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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C 칼럼] ‘복음 중심’의 참된 의미

▲ 사진: unsplash

 ‘복음 중심’은 영어를 사용하는 기독교 역사에서 거의 새로운 용어다 

지난 15년 동안 미국 복음주의에서 ‘복음 중심’(gospel-centered)이라는 말보다 더 큰 유행어는 없었다. 책 제목만 검색해도 복음 중심이라는 말은 결혼, 상담, 일, 제자도, 학생, 청소년 및 아동 사역, 입양, 육아, 장례식, 해석학, 지역 사회, 회복, 전도, 시민권 등 수도 없을 정도로 다양한 경우에 사용되고 있다.

그럼 이 복음 중심이라는 문구는 어디에서 온 걸까? 구글 엔그램(Google Ngram)은 하이픈으로 연결된 단어가 2000년대 중반부터 점점 더 인기를 얻었고, 약 10년 전에 그 인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물론 ‘복음’은 영어권에서 아주 오래된 단어다. ‘복음’이라는 단어는 1900년대 초만 해도 훨씬 덜 사용되었지만(출판물에 사용된 빈도수를 기준으로) 2000년에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복음 중심’ 및 ‘복음 주도’(gospel-driven)라는 단어의 영향 때문이다.

‘중심’은 1900년경 까지만 해도 드물게 사용된, 그러니까 아주 현대적인 단어다. 1900년대까지만 해도 ‘복음 중심’ 또는 그 파생어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고, 심지어 ‘중심’이라는 단어는 아예 KJV뿐 아니라 ESV 또는 NIV 성경 번역에도 나오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신조어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복음 중심’은 영어를 사용하는 기독교 역사에서 거의 새로운 용어다. 그리고 이 말이 1960년대 들어 형용사로 사용되기 시작했을 때에도 복음주의 교회보다는 진보적인 교회를 표현하는 쪽으로 더 많이 쓰였다.

처음 사용

‘복음 중심’과 비슷한 말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세기 말 영국 본머스 복음주의 회중교회의 목사인 존스(J. D. Jones)의 설교에서였다. 존스는 선교 운동과 더불어 다른 세계적인 종교가 부상하면서 제기하는 도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사도들의 가르침을 교회가 따라야 하는 권위 있는 지침으로 삼은 그는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며 지중해 세계를 여행했다고 선포했다. “그들은 복음을 선포했는데, 그것은 십자가에 중심을 둔 복음이었다.”(“They want to preach a Gospel and their Gospel centered on the cross.”)

여기서 ‘Gospel centered’는 명사면서 또한 동사인데, 그의 설교는 앞으로 이 말이 현대에 어떻게 사용될지를 예시하고 있다. 사회적 복음의 초창기에 존스는 복음적 호소가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에서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십자가만이 죄인이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루터교와 자유주의

‘복음 중심’은 1960년대에 들어 형용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근대 독일 루터교 신학자인 폴 알타우스(Paul Althaus)의 저술을 포함하여 주로 루터교에서 자주 발견되었다. 큰 영향력을 끼쳤던 그의 책, ‘마틴 루터의 신학’(The Theology of Martin Luther, 1966)에서 알타우스는 루터가 왜 ‘복음 중심의 해석’에 집착했고, 또는 왜 ‘믿음으로만 의롭다함을 받는 복음’을 고수했는가에 대하여 길게 설명했다.

그때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알타우스는 복음 중심의 해석이 종종 성경 본문의 의미를 대체하고, 성경 본문 속 ‘모순’과 ‘부정확함’까지도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복음 중심’은 사실상 ‘성경 중심’의 반대에 가까운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복음주의 해석자에게 ‘복음 중심’은 사실상 ‘성경 중심’과 같은 의미다. 오류 없는 하나님의 말씀은 메시아 예수에 대한 좋은 소식을 완벽하게 전달한다. 그러나 2001년에 낸 ’미국 자유주의 신학의 형성‘(The Making of American Liberal Theology)에서 진보적 신학자이자 역사가인 개리 도리엔(Gary Dorrien)은 ’복음 중심‘을 반복해서 사용하면서 ’사회 복음을 위한 신학‘(A Theology for the Social Gospel, 1917)을 저술한 북부 침례교 목사이자 월터 라우센부쉬(Walter Rauschenbusch)와 같은 사회 복음 개척자들의 철학을 설명했다.

21세기 초에 들어서 ‘복음 중심’의 복음주의적 사용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용이 하나의 표준은 아니었다. 이 구절은 이제 성경 해석에 대한 주류 또는 진보적 토론이나 사회 사역에 대한 견해를 표현하는 데 더 자주 사용된다. 가톨릭과 몰몬교를 포함하여 다른 그룹도 ‘복음 중심’을 간헐적으로 사용한다. 놀라울 정도로 인기있는 몰몬교 작가이자 리더십 전문가인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The Seven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 1989)을 쓴 저자이기도 한데, 그는 한때 모든 몰몬교 성도가 추구해야 할 사역의 중심으로 ’복음 중심의 가정 생활‘을 언급하기도 했다.

개혁주의와 보수주의

‘복음 중심’이 어떻게 복음주의와 개혁주의 수사학의 정착물로 바뀌었는가? “[특정 텍스트]를 읽었기 때문에 [특정 아이디어]를 믿기 시작했다”라고 분명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 지적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복음 중심’을 향한 복음주의적 추세에 있어서 두 가지 주요 촉매제는 2005년 TGC(The Gospel Coalition) 창립과 2006년 그레엄 골즈워디(Graeme Goldsworthy)가 발간한 ’복음 중심 해석학‘(Gospel-Centered Hermeneutics)이다.

