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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이 날이 우연이었을까

▲ 일본 오사카. 사진: Unsplash의 Michael Effendy

우리네 조선 할머니를 만나고 왔다.

우리(조선)학교에서 한국인들이 학교에 오는 것을 못 받게 되었다고 아침에 통보를 받은 날이었다. 우연이었을까? 점심시간이 좀 지난 시간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간사이지역(오사카를 포함한 주변 도시)에 있는 ‘고향의 집’이다. 재일 조선인들이 쓸쓸히 고독사 하는 것을 마음 아파하시던 한 사람의 마음으로 시작된 집이다. 재일 조선인이 가장 많은 오사카를 중심으로 사카이, 고베, 교토, 도쿄에까지 세워져 있다. 실은 그날 아침에 받은 다소 큰 소식으로 오후에 받은 전화는 그냥 지나갔다.

몇 날이 지나고 우리 부부는 그곳에 가서 청소를 해도 좋고 밥을 해도 좋고 뭐라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남편이 통화를 했다. 문득 그때가 생각이 난다. 우리(조선)학교에 처음 들어간 날 나는 무작정 교무실로 돌진해서 ‘청소를 해도 좋고 밥을 해도 좋고 무엇이든 이 학교에서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시작했다. 조선학교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 오는 한국인들이 있는데 고향의 집에 함께 방문해도 괜찮은지 여쭈었다. 좋다고 했다.

고향의 집 첫 느낌은 이름 그대로 정겨웠다. 여기저기 놓여있는 가구와 장식들이 우리의 옛 물건들이었다. 그리고 잘 꾸며지고 세련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조선학교의 첫 느낌과는 달랐다.

현관에 들어서 조금 들어가니 큰 홀이 있다. 커다란 피아노가 눈에 들어왔다. 한 쪽 벽이 전부 큰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정원에 가득히 심어진 초록빛 나무와 어르신들과 스텝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그 공간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할머니 한 분이 피아노에 앉아서 한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고 있었다. 잘 들어보니 ‘아리랑~ 아리랑~’ 우리의 노래 아리랑이었다. 이때를 놓칠세라 노래를 잘하는 남편이 금세 피아노 앞에 앉아 큰 목청으로 아리랑을 불렀다.

십 대부터 칠십 대까지 구성된 10명의 선교팀이 3주간의 여정으로 왔다. 모든 영역에서 복음이면 충분함을 가지고 십자가로 나아가는 군대이다. 우리(조선)학교가 아닌 고향의 집으로 갔다. 큰 홀에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옹기종기 기다리고 계셨다. 100세가 넘으신 할아버지도 계셨다. 하나님의 군대가 다윗의 춤을 추었다. 하나님의 군대가 찬양을 했다. 하나님의 군대가 ‘아멘‘ 했다.

그 찬양과 아멘 소리가 어찌나 크고 우렁찬지 큰 홀에 소리가 가득했다. 함께하는 스텝들도 놀라워했다. 할머니 한 분이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부르시더니 우리 조선은 아멘 소리가 크다며 미소를 보이셨다. 왜인지 이것은 전쟁터에 총알을 가득히 담아주신 것 같은 맘으로 든든했다.

팀의 순서가 끝나자 모여 계시던 어르신들이 아리랑을 부르신다. 그리고 한 할머니가 뜬금없이 말씀하신다. 이 땅에서 태어나 자라 우리 말을 배워야 하는데 학교가 없어서 학교를 만들었다고, 그 학교를 지을 때 땅을 팠고 벽돌을 날랐다고. 모두가 돈을 모아 학교를 지었고 할머니 자신이 조선학교 1회 졸업생이라고 하셨다. 조선어와 일본어가 마구 섞여 두서가 없었지만 하나님은 듣게 하셨다. 순간 생각했다.

‘오직 하나님이 성령으로 이것을 우리에게 보이셨나니’(고전2:10) 여기도 우리 조선아이들이 많이 있구나. 우리 조선 아이들이 이렇게 이 땅에서 세월을 깁고 있었다. 이곳 어르신들과 우리 부부는 처음 만났고 우리 부부의 사정을 모르셨다. ‘성령은 모든 것 곧 하나님의 깊은 것까지 통달하시느니라‘(고전2:10) 한없이 깊으신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스라엘 백성을 사랑하시는 하나님, 우리 조선을 사랑하시는 하나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랑하는 내 것들아!

가지인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저 나무 되신 예수님께 붙어 있을 뿐이다. 주님의 일은 주님이 친히 하시는 것을. 나무에 붙어 있는 내 가지에 맺혀야 할 것이 포도인지 사과인지 주님은 이미 알고 계신다는 것을. 어떤 열매를 맺혀야 하며 애를 쓰겠나. 그저 주님은 나의 포도나무이시요 나는 그의 가지임을 고백합니다.

그 날은 우연이었을까?

조선인 스텝과 어르신들이 목사님~ 사모님~ 친근히 부르며 원래 알고 지냈던 것처럼 기뻐해 주셨다. 그리고 끝까지 손을 흔들어 주셨다. 자주 놀러 오라고.

“주께서 물의 경계를 넘치지 못하게 하시며 다시 돌아와 땅을 덮지 못하게 하셨나이다”(시104:9)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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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 사랑은 여기 있으니(나침반, 2023)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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