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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섭리로 이어진 종교개혁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특별기획(3) 유럽의 종교개혁

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해다. 이에 전 세계의 다양한 기독공동체는 종교개혁의 의미를 기리고 있다. 종교개혁 당시의 시대상황과 전개과정을 살펴봄으로써 종교개혁의 의미와 교회사를 통해 오늘 우리에게 맡겨진 교회개혁의 시대적 사명을 살펴본다. <편집자>

종교개혁이 어떻게 유럽에서 시작됐을까? 또 마틴 루터 같은 개혁자의 요구에 대해 독일을 포함 유럽 사회가 어떻게 반응을 했을까? 위기 상황의 한국 교회 앞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당시 유럽사회와 각국에서 나타난 개혁의 흐름과 시대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 종교개혁전야의 서양사회 풍속도(브로츨라프, 독일, 1470년경). 당대의 퇴폐적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다. 황제로 보이는 지체 높은 신사가 유곽을 방문하고 있다. 황제 지기스문트가 유곽을 방문했다고 하는 에피소드를 소재로 하여 그린 것으로 보인다.
▶ 종교개혁전야의 서양사회 풍속도(브로츨라프, 독일, 1470년경). 당대의 퇴폐적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다. 황제로 보이는 지체 높은 신사가 유곽을 방문하고 있다. 황제 지기스문트가 유곽을 방문했다고 하는 에피소드를 소재로 하여 그린 것으로 보인다.

개혁의 필요가 충만한 유럽

팔레스틴에서 시작된 기독교는 AD 313년 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기독교 국교’ 선언으로 일대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러나 국가라는 온실 속에서 중세 교회는 초대교회 시절 고난과 핍박 가운데 형성된 복음의 본질을 차츰 잃어갔다. 또 교회가 권력과 부를 점유함으로써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1000년 이상 철옹성같이 지켜온 로마 가톨릭 교회의 부패가 한계에 달해, 가톨릭 교회의 최고지도자인 교황과 사제들의 타락과 부패상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교회의 권위가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다. 세상은 이같은 교회의 타락에 대해 다양한 형태로 문제를 제기하고, 교회 개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작가들은 교회의 부정직과 타락상을 소설이라는 형태의 문학 작품으로 고발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단테의 ‘신곡’이나 보카치오의 ‘데카메론’과 같은 문학 작품은 교회의 타락상을, 에스파냐(스페인)에서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같은 소설로 이상주의에 빠져있는 로마 가톨릭을 간접적으로 묘사했다.

이같은 시대정신은 미술, 철학, 과학 기술 등 사회의 전 영역에서 나타나며 교회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미술은 교회 타락을 그림과 조각 등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했다. 목판 조각 ‘지옥의 아가리로 밀려들어가는 교황과 감독’이나 유곽(遊廓, 많은 창녀를 두고 매음 영업을 하는 집)을 방문한 황제를 그린 ‘서양사회 풍속도’ 같은 그림은 당시 교회의 타락과 퇴폐적인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철학은 스콜라시즘, 아리스토텔레스이즘, 플라토니즘 등 사상적 다원화로 인해 모든 것을 믿을 수 없는 회의적, 비판적 경향을 보였다. 과학 역시 관념적인 모든 것을 부정하고 의심하는 흐름을 보였으며, 여기에 활판기술이 등장, 각종 문헌을 신속하게 유럽 전역으로 퍼다 나르며 정보의 공유를 가능하게 했다. 루터의 ‘95개조 논제’는 이같은 인쇄술에 의해 한 달 만에 전 유럽으로 확산되며, 종교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독일에서 시작된 가톨릭 교회의 붕괴

중세 로마 가톨릭 교회의 붕괴는 독일에서부터 본격화됐다. 이는 독일의 정치적 상황과 가톨릭 교회의 부패, 르네상스라는 시대의 흐름이 어우러진 결과로 볼 수 있다.

당시 국경이 확정되지 않았던 독일은 신성 로마 제국의 틀 안에서 유럽 전역을 지배하고 있다고 여겼다. 7명의 선제후들이 독일 내 각 지역을 관할하며, 이들은 또 제국의 황제를 추대할 수 있었다. 이같이 황제 선거권이 있는 선제후 중 한 사람인 작센 지방의 프리드리히 선제후의 도움으로 루터가 교황권을 부인하는 과격한 주장을 하고도 사형을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사회경제적인 환경에서도 독일은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교황청에 대해 상대적으로 강한 반감을 갖고 있는 구조였다. 국토의 5분의 1이 교회 소유라는 독일 상황에서 소작료를 강압적으로 징수하는 교회 영주인 사제들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은 드높았다. 이같은 구조에서 교황청에 대한 독일의 분담금 부담이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주변국보다 높았다. 이에 영주 등 주지에 대한 농민들의 반감은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농민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루터의 교황권에 대한 불인정, 루터에 의해 비성경적이라고 판명된 교황청의 면죄부 판매 같은 개혁안은 다수 독일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교황권을 거부하며 로마와 관계를 단절하려는 종교개혁운동에 대해 개혁성향이 있는 독일 선제후들 역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루터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95개조 논제 발표로 유럽 최고의 신흥 명문으로 부상한 비텐베르크 대학의 설립자 역시 프리드리히 선제후였다. 교수로서 루터의 도움이 필요했던 프리드리히 선제후는 교황청으로부터 이단으로 지목돼 로마로 소환령을 받은 루터에 대해 로마로 가지 않아도 되도록 독일 황제의 면책권을 받아주기도 했다.

한편, 교회개혁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농민전쟁의 폐해를 지적하는 종교개혁 반대파인 가톨릭연맹에 의해 종교개혁 지지세력이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 기회를 틈타, 개혁세력을 제거하려던 카를 5세 황제는 슈파이어 제국의회를 소집, 개혁세력인 루터파에 대한 불관용 정책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개혁세력들은 1529년 카를 5세에게 공식적으로 항의문서를 제출했다. 성경에 근거하지 않은 권위에 대해서는 복종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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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옥의 아가리로 밀려들어가는 교황과 감독(목판 조각, Collection in Coburg Castle, 16세기). 종교개혁 전야에 대중의 불만이 얼마나 컸는가를 보여준다.

조롱받던 개혁파의 또다른 이름, 프로테스탄트

개혁세력은 “성경에 근거해서 하나님께 대한 순종이냐, 황제에 대한 순종이냐를 선택하라고 강요한다면 자신들은 하나님께 대한 순종을 선택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황제에게 항거하는 개혁세력을 향해 가톨릭측은 ‘항거자’(Protestant)라고 부르며 조롱했다. 하지만 이 말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을 놀리듯 그리스도인으로 불리듯, 가톨릭 교회에 반대하는 복음적인 개혁세력의 교회를 일컫는 용어로 여겨지게 됐다.

한편, 이 시기는 현실적으로 개혁세력에게 위기의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부문에서 나타났다. 이슬람세력인 터키가 다뉴브 강을 통해 침공하려고 해 이들을 함께 막아야하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 발생하게된 것이다. 덕분에 종교논쟁이 뒷전으로 수그러들며 그 사이에 루터파가 서서히 세력을 불려가며 자리 잡아 갈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이처럼 종교개혁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미미한 개혁세력은 바람 앞에 선 촛불처럼 위기의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오묘한 하나님의 섭리로 개혁교회는 서서히 독일을 너머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다. [GN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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