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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칼럼] 가난하지만 하나님 나라에서 부유한 삶을 사는 사람들

사진 : 오영철

페이스북 메신저로 메시지가 왔다.

“목사님” 이라는 짧은 메시지다. ‘마라’에게 온 것이다.

‘마라’는 2024년 3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아직도 앳된 모습이 남아 있는 청년이다. 통화하면서 왜 그녀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낼지 알 수 있었다.

“헌금을 하려고 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녀가 헌금을 하려고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마라’는 한 달 전에 선교비와 신학교 헌금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녀는 파타야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기독교인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다. 한 달 전부터 그 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작년부터 그 집에서 일할 가정부가 필요한데 나에게 구해 달라고 요청이 왔다. 평소에 알고 있었던 ‘마라’의 아버지에게 부탁을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치앙마이의 깊은 산속인 ‘티께키’ 교회에서 담임으로 섬기다가 지금은 기숙사 사감으로 일하고 있다. 그에게 혹시 파타야에서 가정부로 일할 수 있는 신앙 좋은 여자 청년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예상하지 않았던 제안을 했다. “나의 딸이 지난 달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어떨까요?”

그는 그의 딸을 보내고 싶어했다. 나는 그녀가 아직도 18세로 어리고, 어려운 가정부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와 통화를 했다.

“그곳에서 일이 쉽지 않을 수도 있고, 안정된 일도 아닌데, 할 수 있을까?”

그녀는 당찬 목소리로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마라’가 가겠다고 결심을 하자, 그녀가 선교적인 역할을 하였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정부 일을 하면서 얻은 수입 중에 십일조 외에 특별 헌금에 대한 도전을 하였다.

“십일조 외에 200받은 신학교를 위하여, 200받을 아르헨티나 선교사를 위한 헌금할 수 있겠니?”

‘마라’는 전혀 망설임 없이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아버지도 자기 딸이 확실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0받이면 대략 6불 정도인데, 그녀에게는 작은 액수도 아니다. 그녀가 받는 월급이 대략 300불이니 매달 12불은 의미 있는 액수이다.

산에서 18년을 살았고, 카렌족이며 여전히 어린 ‘마라’가 파타야에서 일하는 것이 사실은 걱정이 되었다. 처음에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밝게 적응하고 있다는 소식에 감사했다. 이제 한달이 되어 첫 월급을 받은 것이다. 그녀는 약속한 선교비와 신학교 운영비를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연락을 하여 어떻게 헌금하면 좋을지를 질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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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오영철

하나님 나라의 일을 생각한다. 그녀는 현대 사회에서 존재감이 없는 어린 소수종족 청년이다. 그렇지만 하나님 나라는 전혀 다른 원리가 있다. 풀러 신학교의 폴 피어슨 교수가 이것을 잘 설명하였다. “부흥과 확장은 대부분 그 시대 교회 교회 권력 구조의 변두리에서 시작된다. …. 성령께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 가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는 이것을 변두리 이론(Periphery Theory) 이라고 불렀다.

‘마라’는 태국 북부 산악지방에서 자란 가난한 소수종족 카렌족 청소년이다. 그녀가 누구인가를 나타내는 단어들인 ‘가난, 소수종족, 산골, 어린 여성’ 은 변두리의 상징적인 단어들이다. 지금 하는 일도 그녀가 변두리의 존재임을 보여준다. 가정부로서 ‘청소, 강아지 돌봄, 식사 도우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는 그 가운데 그냥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중남미 가난한 아르헨티나에서 온 선교사를 위하여 첫 월급부터 돕기 시작했다. 약한 자가 약한 자를 돕는 것이다. 주변부 변두리들의 움직임이다.

변두리 이론은 그녀의 움직임이 그보다 나은 형편의 카렌 교인들에게 선교 헌신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머나 교회에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변두리로서 그녀의 소중한 의미를 더해준다.

“내가 네 환난과 궁핍을 알거니와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니라”(요한계시록 2장 9절)

그녀는 가난하지만 사실은 하나님 나라에서 부한 삶을 살고 있다. 그녀의 현재 삶에 감사하고, 그녀의 월급에 자족하고 있다. 더 나아가 그녀는 미래를 세우는 신학교와 선교를 위한 헌신에 기쁨으로 참여한다.

사실 그녀에게 선교비와 신학교 헌신을 도전할 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어린 나이의 가정부로서 많지 않은 급여를 생각하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라’를 만지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한 과정이었다. 성령의 역사는 생각하지 않은 장소와 사람을 통하여 일하심을 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녀에게 아침마다 묵상한 말씀을 나누고 가끔 격려하는 정도이다. 사실은 그녀로부터 내가 받는 에너지가 더 크다. 그녀의 감사를 담은 삶, 맑은 모습과 언어, 선교를 위한 헌신 등은 나에게 큰 격려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두리’이지만 하나님 안에서 ‘부요한 소녀’를 통하여 하나님의 선교가 얼마나 크고 넓은 지를 다시 배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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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철 선교사 | 1995년 GMS 선교사로 태국에 파송된 뒤, 현지 신학교에서 학생과 목회자를위한 교수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수부족인 카렌족교회가 주민족인 타이족을 위한 선교적 교회를 세우는데 관심을 갖고 이들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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