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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나무로 만든 십자가… 자아가 죽어야 주님이 쓰신다

나무 십자가 조각가 우예본 권사(슈브아트갤러리 대표)

돌 같은 나를 품으신 예수님을 형상화한 십자가. ‘예수는 나의 힘이요.’를 외치며 바라보는 사람에게 불끈 힘을 주는 나무 십자가. ‘이제 어찌할꼬.’ 답답한 마음을 표현한 나무 십자가. 그리고 예수님의 옷자락을 담은 십자가. 참으로 다양한 모습의 나무 십자가를 만날 수 있는 십자가 슈브아트갤러리(경기도 안성) 대표 우예본 권사를 만났다.

– 정말 이런 형상의 십자가는 처음입니다. 이런 십자가를 만들게 된 데는 많은 사연이 있겠지요.

“한때 10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회사를 경영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고난 끝에 예수님을 만났어요. 처음에는 예수님을 믿으면 재정적으로 축복해주실 것으로 알았어요. 그러나 주님의 뜻은 그렇지 않았어요. 한동안 마치 제 몸을 거꾸로 세워놓고 눈이 땅 속에 박혀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죽고 싶었죠. 그런 결심도 했지만, 실제로는 죽을 수 없었어요. 그런 상황에 십자가를 만들었습니다.”

생애 생명을 잃을 만큼 좌절

– 십자가를 만난 상황을 조금 더 나눠주세요.

“풍족하게 살다가 사업에 실패하고 통장에 돈 한 푼 없으니 정말 어려웠어요. 그래서 평택 거리에 돈을 주우러 나갔어요. 땅에 시선을 박고 돌아다니니 10원짜리, 100원짜리 때로는 1000원짜리가 보이더군요. 저녁에 그 돈을 펼쳐놓고 기도했어요. ‘아버지 하나님. 이런 동전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런 작은 돈으로도 주님은 놀라운 역사를 하실 줄 믿습니다.’ 그리고 한참 모은 돈을 나누고 동사무소에서 얻어온 이면지 종이로 곱게 싸서 은행에 갔어요. 하지만 은행측은 동전받는 날이 아니라 합니다. 거금 3만 2015원이었어요. 다시 기도했어요.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부터 하겠다고. 그래서 산으로 기도하러 올라갔어요. 어느 날 기도하고 주먹밥을 우걱우걱 먹는데 근처에 손바닥만한 소나무 관솔에서 주님의 모습이 보였어요. 그것을 집으로 가져왔어요. 문구용 커터 칼로 깎았어요. 그게 십자가 목걸이가 됐어요. 뭐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에 십자가를 들고 울고 기도하며 감격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때가 2012년이었는데 그렇게 나무 십자가가 제 삶에 깊이 개입하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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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은 나무에서 발견한 십자가. ⓒ 복음기도신문

– 놀랍습니다. 어떻게 죽은 소나무에서 주님의 모습을 보셨을까요?

“소나무는 죽을 때 두 가지 일을 해요. 가장 빨리 썩을 부분을 결정하고 또 수천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기름(송진)을 남기죠. 썩은 부분에 송진이 쌓이는데 그렇게 남은 것을 관솔이라고 해요. 그 관솔이 아주 오래되면 호박석이 돼죠. 제가 산에서 집으로 가져온 것은 그저 그런 썩은 나무의 관솔일 뿐이었죠. 그런데 저는 그 안에 주님이 계실 것이란 생각이 들어 칼로 하루 종일 다듬기 시작했어요. 그 나무에서 십자가가 나온 거예요. 그리고 십자가를 계속 만들어 벽에도 걸고 집안 곳곳에 걸어놓고 주님과 대화를 했어요.”

– 썩은 나무에서 십자가를 발견했다는 게 은혜네요.

