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약한 자에게 허락하시는 사건은 은혜의 조치

일러스트=이수진

[184호 /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

사회 경험이 거의 없는 내가 선교사로 헌신한 이후, 하나님이 맡겨주신 일들은 대부분 처음 하는 것들이었다. 지금은 더욱 생소한 선교센터의 카페지기, 바리스타로 하나님 나라를 섬기고 있다. 어떤 사람은 선교사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에깜짝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걸레를 빨든지 설거지를 하든지 사진을 찍든지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 나라의 부흥과 선교완성과 너무나도 딱 맞닿아 있는 존재적 부르심이 믿어지고 실제 되게 하신 은혜의 시간을 누리고 있다. 게다가 내가 커피와 음료를 제조하며 섬기는 사람들은 모두 주님 복음에 소망을 가진 예수 생명들이요 열방으로 나아갈 귀한 다음세대 선교사들이다. 그렇기에 나는 단순히 커피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주님과 열방을 섬기는 자라는 정체성으로 충만한 기쁨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자리에서든지 누리는 존재적 부르심

실제로 음료를 제조하는 것이 익숙해지고 재미를 붙여서 여유가 생겼다. 다른 사역 팀에서라면 쉴 수 있었을 식사시간을 가장 바쁜 시간으로 고스란히 드리는 것이 어렵지 않은 내 모습과 섬김에 감탄할 무렵, 주님이 은혜의 사건을 허락하셨다.

어느 날이다. 이틀간 복음 메시지를 듣는 일정 때문에 정식으로 카페를 열지 않았다. 만약을 대비해 호출번호만 남겨놓았다. 한바탕 모임을 치르고 난 뒤라 피곤하다는 핑계와 너무 많이 조느라 메시지를 듣지 못해 속상한 마음에 머릿속은 오로지 쉬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방에 들어가서 쉴거야. 쉴거야. 쉴거야.’

누워서 쉬려던 차에 전화가 걸려왔다. 오는 전화도 모른척하고 자려는데 지체가 숙소로 찾아왔다. 카페에 손님이 와서 카페지기가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지못해, 억지로 몸을 일으켜 투덜대며 카페로 갔다. 이런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보기도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이런 억지 순종을 본 사람이 바로 카페지기인 나를 찾은 분이었다. 민망함과 염려가 밀려왔다. 며칠 뒤 그분이 카페에 오셨다. 그리고 차 주문을 하시며 부드럽게 말씀하셨다.

“너무 감사해요. 이렇게 섬겨주셔서.”
작은 해프닝이지만, 이 일은 주님께 내 모습이 제대로 드러난 사건으로 내 마음에 새겨졌다. 잘하고 있는 줄로만 여기고 어느새 자기 의가 되고 자랑이 되고 있었던 나의 섬김이 얼마나 아무것도 아닌지 보게 되었다. 나의 힘과 노력으로는 결코 어느 때든지 나를 내어주면서 섬길 수 없는 자였다. 그런데 주님은 나를 죽기까지 사랑해서 생명을 내주시며 섬겨주셨음을 깨닫게 되었다. 주님의 생명으로 바꿔주신 나에게 항상, 그리고 당연히 기대하시는 섬김이 무엇인지….

그저 불러주시고 끼워주신 은혜의 자리

요즘도 종종 바쁜 일상에 육체가 힘들면 소극적이고 의무감으로 섬기려는 때가 있다. 그러면 주님은 어김없이 이 사건을, 주님의 은혜를 기억하게 하신다. ‘섬길 수 없는 자를 섬겨주시고 불러주시고 끼워주신 주님 때문에 이 자리에 있지!’ 변명할 여지없이 얼른 주님 앞에 엎어져 인정하고 다시 믿음을 취하게 하신다. ‘그러니 주님. 도와주세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과 노력으로는 안 돼요. 저로서는 안 돼요. 주님이 하세요! 주님 의지합니다!’

약한 자에게 사건을 허락하심은 언제 어느 상황에라도 핑계할 수 없이 예수생명으로만 살도록 하시는 은혜의 조치였다. 빼도 박도 못할 은혜의 자리, 그리고 살게 하시는 믿음의 주가 계시니 오늘도 주님으로 충분하다. 할렐루야! [복음기도신문]

박지영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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