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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의사가 남긴 삶의 흔적, 예수 그리스도

안수현, 이기섭(엮음) 지음 | 아바서원 | 256p | 2018

자신을 돌보지 않고 잠자는 시간을 쪼개가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했던 안수현 의사를 사람들은 ‘바보의사’라고 불렀다. 환자들의 아픔을 자기 아픔으로 느끼면서 기도하던 의사, 주일을 지키기 위해 쉬는 날을 손해 보면서 하루 더 당직을 서는 것이 당연했던 의사였다.

그 청년 바보의사는 예배를 사랑했다. 아무리 바빠도 주일 예배를 거르는 일이 없었다. 재수생 시절에도, 인턴 시절에도 주일이면 틀림없이 그가 사랑하는 주님께 예배를 드렸다. 매주 시험을 봐야 하는 의대생 시절에도 주일이면 교회 청년들의 성경공부 선생이었고,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이 교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예흔(예수님의 흔적)’이라는 문화사역의 리더로 섬겼다.

그는 참 이상한 의사였다. 밤이면 자신이 돌보는 환자 곁에서 기도했고, 그들에게 예수님을 전했다. 그래서 그를 통해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었는데,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신앙서적이나 찬양음반을 선물했다. 병실에 누워 있는 환자에게는 찬송가 테이프를, 아직 예수님을 믿지 않은 사람에게는 성경을, 환난 중에 낙심한 그리스도인 친구에게는 소망을 심어주는 책을. 그가 매고 다니던 가방에서는 끊임없이 선물들이 나왔다.

수많은 신앙서적들이 그의 앞에 진열되어 있었지만, 그가 찾고 있던 책은 이론이 아닌 실제였다. 행함을 실천하는 삶을 살기 위해 주님의 일에는 다른 일들보다 늘 먼저였고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드렸으며, 주님이 내 삶의 주인이심을 매 순간 삶으로 보여준 그는 참된 그리스도인이었다.

군대에 가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돌보며 자비를 털어 병사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기도 하고, 영창에 갇힌 병사들이 좋은 책을 읽고 변화되기를 바라며 많은 책을 기증하기도 했다. 군의관으로 복무하면서 제대를 앞둔 그는 유행성 출혈열에 감염되었다. 2006년 1월 5일. 그 청년은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애통함 속에서 33세의 아주 짧은 생으로 숨을 거두었다. 그의 소식을 듣고 4000명의 추모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그가 남긴 삶의 흔적을 더욱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청년 바보의사’ 이 책은 그가 남긴 삶의 자취들을 기억하고자 만들어졌다. 첫 번째 책이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것이었다면, 두 번째 책은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책이다. 안수현 형제가 의사로서 썼던 글들도 있지만, 늘 책과 음악을 가까이했던 그가 신앙서적을 읽고 찬양을 들으며 묵상한, 신앙에 관한 글들이 가득한 책이다. 그 책과 음악을 선물 받은 이들은 지금 또 다른 안수현이 되어 그리스도의 사랑을 삶으로 나누고 있었다.

안수현 형제를 기억하고 싶은 그의 동료, 선후배, 친구들이 그를 처음 만난 시간부터 그에게 받은 따뜻한 사랑을 기록하며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글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가 남긴 삶의 흔적,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들이 너무 감동되었고, 그가 베푼 소중한 섬김으로 인해 이별의 아픔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그가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함께 웃고 울어주었던 것처럼 그렇게 사랑하고 섬기지 못했을 나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퍼주는 사랑으로 늘 한결같았던 사람, 언제나 도움이 필요할 때 항상 가장 먼저 손 내밀었던 사람, 가족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고민과 어려움을 끝까지 다 들어주었던 사람, 병원 안의 구두닦이 아저씨, 매점 아주머니에게도, 조선족 할아버지에게도 힘이 되어주었던 사람. 참 바보같이 살았던 사람. 그는 참된 그리스도인 안수현이었다. 생명과 희생 없이 드리는 형식적인 예배 아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되어 예배했던 그의 삶은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심장을 쿵쿵 두드리고 있다. 십자가에서 거저 받은 사랑 아낌없이 흘려보내라고. [복음기도신문]

정준영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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