“아주 늦게 주님을 영접했는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목표는 없었어요. 그저 기도에 집중하겠다는 마음으로 나무를 깎고, 십자가를 만들었어요. 지금도 기도하며 나무를 깎는데 하루 12시간씩 기도하는 셈이죠. 그렇게 나무를 깎는데 나무에서 주님의 활짝 웃는 모습이 보이는 듯 했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돈이 없어 그저 문구점에 파는 커터 칼을 구입해 작업했어요. 그런데 그 커터 날을 살 돈도 없고, 참 힘들었어요. 베란다에 방석을 깔아 놓고 겨울에는 두터운 외투를 입고 추위를 달래가며 작업을 했어요. 목장갑 살 돈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떨어진 장갑을 주워다가 빨아서 손가락 부분만 잘라서 몇 겹씩 묶어 사용했어요. 칼에 베여 손에 피를 흘린 날도 많았죠.”

썩은 나무에서 주님의 형상 발견

– 그렇게 십자가를 만드셨군요.

“순종하면 주님의 계획이 있을 것으로 여겼어요.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분이 제게 떡을 보내셨어요. 제가 한 목사님에게 감사의 표로 십자가 목걸이를 선물했는데 그것을 보고 제게 십자가를 부탁하려고 미리 떡을 보내셨다는 거예요. 그렇게 한 명 두 명씩 십자가를 가져가곤 했어요. 그리고 저는 또 한동안 성경 필사를 했어요. 처음에는 지나간 다이어리에 기록했어요. 노트를 살 돈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기독교백화점 사장님이 성경 필사용 노트와 볼펜이 있다고 하시며 세일해서 주셨어요. 그것으로 6개월 만에 성경 필사를 완성했어요. 정말 하루에 2~3시간만 자면서 열심히 기쁜 마음으로 썼어요. 당시는 자녀들이 있었는데 제가 그렇게 어렵게 사는 것을 몰랐어요. 단지 그림을 그린다니까 물감을 선물해줬어요. 그것으로 그림을 그리고, 십자가와 함께 첫 전시회를 갖게 됐어요.

– 미술을 전공하셨나요?

“네. 대학 때 미술을 전공하고 학교 졸업하고 미술학원을 운영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벌인 일이에요. 학교 졸업하자마자 부산에서 3~4명의 수강생으로 학원을 시작했어요. 나중에는 50명 넘는 학생이 몰려왔어요. 덕분에 열 개 이상의 학원을 운영하며, 매일 새벽 2~4시에 집에 들어왔어요. 그런데 아무리 많이 벌어도 10억 원 이상은 안되더군요. 돈을 더 벌려고, 자동차부품회사, 케미칼 회사 등을 했어요. 그런데 시장의 특성을 잘 모르고 사업을 확장하다가 한계에 이르고, 몇 년간 행정재판을 받게 되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던 거죠. 그리고 마침내 부도가 나면서 긴 여정이 끝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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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방에서 작업하고 있는 우예본 권사. 제공: 슈브아트갤러리

– 참 다양한 삶을 살아오셨군요. 조금 전에 말씀하시던 그 전시회는 어떻게 됐나요?

“조명도 없는 일반 가정집에서 전시회를 가졌어요. 십자가 100점과 그림 30점을 걸어놨는데 모두 판매 됐어요. 그때가 2016년이에요. 난생 처음으로 돈을 만진 기분이었어요. 식탁에 펼쳐놓고 돈을 한참 구경했어요.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기도했어요. 그런데 그 무렵 제 작업실 근처에 조금 이상한 종교집단에 빠져 재산과 삶을 탕진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수백만 원을 들고 그곳에 찾아갔어요. 그곳에 계신 몇 분들이 제게 도움을 요청해서 제가 그곳에서 몇 사람을 데리고 나왔죠. 처음에는 위협적이었는데 그 돈을 받고 더 이상 우리의 측근들을 건드리지 않더군요. 남은 그 돈으로 다시 재료를 구입해서 십자가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나무 십자가와 그림 전시회

– 작업실은 있었나요?

