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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 칼럼] 자비와 정의 사역을 위한 교회의 역할

ⓒ unsplash

교회 안이나 그 지역에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돌아가야 할 몫을 돌아가지 않게 하는 하나님의 정의를 실천하지 못한 일이 되는 것이다 

교회의 존재 이유 중의 하나는 세상을 섬기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섬겨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이 교회가 당면한 어려움이다. 대부분 개교회를 중심으로 가난한 이웃을 섬기고, 독거노인들의 반찬을 배달하는 등의 일들을 실천하는 경우가 많다. 한 교회의 힘으로 한 나라나 지역의 가난 자체가 변화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은 좋은 태도이지만 우리는 개인의 가난과 함께 가난을 일으키는 구조적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노력도 아울러 필요하다.

1. 왜 정의인가?

팀 켈러는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우리가 어떻게 정의를 이룰 수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구체적인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왜 가난한 사람들 돕는 사역을 ‘구제사역’ 이라고 말하지 않고 ‘정의 사역’ 이라고 말하는가? 구제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 자선 행위같은 느낌을 주고, 또 구제하는 사람이 선한 일을 한다는 뉘앙스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팀 켈러가 ‘정의’ 라고 말하는 이유는 히브리어 ‘미쉬파트’라는 단어로 구약에 다양하게 나타나는 단어인데 레위기 24장 22절에 그 의미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거류민에게든지 본토인에게든지 그 법을 동일하게 할 것은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임이니라”(레 24:22)

여기서 ‘미쉬파트’는 ‘그 법을 동일하게 하라’는 의미이다. 징벌이든, 보호든, 보살핌이든 마땅히 돌아가야 할 몫을 주라는 뜻이다, 그리고 주로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향해서 말씀하실 때 사용되었다. 즉 교회 안이나 그 지역에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돌아가야 할 몫을 돌아가지 않게 하는 하나님의 정의를 실천하지 못한 일이 되는 것이다.

약자를 돌보는 것은 이스라엘의 의무였고, 구약에서 선지자들이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의 심판을 선언할 때도 예배를 드리지 않은 것이나 성경을 열심히 읽지 않은 것으로 책망하지 않으신다. 고아와 과부를 돌보지 않은 것으로 책망하신다. 즉 약자를 돌보는 삶은 이스라엘의 신앙 전체를 판가름하는 열매라고 할 수 있다.

2. 어떻게 정의 사역을 해야 하는가?

팀 켈러는 한 개인이 다른 개인을 돕는 것이나, 한 교회가 한 사람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좀 더 높은 단계의 전략이 필요함을 이야기 한다. 그래서 약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단계를 통해 교회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로드맵을 세 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 단계 : 구제(Relief)

가장 쉽게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구제’이다. 구제란 직접적인 도움을 제공해서 사람들의 신체적, 물리적, 사회적 필요를 채우는 일이다. 노숙자들에게 일시적인 거처를 제공하거나, 궁핍한 사람들에게 음식과 의복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의료 봉사 및 위기 상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성경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강도만난 사람에게 응급처리를 해주고 회복 기간에 소요되는 경비를 지급한 것이 구제활동이다.

두 번째 단계 : 개발(Development)

‘개발’은 ‘구제’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개념으로 사람이나 공동체에 적절한 자원을 제공해서 구제에 의존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를 놓아 자유하게 할 때에는 빈 손으로 가게 하지 말고 네 양 무리 중에서와 타작 마당에서와 포도주 틀에서 그에게 후히 줄지니 곧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복을 주신 대로 그에게 줄지니라”(신 15:13-14)

신명기 15장 13-14절을 보면 구약 성경에서 노예의 채무가 면제되고 그가 풀려날 때 하나님께서 그의 전 주인이 곡식, 도구, 그리고 재물을 그에게 주어서 내보내어 자급할 수 있는 경제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하셨다.

성경학자 크리스토퍼 라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의 법은 … 공동체에서 가장 연약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자립할 기회를 보장해준다는 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길 요구하고 있다. ‘기회’라면 재정적인 자원이 먼저 떠오를지 모르지만, 교육이나 법률 지원, 일자리 창출 등도 여기에 속한다. 이런 요소들은 쓰고 남은 걸 넘겨주거나 선심 쓰듯 베푸는 차원을 넘어서는 권리의 문제이다.”

오늘날로 적용해보자면 개인을 위한 교육, 직장 창출, 훈련 등이 포함된다. 또 이웃이나 지역에 대한 개발은 사회 재정적 자본을 사회 시스템에 투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택 개발 또는 주택 소유 그리고 여러 자본 투자를 말한다. 물론 ‘개발’은 ‘구제’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일이다.

이것을 위해서 한 교회의 구제사역이 아닌 지역 교회의 연합을 통한 개발사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개교회의 구제 사역만으로는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을 때가 있다. 은혜로 그 일을 감당한다는 결단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좀 더 체계적인 전략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더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지역 교회의 연합을 통해 구제와 함께 개발사역이 전개 되어야 한다.