골즈워디는 시드니에 있는 무어 신학대학에서 가르친 적이 있는 호주 국적의 성공회 신학자다. 골즈워디가 그의 책에서 주장한 내용 중 일부는 복음 중심의 해석학이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에 기초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알타우스와 별반 다르지 않게 들린다. 그러나 골즈워디에게 복음 중심의 해석은 결코 성경 본문 자체를 앞설 수 없고, 또한 성경의 핵심 메시지와도 일치한다. “구속 계시, 하나님의 말씀, 그것은 다 예수 그리스도께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그는 결론을 내린다.

저스틴 테일러(Justin Taylor)는 2006년 TGC에서 골즈워디의 책에 대해서 글을 썼다. 싱클레어 퍼거슨(Sinclair Ferguson)은 2007년에 ‘그리스도 안에서 오직: 복음 중심의 삶을 살기’(In Christ Alone: Living the Gospel-Centered Life)를 출간했으며 2010년에 이르러서는 복음 중심의 댐이 터진 것처럼 보였다. 2011년에 이르기까지, 매트 챈들러(Matt Chandler)와 트레빈 왁스(Trevin Wax)는 ‘복음 중심’이 얼마나 자주 사용되는지를 주목했고, ‘가짜 복음들’(Counterfeit Gospels, 2011)에서 왁스는 이 말을 ‘유행어’(buzzword)라고 불렀다.

TGC는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TGC ‘창립 문서’의 하나인 ‘사역을 위한 신학적 비전’(Theological Vision for Ministry)은 ‘복음 중심’이라는 구절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TGC와 Crossway는 2011년에 D. A. 카슨(D. A. Carson)과 팀 켈러(Tim Keller)가 공저한 ‘복음 중심 사역(Gospel-Centered Ministry)’을 출간했다. 최근 TGC 웹 사이트에서 ‘복음 중심’을 검색한 결과 무려 8,612건이 나왔다.

“TGC의 경우 복음 중심이라는 용어는 설교와 전도에 대한 강조, 개혁주의 전통에서 은혜를 강조하는 데에 대한 존경, 정경 전체가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고 보는 성경 신학적 강조 등 세 가지를 통칭하는 하나의 약칭이다”라고 팀 켈러는 말했다. 그는 또한 리디머 교회에서는 우파의 근본주의 교회뿐 아니라 좌파의 주류 교회와 구별하기 위해서도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너무도 복음 중심?

그러나 2010년이 되면서 복음 중심의 추세에 대한 의구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데인 오틀런드(Dane Ortlund)는 TGC에서 ‘과도한 복음 중심’이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가장 현명한 접근 방식은 적절한 개념 내에서 알곡과 가라지를 잘 구분하는 것이라고 그는 결론지었다.

이런 식의 신중함은 지난 10년 동안 복음주의 및 개혁주의 매체에서 정기적으로 나타났다. 2019년 Desiring God은 용서와 의로움에 모든 초점을 맞추게 되면 기독교적 순종이 주는 기쁨이 손상될 수 있다고 주장한 존 파이퍼(John Piper)의 메시지를 게시했다.

2020년 9Marks는 “오늘날 복음 중심의 설교가 왜 잘못되었는가?”를 주제로 저널을 발간했다. 그 발간은 TGC 이사 중 한 명인 데이비드 헬름(David Helm)에게 영감을 받은 결과였는데, 그는 복음 중심이 되기 위해 너무 서두르는 경우, 9Marks의 조나단 리만(Jonathan Leeman)이 설명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리만은 이렇게 말했다. “(만사를 다 복음 중심으로 바라볼 때) 젊은 설교자들은 게으르고 자신의 텍스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너무 빨리 그리스도에게로 달려간다. 그들은 주의 깊은 주석 작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 또는 특정 텍스트가 전하는 요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정경이 말하는 복음을 향해 나아가는 바른 길을 제대로 취하지 않게 될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러한 주해적 게으름은 결과적으로 사실상 성경 본문이 항상 신뢰할 수 있거나 신앙을 세우는 데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그리스도를 제대로 전파하기 위해서는 알타우스와 같은 모더니스트가 권장하는 유형, 즉 성경적 해석보다는 무조건 ‘복음 중심적인’ 설교를 하는 게 우선이라는 경향으로 되돌릴 것이다. 복음적이거나 개혁주의 복음 중심의 설교가 무엇을 의미하든, 그것은 항상 우리로 하여금 성령의 영감을 받은 성경 전체를 면밀히 연구하도록 이끌어야만 한다.

엔그램은 2019년에 이르러서 ‘복음 중심’의 사용이 약간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개념은 특히 복음주의 교회가 정치에서 도덕주의, 그리고 ‘생활 설계’ 전략에 이르기까지 복음을 벗어난 다른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하려는 유혹 앞에서 바른 방향으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함으로써 나름의 역할을 유지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복음 중심이 온전히 권위있는 하나님의 말씀에서 나온 메시지일 때, 또한 오직 그리스도만을 통한 구원이라는 메시지로 우리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할 때, 우리는 더 열렬한 복음 중심이 되어야 한다.

복음적이거나 개혁주의 복음 중심의 설교가 무엇을 의미하든, 그것은 항상 우리로 하여금 성령의 영감을 받은 성경 전체를 면밀히 연구하도록 이끌어야만 한다 


Thomas S. Kidd | 토마스 S. 키드는 베일러 대학(Baylor University)의 역사 교수. ‘복음주의자는 누구인가?(Who Is an Evangelical?)’를 포함하여 많은 책을 저술했다.

이 칼럼은 개혁주의적 신학과 복음중심적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The Gospel Coalition(복음연합)의 컨텐츠로, 본지와 협약에 따라 게재되고 있습니다. www.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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