“처음에는 한옥을 만드는 어떤 노인이 운영하는 작업장 한 켠에서 시작했어요. 처마 밑에 나무가 잔뜩 쌓여 있는 집이었어요. 그분이 쓰고 버리는 손바닥만한 나무조각들을 얻어서 작업했어요. 그 분이 버린 나무는 70~100년 된 것들이었어요. 제가 십자가 만들기는 좋았죠. 그러다 지인의 도움으로 창고형 60평 공방을 후원 받아서 작업장을 옮기게 되고, 일 년간 열심히 작업을 하고 전시회를 가졌어요.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 두 달간 연장 전시로 모든 작품이 다 판매됐어요. 그리고 올해 2021년 초에 이곳 안성으로 이사했어요.”

– 이런 십자가를 만드시는 선생님의 십자가에 대한 신앙은 어떻게 형성됐는지 듣고 싶습니다.

“십수 년 전 제가 아무런 소망이 없을 때, 동생이 회사에 출근하며 노트북으로 목사님 설교를 틀어놓고 갔어요. 그런데 동생만 집을 나서면 바로 끄고 듣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노트북이 잘 꺼지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창틀에 머리를 기대고 말씀을 듣는데 저도 모르게 정자세로 설교를 듣고 있었어요. 갑자기 예수님의 십자가의 의미가 깨달아지면서 주님이 제 앞에서 손을 내미시는 것이 느껴졌어요.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어요. 제가 주님 손을 잡는 순간 온몸이 감전되듯이 뜨거웠어요. 그리고 울면서 방안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외쳤죠. 그리고 성경책을 펴놓고 저도 모르게 찬송가를 불렀어요. 다른 사람에게 받은 칭찬이 모두 회개거리였어요. 저의 교만함을 깨닫게 되고, 저라는 존재가 너무 더럽게 느껴졌어요. 그날 이후로 매일 그렇게 고백하며 회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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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을 품은 나무 십자가. ⓒ 복음기도신문

– 그런 은혜가 있으시군요. 그래서 십자가가 남다르게 느껴졌겠군요.

“나무를 가까이 하다 보니 썩은 나무가 좋아지더군요. 나무는 일단 완전히 죽어야 자신을 드러내거든요. 그렇듯 사람도 자아가 완전히 죽어야 주님이 그 사람을 편하게 사용하실 수가 있죠. 나무에서 깨달은 은혜에요. 또 나무로 작업을 시작하면 마음속으로 그 나무의 덩치만큼 ‘그런 크기의 십자가가 나오겠구나.’ 그렇게 상상을 하죠. 그런데 죽은 나무다 보니 그 안에 살고 있던 벌레도 나오고 잘라버릴 부분이 많아요. 그러다 보면 나중에 아주 조그만 십자가가 나올 때가 있어요. 그때 깨달았어요. 주님은 내가 이렇게 허물 많고 더러워도 99%를 없애고 단 1%를 쓰시기 위해 나를 이렇게 사용하시는구나. 놀라운 은혜였어요. 그 이후에 작업할 때 스케치를 하지 않아요. 그냥 나무 앞에서 ‘주님이 하십니다. 주님께 맡깁니다.’ 그렇게 기도하며 작업을 하죠. 또 나무 안에 돌이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 돌을 빼내려고 하면 주님이 ‘아니야 그 돌은 너야.’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 그냥 둬요. 놀라운 경험인데요, 돌은 나무를 품지 않지만, 나무는 돌을 품어요. 돌이 나무에 꽉 박히면 나무는 돌이 숨 쉬는 공간을 허용해요. 나무는 자기의 살을 다 썩게 만들면서 공간을 돌에게 내어주는 거죠. 참 놀랍죠. ‘아, 주님, 제가 돌이군요. 주님께 박혀서 이토록 아프게 해도 주님은 끝없는 세월동안 저를 귀하게 여기고 손상하나 안 입히고 품어주셨군요.또 나무는 헌신적이에요. 아낌없이 우리에게 몸을 내어줘요. 자율적으로 믿고 자율적으로 기능하죠. 이 말은 만약 나무가 기둥을 살리려면 나무가 알아서 뿌리가 썩어가도록 내버려 둬요. 또 가지가 길어지면 그 가지를 살리려고 나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주름을 지으며 반대쪽으로 기울어져요. 기둥은 뿌리에게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뿌리가 움직이죠. 또 나무는 뿌리부터 죽어요. 뿌리 없이는 가지가 존재할 수 없어요.”

