인의 평화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스라엘은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통하여 오늘날의 발전된 독립 국가를 건설하였으나 안보 측면에서는 여전히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과거의 아픈 기억 때문인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등 이슬람이나 국제 사회로부터의 요구나 합의를 회피하면서 정착촌의 확대 등 기득권을 유지, 확대하고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가혹한 점령 정책을 지속하면서 평화 정착을 지연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 스스로가 먼저 변화하고 영토적인 손실을 감수하면서 팔레스타인과의 평화를 성립하는 정책을 펼 날은 매우 힘들어 보인다. 이 상황에서 타성에 의해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는 미국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정권이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에 따라서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에 변하는 것도 사실이다. 즉, 강력한 친이스라엘 정책의 공화당이냐 아니면, 중동에서 어느 정도의 균형적인 외교를 이끌어 가려는 민주당이냐에 따라서 중동의 정세가 많이 변화할 수 있다.

오바마 집권 이전까지의 미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편을 드는 매우 편향적 정책을 펴왔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에서의 갈등과 불안정하였고, 또한, 패권적이면서 일방적 미국의 정책은 중동 국가들을 포함한 국제 사회의 반발을 일으켰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의 한계를 거울삼아 오바마 행정부는 중동 외교정책에 있어서 변화를 꾀한 바 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집권 이후 친이슬람을 표방하고 이스라엘에 정착촌 건설의 중지를 요구하면서 이스라엘과 불화를 표출한 적이 있었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옛 땅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말하여 미국 내 유대인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기도 한 것이 그 변화의 예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미국이 그동안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중도 조정자 역할로 변화한다고 가정할 때 미국의 중도적 역할은 전 세계적인 여론과 이슬람 사회와 공조하면서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은 이란이나 북한처럼 국제 사회로부터 이탈하는 모험을 시도하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이 미국 내 유대인들의 반발이나 이스라엘과 버티기에 한계에 부딪혀 계속 이스라엘에 편향된 정책을 펼친다면 이슬람의 적대적 인식을 진작시키면서 팔레스타인의 평화에 있어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므로, 미 행정부가 이스라엘 편향 정책을 지속하게 되면 팔레스타인 지역의 갈등과 불안정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미 행정부가 중도 조정자 역할을 지속하게 되면 이스라엘은 이를 손실의 영역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나 결국에는 팔레스타인의 평화 정착의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즉, 미 행정부가 중도 조정자 역할을 강화하면 팔레스타인의 평화 정착의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현재로서는 미국의 대중동 정책 노선변화에 따라서 팔레스타인과 더 나아가 향후 중동지역에 커다란 영향과 변화가 기대된다.

(계속)

kim ji

김종일 | 장신대 신대원, 국립 이스탄불대 역사학과 석사, 박사, 前 중동선교회(MET) 본부장, 現 터키어권선교회(FOT) 대표. 국내 이슬람권 선교사 네트워크 회장, ‘전방개척선교(KJFM)’ 저널 편집인, 아신대(ACTS) 중동연구원 교수. 저서: ‘밖에서 본 이슬람, (1)무슬림 이해하기’ / (2022, 라비사북스). ‘벌거벗은 세계사(경제편)’/ (2023,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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