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S. 루이스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The Screwtape Letters)가 소리도 없이 “빈 침실로 사라지고, 거기에서 그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채 다 낡아버리지나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이 책은 잘 팔렸고, 출판된 지[1942년 초판 출간]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위직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부하 악마 웜우드에게 보낸 일련의 편지는 기독교 베스트셀러 목록에 단골로 등장한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느 날 루이스가 교회에 앉아 있을 때 퍼뜩 떠올랐다. 1940년 동생 워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예배가 끝나기 전이었지. … 가장 유용하고 재미있을 것 같은 책에 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그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서 충격을 받을 지경이었지. 내용은 ‘한 악마가 다른 악마에게’라고 부를 수 있는, 나이 먹어 은퇴한 악마가 이제 막 첫 번째 ‘환자’에 대한 작업을 시작한 젊은 악마에게 보내는 편지로 구성될 거야.”
실용성에 재미까지 더한 이 책은 그리스도의 제자가 매일 매일을 사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더불어, 거만하면서도 다독거리는 성격의 스크루테이프는 모든 독자에게 유쾌한 웃음까지 선사한다.
세상 독자들을 위한 멋진 이야기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책으로 나오기 전에 종교 주간지 가디언(The Guardian, 같은 이름의 현대 영국 일간지와는 관련 없음)에 31부작으로 연재되었다. 첫 번째 편지는 1941년 5월 2일에 출판되었다. 그리고 1942년 2월에 서른한 통의 편지 모두가 포함된 단행본이 출간되었다.
처음부터 독자들 대부분에게 인기가 있었지만, 모든 독자가 그 이야기의 밑바탕에 있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어느 시골 목회자는 편집자에게 편지를 보내 웜우드에 대한 스크루테이프의 조언들은 “그릇된 것들일 뿐 아니라 확실히 악마적”이라며 구독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혼란에 빠진 성직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루이스는 “일종의 농담으로 독자들을 가장한 진지한 자기 지식의 세계로 끌어들이느냐에 이 책의 성공 여부가 달려있다”고 믿었다.
예를 들어, 좌절한 스크루테이프가 저도 모르게 큰 지네로 변해버리는 장면에서 독자는 킬킬거리며 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루이스의 유머뿐 아니라 악마를 이용한 그의 냉소 섞인 진실 전복에는 다 목적이 있다.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독자들이 스크루테이프의 성공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성찰하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특히 붙잡고 싶은 것은 세속의 독자이다.” 루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죄와 싸우는 그리스도인을 위한 교훈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의 독자층이 루이스가 원래 목표로 삼았던 “세속의” 사람들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점점 더 세속화되는 문화에서 이 책의 독자들은 주로 기독교 전통을 따르거나 최소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나 기독교 인구 통계라는 면에서,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가치를 가진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24:12에서 말세에 이르면 불법이 더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유혹에 휩싸인 세상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그리스도인에게 이 책이 주는 가치는 대단히 크다. 악마의 모든 계책을 손에 쥔 우리는 이제 숨어있는 함정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전반에 걸쳐 스크루테이프가 활용하는 함정(trapdoor)이 있는데, 객관적 진실에 대한 스크루테이프의 왜곡이 그것이다. 그러나 마귀가 항상 속이기만 하는 건 아니다. 약간의 진실이 섞인 거짓말이 훨씬 더 위력이 있다는 것을 마귀는 잘 알고 있다. 상대가 하나님을 따르지 않는다면 환자에게 결혼을 권하는 것은 괜찮다고 스크루테이프는 제자에게 말한다. 교리가 엉망이 되어버린 교회라면, 교회 출석을 장려하는 것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환자에게 만사에 중용을 지키라고 말해 주거라. ‘종교는 지나치지 않아야 좋은 것’이라고 믿게만 해 놓으면 그의 영혼에 대해서는 마음 푹 놓아도 좋아. 중용을 지키는(moderated) 종교란 우리한테 무교나 마찬가지니까. 아니, 모교보다 훨씬 더 즐겁지”(스크루테이프의 편지, 홍성사, 스페셜 일러스트 에디션, 82-83). 환자의 삶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면, 그리고 평생 헌신하는 신앙이 아니라면, 환자에게 기독교를 권장하는 것도 별로 문제 될 게 없다.
우리 중에 그 누가 선견지명으로 가득한 이 책이 말하는 유혹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아직 한 번도 읽지 않았거나 마지막으로 읽은 게 오래전이라면, 출간 80주년이 되는 올해는 당신이 그 책을 손에 들어야 할 멋진 이유가 된다. 그렇게 함으로 우리는 스크루테이프가 쳐 놓은 함정 하나를 피할 수 있다. 그는 웜우드에게 이렇게 말했다. “죽음의 숙명을 안고 사는 인간들, 참 웃기지 않아? 우리가 항상 그들 마음에 무슨 생각을 집어넣는다고 착각하니까 말이야. 사실은 꼭 생각해야 할 것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한테는 제일 큰 성공인데.” [복음기도신문]
조셉 A. 콤 주니어(Joseph A. Kohm Jr.) | 조셉 A. 콤 주니어(JD and MDiv, Regent University)는 C. S. Lewis Institute의 부대표이며 The Unknown Garden of Another’s Heart: The Surprising Friendship between C.S. Lewis and Arthur Greeves(Wipf and Stock, January 2022)의 저자이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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