세 번째 단계 : 개혁(Reform)

개혁은 즉각적인 필요를 채우는 구제와 의존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개발의 차원을 넘어 의존성 문제를 만들거나 약화시키는 사회적 조건과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욥은 “불의한 자의 턱뼈를 부수고 노획한 물건을 그 잇새에서 빼내었느니라”(욥 29:17) 고 말했다. 또 레위기 19장 15절에서 모세는 부자와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특혜를 주는 법률 체계에 대한 하나님의 반대 입장을 말했다.

“너희는 재판할 때에 불의를 행하지 말며 가난한 자의 편을 들지 말며 세력 있는 자라고 두둔하지 말고 공의로 사람을 재판할지며”(레 19:15)

또 사람들의 수입을 쥐어짜는 대금업 시스템에 대한 반대를 표하기도 했다(출 22:25-27). 선지자들은 불공정한 임금에 대해 책망하기도 했고 타락한 사업 관행을 심판하기도 했다.

“그런즉 왕이여 내가 아뢰는 것을 받으시고 공의를 행함으로 죄를 사하고 가난한 자를 긍휼히 여김으로 죄악을 사하소서 그리하시면 왕의 평안함이 혹시 장구하리이다 하니라”(단 4:27)

또 다니엘은 비기독교 국가에서 공무원으로 빈곤층에 대한 자비가 결여되지 않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이것은 교회가 추구해야 하는 정의 사역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교회의 여러 가지 존재 이유 중에 정의 사역에만 온 교회가 많은 에너지를 투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제와 개발 그리고 개혁까지 이루는 이상적인 전략은 좋지만, 그것을 이루기에는 개교회가 너무 큰 짐을 지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정의 사역의 단계를 이룰 것인가?

3. 어디까지가 교회의 역할인가?

팀 켈러는 첫 번째 구제의 일에 지역교회가 집중해야 하고, 두 번째 개발의 사역도 어느 정도 헌신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교회가 개발을 모두 하기는 힘든 일이므로 지역 교회 연합을 통해 함께 이루어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 교회가 세 가지 단계를 모두 하려면 가장 중요한 복음과 말씀 사역이 흔들릴 수도 있다.

개발과 개혁의 사역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드는 일이다. 교회의 재정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개교회가 이 일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또 교회 리더십의 자원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말씀을 전하는 목회자가 지역개발과 관련된 행정 일에 전문성을 갖지 못할 때도 많다.

결국 가난한 사람을 돌보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교회 외 사역단체들과 연관해서 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또는 비영리 조직을 분리하여 지역 개발과 사회 구조 개혁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는 구제와 개발을 힘쓰고 교회에 소속된 사람들 중에 헌신된 사람들이 지역단체들과 연합하여 개발과 개혁에 동참해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팀 켈러는 제도적 교회가 해야 하는 중요한 일과 유기적 교회가 해야 하는 일들을 구분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제도적 교회 안에서는 하나님의 말씀과 복음의 원리를 배우면서 신앙생활을 하고, 유기적 교회에서는 흩어진 평신도들이 각 영역에서 다양하게 하나님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제도적 교회가 전부를 맡아서 진행하기에는 어려운 일이지만, 그 일을 전담으로 하는 단체와 유기적 교회의 신자들이 함께 동참해서 일을 하는 것은 훨씬 수월하게 일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교회의 말씀 사역과 정의 사역은 연결되어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이웃을 향한 사랑의 실천으로 구제와 개발과 개혁을 이루어가야 한다. 개교회가 너무 무리해서 모든 것을 맡게 되면 교회 자체가 가지는 중요한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제에만 집중한다면 의존성과 사회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전체적인 전략을 가지고 구제와 개발과 개혁을 이루어야 하지만, 그 속에서 교회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를 생각하고 개교회가 집중해서 해야 할 일과 지역교회가 연합해서 해야 할 일, 그리고 사역단체와 연결해서 해야 할 일들을 분별해야 한다. 세상의 정의를 실천하는 일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한 일이지만 또한 좀 더 지혜롭고 좀 더 명확한 전략과 단계도 필요하다. 개인의 윤리에만 집중하는 교회가 있고, 개인의 윤리를 배제한 사회 윤리에만 집중하는 교회도 있다. 그러나 언제나 이 둘은 따로 떼어질 수 없는 하나이다. 하나님의 은혜가 개인의 윤리와 사회의 구조 모두에게 영향을 미쳐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더 큰 은혜도 필요하고 더 큰 지혜도 필요하다.

하나님은 세상으로 하나님의 정의가 흐르기를 원하신다. 그 중요한 역할이 은혜를 받은 교회에게 있다. 좀 더 전략적으로 우리는 세상을 섬겨야 한다. [복음기도신문]

결국 교회의 말씀 사역과 정의 사역은 연결되어 있다.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이웃을 향한 사랑의 실천으로 구제와 개발과 개혁을 이루어가야 한다

고상섭 | 영남신학대학교와 합동신학대학원을 졸업, 현재 ‘그 사랑교회’를 개척. ‘팀 켈러 연구가’로 알려져 있으며 CTC코리아 강사로 활동하고 있고 최근 공저한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 를 출간.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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