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호 /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
교회 4층의 일부를 철거하는 공사가 시작됐다. 과거에 4층 교육관 양 옆을 증축했다고 들었다. 그 후 10년이 지난 지금, 불법 증축된 곳을 소방법에 의해 철거하라는 공문을 받고 불법적인 모든 공간을 철거하게 된 것이다.
이 일로 지난주부터 이사 아닌 이사가 시작됐다. 4층 당회실을 3층 유아실로 옮기느라 수많은 책을 싸고 날랐다. 3층의 천장이 낮아 높이가 맞지 않은 책꽂이를 한 칸을 잘라서 내려오기도 했다. 무거운 책상과 의자들을 옮기기 위해 계단을 오르내려서 그런지 다리도 아프고, 양쪽 팔이 후들후들 거리기도 했다.
철거하게 된 공간에 있었던 물건은 둘 곳이 없어 다 버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물건이라고 해봐야 오래되고 낡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몇 년 전 청빙을 받으면서 정리를 위해 버리는 일들이 있었다. 남편은 버리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는 버려야 한다고 밀어붙이며 옥신각신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버리는 일을 두고 남편과 입장이 달라 각을 세우기도 했다.
계단 밑 창고의 물건들, 방송실 한편에 있는 소강대상이며, 못 쓰는 인쇄기 등 남편에게 버리자고 건의했다. 그러다 보니 쓰레기도 어마어마했다. 수납 공간 안에 들어 있는 잡동사니들은 치우고 치워도 끝도 없었다. 오래된 먼지가 굴러다녔다. 심지어 1층 계단 밑 창고에는 쥐 한 마리가 들어와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다.
묵은 먼지, 오래된 쓰레기들을 치우며 나 자신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되었다. ‘나도 이렇게 더러웠는데…’라고 생각을 하다 아차 싶었다. 지금은 괜찮다는 것인가? 복음을 듣고, 안다고 하는 나도 잠깐 문을 열어놓아 쥐 한 마리가 들어온 것처럼, 나는 어디에 문을 열어 놓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난장판이 된 것은 아닌가? 먼지들이 힘을 합쳐 뭉쳐지는 일들을 바라보고만 있는 건 아닌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들에 걸리는 것들이 있었다.
나는 불법은 저지르지 않았다며 내가 아닌 그 어떤 원인을 찾고 있었다. 누군가가 이 일을 같이 해 주길 바랐다.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탓하고 있었다. 작은 먼지는 구석구석 굴러다니며 뭉쳐져 큰 먼지가 되어버렸고, 한 마리 쥐가 난장판을 만들기 시작했음을 알게 되었다.
더러워진 성전을 깨끗케 하시는 십자가의 은혜
“십자가 아니면 살 수 없는 자입니다. 주님 아니면 안 됩니다.” 청소를 하다 마스크를 쓴 채 고백하게 되었다. 주님은 나를 청소해서 깨끗하게 하신 게 아니구나! 쓸고 닦아서 깨끗해지는 수준의 일을 하신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셨다. 쓰레기 같은 존재가 십자가로 완전히 새것으로 바뀐 것이었다.
감사하다. 불법이 무너져서 감사하다. 교회를 더욱 깨끗케 해주셔서 감사하다. 몸은 조금 피곤하지만 더러운 것들을 버리는 기쁨을 주신 것도 감사하다.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 그에게 피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시 34:8)
청소를 통해서도 주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게 하신 주님을 찬양한다. [복음기도신문]
김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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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어떤 것들이 더 좋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