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 수련회가 끝났다. 길기도 했고, 짧기도 했던 수련회. 이상한 말일 수도 있으나전도사로서 참석했으나, 알고 보니 은혜 받은 학생으로 돌아온 수련회였다. 너무나 능력 없고 믿음 없는 전도사를 통해 주님은친히 그 분의 일을 이루어가셨다.
수련회 날짜도, 수련회 장소도 늦게 결정되고 수련회 때 뭘 해야 할지 몰라 허둥지둥대고 말씀준비가 되지 않아 계속 머리만 쥐어뜯으며 고민했던 이번 수련회였다. 거기다 수련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청년은 단 한명 참석하고 겨우 뒤늦게 한 명이 함께 합류하게 될 만큼 절망적 상황이었다.
이건 누가 봐도 실패할 확률이 99%에 가까운 수련회였다. 그런 상황에서 주님은 ‘너희를 부르시는이는 미쁘시니 그가 또한 이루시리라(살전5:24)’ 라는 말씀으로 모두를 이끌어 가셨고 나의 믿음 없음을 드러내셨다. 총책임을 맡은 자의 철저한 무능. 하지만 하나님은 늘반전을 좋아하시는 분이셨다.
놀랍게도 수련회 첫날부터 아이들이 모두 프로그램에 너무 잘 참여하고 즐거워하며 강의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저녁 집회시간. 미리 준비한 것보다 훨씬 늘어난 장장 두 시간동안 설교는 이어졌다. 내 가 봐도 이건 아이들에게 너무한 일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이 한 눈 팔지 않고 집중해서 들었다는 것이다.
둘째 날도 마찬가지였다. 더욱 말씀 앞에 사모함으로 나아오고 피곤한 몸임에도 졸지 않고 메모하며 듣는 것이었다. 이건 누가 봐도 주님이 하신 일이었다. 그리고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아이들의 고백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전도사님. 사실 수련회는 재밌거나 애들이랑 친해지는 기억만 있었는데, 이번 수련회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고 경험했던 것 같아요. 감사해요.”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는 것. 마치 하나님이 그 아이들을 통해 내게 말씀하시는 것같았다. ‘요섭아, 너는 이 수련회를 통해 살아있는날 만났니? 가장 먼저 너 자신에게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냥 잘 준비해서 설교 잘하고 칭찬받는 널 위한 수련회 말고 너도 학생의 입장에서 살아있는 날 만나는 수련회 말이다.’
와! 이건 완전히 날 위한 시간이었다. 믿음 없는 날 철저히 깨뜨리시고 당신의 은혜와 사랑으로 다시 일으키시기 위한 그분의 작품. 전도사 박요섭이 아닌 고딩 박요섭을 위한 수련회. 부디 내 남은 모든 삶에서 사역이라 이름하는 모든 순간에 이런 은혜가 있기를. 말씀을 전하고 수련회를 인도하는 나 자신이 가장 먼저 깨어지고 살아계신 그분 앞에 엎드려 지는 일이 있었으면. 그 은혜 앞에 감격하였으면.
– 박요섭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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