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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잔, 이스라엘과 세대주의 종말론 비판 연사 발언에 사과문 발표

▲ 지난 23일 인천에서 열린 제4회 로잔 대회에서 메시지를 전하는 루스 파딜라 데보르스트. chinachristiandaily.com 캡처

제4차 로잔 대회에서 초청 연사 중 한 명이 논란을 일으킨 연설로 일부 참가자들이 불쾌감을 나타내자 대회 조직위원장이 사과문을 발표했다고 영국 크리스천투데이가 최근 전했다.

미시간주 웨스턴 신학교의 세계 기독교학 부교수인 루스 파딜라 데보르스트(Ruth Padilla DeBorst)는 23일 저녁 연설에서 세대주의 종말론을 비판해 일부 참가자들에게 논란을 일으켰다. 세대주의 종말론은 구약의 약속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하나님의 구원 계획에 이스라엘의 미래 회복이 포함된다고 믿는 신학적 틀이다.

파딜라 데보르스트는 정의를 주제로 한 15분간의 발표에서 “하나님은 권리, 종교적 축제 또는 선교 활동을 통해서가 아니라, 윤리적 순종을 통해 예배 받으신다.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은 피상적인 종교적 경건 표현, 기독교식 용어, 찬양 곡이나 식민주의적 신학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일부 세대주의 종말론을 핑계로 억압을 정당화하고 자금을 대는 신학적 근거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파딜라 데보르스트는 참가자들에게 공개 서한을 통해 “(자신의) 발언이 불러일으켰을 고통”에 대해 사과했다.

그녀는 “이 발언은 세대주의 신학 자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그 신학적 입장을 가진 형제자매들을 비판하는 것도 아니다. 저의 발언으로 고통을 느끼셨다면 죄송하다. 제가 말하고자 한 것은, 일부 사람들이 자신들의 신학적 해석이나 신앙을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억압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의 연설에서 이스라엘-가자 분쟁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복음주의자들에 대한 언급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연설 중 “전쟁과 폭력으로 고통받는 가자 지역 사람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에서 억류된 인질들과 그들의 가족들, 위협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모든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들의 고통은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의 고통”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비평가들은 이스라엘이 인질을 잡고 있다는 암시를 비판하며, 그녀의 발언 시기와 장소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국제 참가자들이 모인 중요한 대회에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지 1주년을 며칠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공격으로 1000명이 넘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200명 이상이 인질로 잡혔다.

파딜라 데보르스트는 가자와 팔레스타인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 이유를 “너무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이스라엘을 비판 없이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저는 이것이 기독교인으로서 우리가 특별히 책임을 져야 할 현재의 정의 문제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작년 하마스의 공격은 혐오스럽고 비난받아 마땅하며, 이스라엘에 사는 사람들, 유대인, 팔레스타인 사람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들의 고통은 우리의 고통”이라며 “동시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오랜 고통은 10월 7일 이후 가자에 대한 공격으로 더욱 악화됐다. 4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죽었고, 그중 다수는 어린이들이다. 추가적으로, 정착민들의 공격이 서안지구에서 더욱 늘어났다. 그들의 고통도 우리의 고통이어야 한다. 그러나 너무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이스라엘을 비판 없이 지지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이 불의는 반드시 지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인질 관련 발언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회 디렉터인 데이비드 베넷(David Bennett)은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면 사과문에서, 로잔이 “다양한 문화적, 신학적, 역사적, 정치적 관점을 지닌 사람들을 포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이번 대회에서 “세대주의 신학적 맥락에서, 유대인들, 그리고 유대인 및 이스라엘을 위한 사역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큰 고통과 불쾌감을 주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베넷은 “대회 디렉터로서, 이번 주에 있었던 발표 중 일부가 세대주의 종말론을 비판적인 어조로 언급하며 폭력과 불의를 조장한다고 암시했고, 여러 신학이 폭력의 정당화로 오용되거나 잘못 적용되었음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는 또 “같은 발표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언급하면서 이스라엘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동등한 공감을 표현하지 못했으며, 현재 폭력적인 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여러 민족과 국가들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며 “저와 로잔위원회는 발표 문구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못했고, 그것이 불러일으킬 상처와 오해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형제자매로서, 그리고 로잔 리더십을 대표하여 여러분의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로잔의 대변인은 한 지도자가 파딜라 데보르스트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한 후 사과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번 사과에 대해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부 로잔 대회 참가자들은 왜 이번 경우에만 사과를 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로잔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보낸 논평에서 “많은 사람들이 로잔이 다양한 위기나 상황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기를 원하지만, 이는 로잔 지도부의 재량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국제 복음주의 학생연합(IFES)의 사무총장인 팀 애덤스(Tim Adams)는 이번 사과가 실수였다고 봤다. 그는 크리스천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과는 로잔의 정신에 어긋난다. 이전 로잔 성명서의 합의된 신학적 틀 안에서 로잔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장벽을 극복하고 지상 명령을 위해 연합하는 장소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과는 분열을 조장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른 대회 참가자들은 사과를 환영했다. 로잔 유대인 복음주의 네트워크의 공동 퍼실리테이터이자 로잔 유대인 복음주의 협의회 회장인 댄 세레드(Dan Sered) 박사는 “겸손, 회개, 화해를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로잔 운동의 일원이 되어 자랑스럽다. 데이비드 베넷 박사와 로잔 리더십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파딜라 데보르스트는 ‘세상을 흔든 연설’로 불리며 문화적 기독교를 비판한 1974년 첫 로잔 대회에서 연설한 라틴 아메리카 신학자 르네 파딜라(René Padilla)의 딸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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