– 정말 놀라운 은혜네요.

“제가 은혜를 받고 가장 먼저 든 것은 ‘자유함’이었어요. 세상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자유함을 갖게 된 것이죠. 과거의 저는 온몸을 돈으로 칭칭 감아놓고 ‘나 잘 살아. 나 부자야. 난 법 없어도 살 사람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교만과 더러움에 싸여 있는 존재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운 모습이죠. 나무로 작품을 만들면서 썩은 나무가 바로 나라는 사실을 더욱 실감하고 있어요. 벌레가 나오면 내 모습 같고, 곰팡이가 나와도 나인 것만 같아요. 때로는 희한한 돌이 박혀 있기도 해요. 그럴 때면 내가 그만큼 주님께 대못을 박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십자가를 만들고 나무에 별도로 덧칠을 하지 않아요. 그냥 있는 그대로 들기름 같은 식물성 오일만 바릅니다. 우리 인생에 금칠한다고 금 인생 되는 게 아니고 귀중한 다이아몬드 보석을 낀다고 내가 다이아몬드 인생이 되는 게 아니니까요.”

<이상 247호에 게재>

– 십자가 작품에 그런 깨달음이 담겨져 있군요.

“네 그래요. 돌 같은 나를 품으신 예수님의 십자가. 우리가 바라보기만 해도 힘이 나는 ‘예수는 나의 힘이요.’라고 명명한 십자가. 두 어깨를 축 늘어뜨린 듯한 답답한 마음을 표현한 나무 십자가. 예수님의 옷자락을 담은 십자가. 온몸이 뒤틀어진 십자가. 춤추는 십자가 등등 수많은 십자가가 나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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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방에서 작업하고 있는 우예본 권사. 제공: 슈브아트갤러리

– 슈브갤러리의 슈브는 어떤 뜻이 담겨있나요?

“저는 창세기 1장 1절 말씀이 너무 좋아요. 이 세상 만물이 모두 이 말씀으로 비롯됐으니까요. 그리고 너무 늦게 주 안에서 철이 들어서 시간도 아끼고 후회 없이 살자고 생각했어요. 그런 마음으로 기도하는데 어느 날 슈브라는 말이 제 입에서 나왔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슈브라는 히브리어가 있는데, ‘회개하다, 토해내다, 돌이키다’ 그런 뜻이라고 해요. 이곳에 다양한 십자가가 전시되어 있는데 기도로 회복되기 원하는 분들이 오시면 좋겠어요. 갤러리 안에 기도공간도 있으니 오셔서 십자가도 보고, 주님의 마음을 깨닫고 회복되시기를 기대합니다.”

– 기도제목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슈브는 갤러리이기도 하지만, 수백 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선교공동체이기도 해요. 회원들은 한 달에 5000원씩 회비를 내고 교도소 방문 등 다양한 곳을 섬기고 있어요. 그림 그리는 분, 바리스타, 피아노 등 다양한 은사를 가지신 분들이 모이고 있어요.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활동이 조금 뜸하지만 이들과 함께 기도하며 다양한 모임을 갖고 있어요. 앞으로는 여기 근처에 기도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기도하는 공동체로 거듭나고 싶어요. 이곳을 찾는 많은 분들이 슈브(회복)하는 곳으로 사용되기를 기도합니다.” [복음기도신문]

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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