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믿음
화종부 목사(남서울교회)
바울 사도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이 고백이 로마서 전체의 핵심이다. 왜 ‘자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복음 안에 거듭난 사람들이 아니면 걸려서 넘어지게 하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복음에는 거치는 것이 있다. 미련해 보이고, 어리석어 보이고, 거리끼는 요소가 있다. 복음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면 복음을 부끄러워할 요소가 있다. 그래서 사도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30년간 조국교회는 이런 요소들을 없애는 것이 복음에 도움이 된다고 여겼다. 하지만 복음의 심장을 빼낸 것과 다름 없었다.
그렇다면 복음의 어떤 요소를 없앴는가? “우리가 전한 것을 누가 믿었느냐 여호와의 팔이 누구에게 나타났느냐”(사 53:1) 첫째, 메시아의 의외성이다. 위대한 구주가 고난 받는 이야기는 의외여서 우리들조차 그를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둘째, 죄에 대한 가르침이라는 복음의 핵심이다. 복음이 윤리적 교훈이라면 세상은 기독교를 만족하며, 환영하며, 기뻐할 것이다. 하지만 복음은 사람들에게 죄를 가르친다. 지금까지 목회 30년 하면서 지금 목회하는 교회 성도들처럼 착한 분들을 만나본 적이 없다. 하지만 죄에 관한 한 이들은 국가 대표급이다. 바울 같은 위대한 일꾼도 생애 말미엔 자신을 가리켜 ‘죄인 중의 괴수’라고 말했다.
사도는 왜 복음을 자랑하고 기뻐하는가?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야 구원 받는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어떤 자격과 조건을 구비하고, 어떤 것을 행하고 안 하면 천국에 들어간다고 가르치지도 않는다. 오히려 기독교는 하나님이 무엇을 하셨는지를 선포한다. 우리 안에는 선한 것이 전혀 없다. 인생들에겐 도움이 아닌 구원이, 변화가 아닌 중생이, 교훈이 아닌 생명이 필요하다. 복음이야말로 이런 인생들을 향한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이다.
복음에 하나님의 의가 나타났다. 하나님의 의가 루터를 번뇌하게 했다. 그는 ‘차라리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얼나나 좋았을까.’라고 부르짖었다. 하나님의 의를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다. 루터가 이해했던 하나님의 의는 ‘악인을 벌하시고 의로운 자를 상 주시는 의로운 성품’이었다.
힘을 다해 율법을 행하면 복과 구원을 주시고, 행하지 못하면 벌을 주시는 의가 복음에 나타나 있다면 어떻게 좋은 소식이 될 수 있겠는가? 모태로부터 죄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을 의롭다 여겨 주시는 의가 복음에 나타나 있기에, 어떤 죄인도 자신의 죄 중에 죽지 않고, 하나님이 제공해 주시는 의를 옷 입고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두려워하지 않고 떳떳하게 설 수 있기에 하나님의 의가 복음에 나타난 것이다. 이 복음이 여러분에게도 자랑이고 기쁨인가?
이 의는 누구의 것인가? 믿기만 하면, 누구나 이 의를 소유하게 된다. 자기의 허물과 죄를 인정하고 자기의 의가 한낱 헌 누더기 같음을 알고, 하나님의 완전한 사랑 안에서 구주의 완전한 대속을 믿고 의지하는 자는 누구라도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의를 얻는다. 내가 쓸 만해서 은혜를 받았다고 보는가? 앞으로 기여할 만한 게 있어서 아직 살려놓으시고 은혜를 받았다고 생각하는가? 조국교회가 지금껏 이렇게 가르치고, 명령하고, 비전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나는 이런 기독교를 알지 못한다.
믿음에서 믿음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출발할 때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믿음인가? 처음엔 믿음으로 구원 받고, 이후엔 행위로 상급 받는가? 결코 아니다. 성도의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믿음에서 믿음이어야 한다. 이 믿음이어야 성도답게 살 수 있다. 놀라운 이 복음을 부끄러워 말라. 존귀하고 영광스러운 복음이 우리의 가슴을 거쳐 조국교회의 구석을 새롭게 빚어내는 영광을 다시 한 번 더 허락해 주시기 바란다. [RTTG 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