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믿음
김재영 선교사(P국)
단기 선교팀과 함께 공원에서 노방전도를 하면 착한 중남미 사람들 대부분은 영접기도문까지 따라 읽는 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다시 상담해서 교회로 초청할라치면 본인은 가톨릭 교인이라며 거절한다. 그들 대부분은 이미 개신교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 말로는 자신들도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는다고 하지만 하나님을 알아 가고자 하는 몸부림은 없다. 이런 사람들이 기독교인이 되어 성경을 읽지도 않으니 믿음의 근거가 무엇인지 알 리 만무하다.
현재 중남미 교회들의 가장 큰 이슈는 대형교회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형교회가 될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다 하고 있다. 십자가 복음은 사라지고 다른 복음이 복음 행세를 하고 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교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십자가도 떼어 내고, 사도신경과 주기도문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십자가가 사라지면서 십자가의 메시지도 사라져버렸다. 이것이 중남이 교회들의 실상이다.
한편 유행에 민감한 목회자들은 앞 다퉈 복음의 메시지를 카피하여 전한다. 하지만 복음을 결론 삼지 않는다. 복음은 단지 목회자들의 욕심을 채우는 수단에 불과하다. 평신도 목회자들이 많아졌는데 이들 가운데 80% 이상이 신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다. 이들은 열정적이나 말씀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 가운데에서 지난 11년간 사역해 왔다. 하지만 2011년까지 나의 삶도 이들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내 이름 석 자를 중남미 선교역사에 남기고 싶은 욕망을 품은 채 사역하다가 2011년 단기 사역 팀을 통해 이런 나의 실상을 보게 되었다. 나를 다시 복음 앞에 세워 주셨다. 나는 더 이상 선교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내가 주 안에 있고, 주님이 내 안에 사시면 선교는 주님이 하신다는 것이다.
안식년 기간에 주님이 질문하셨다. “넌 언제가 제일 행복하니?” “사역 현장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내면에서 이런 음성이 들렸다. “네가 사역을 하든지 안하든지, 넌 나 때문에 행복해야 한다. 사역이 다 끊어지고, 후원이 다 끊어져도 나와 함께 있는 것 자체로 넌 만족해야 한다.” 그 때부터 주님이면 충분하다고 고백하게 되었다.
아무리 외쳐도 듣지 않는 중남미의 교회들에게 복음이면 충분할까? 선교, 정말 믿음으로만 가능할까? 가능하다! 어떤 믿음이어야 하는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믿음이어야 한다(딤후 1:13, 3:15). 나의 감정, 경험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가 믿음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믿음으로 살고 있다면 선교 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 그 어떤 고난도 우리를 무너뜨릴 수 없다.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준 것이 바로 이 믿음이다. 매일 나를 죽이지 않으면 나는 목마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다. 우리의 믿음은 과연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나의 만족과 유익인가? 아니면 고난을 당하고 짓밟혀도 하나님의 영광인가? 사도바울, 종교개혁자들조차 믿음을 지켰다(딤후 4:7). 어떻게 믿음을 지킬 수 있나? 나의 힘으로는 안 된다. 매 순간 죽지 않으면 안 된다. 종교개혁자들이 다시 살아나서 오늘날의 교회를 본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을까? 아니, 우리 주님은 무어라 말씀하실까? 주님의 백성들, 주님의 피로 산 교회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주님이 다시 오시는 그 날을 준비하는 믿음이 오늘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RTTG 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