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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선 칼럼] 노예제도에 대한 단상(斷想)

ⓒ 오후경

(딤전 6:1-2) 무릇 멍에 아래 있는 종들은 자기 상전들을 범사에 마땅히 공경할 자로 알지니 이는 하나님의 이름과 교훈으로 훼방을 받지 않게 하려 함이라 믿는 상전이 있는 자들은 그 상전을 형제라고 경히 여기지 말고 더 잘 섬기게 하라 이는 유익을 받는 자들이 믿는 자요 사랑을 받는 자임이니라 너는 이것들을 가르치고 권하라

1. 노예제도에 대한 현대인들의 질문

현대의 사람들은 신약 성경에서 바울이 왜 노예제도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한다. 여기에 대해 기독교인은 무엇이라고 대답해야할까? 답을 하기는 상당히 애매하다. 그런데 설날 아침 떡국을 먹으면서 큰 아들과 대화를 하던 중에 나름 답이 될 만한 것을 찾은 것 같기도 하다. 그날 아들과 대화를 했던 것을 정리했다.

2. 전통과 인습

아들과 이야기가 시작된 것은 Tradition is just peer pressure from the dead. 라는 문장에서부터였다. 아들은 이 문장이 웃긴다고 했다. 나는 사실 이 문장이 왜 웃기는지 알지를 못하겠다. 영어 공부한다고 미국 영화를 자막 없이 볼 때가 있다. 그런데 미국 애들은 막 웃는데 나는 웃지를 못하겠다. 영어가 안 들려서도 웃지 못하지만 문화가 다르니 그것이 왜 웃기는지를 몰라서 웃지를 못한다.

Tradition is just peer pressure from the dead. 라는 말은 전통이란 것이 죽은 자들의 또래 압력일 뿐이라고 해석된다. 이 문장은 전통을 웃기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인터넷에서 누가 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그냥 단지 사람들을 웃기려고 만든 문장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장을 보고 웃으면서부터 다수의 사람들 머릿속에는 전통을 좋지 않게 여기는 인식 경향이 남게 된다. 큰 아들은 웃자고 한 말인데 아버지인 내가 이 말을 진지하게 생각하니까 약간 당황이 되는 모양이다. 내가 좀 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나는 아들에게 전통을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전통은 후손들이 계승해야 할 좋은 것이며 좋게 여길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만일 바꾸어야 할 것이라면 그것은 인습(因習)이라고 했다. 나중에 한 번 더 말하면서 이 영어 문장에서는 전통을 뜻하는 tradition을 쓰면 안 되고 인습에 해당하는 conventionality 를 써야 한다고 보는 것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그러나 설날 아침에 말할 때에 아들은 노예제도와 같은 것은 이전에는 전통으로 여겨졌으나 나중에 사람들이 노예제도를 폐지한 좋은 예라고 했다.

3. 노예제도 폐지의 진짜 이유

가. 노동력의 전환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노예제도는 나쁜 것으로 여겨져서 폐지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노예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폐지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이전에는 노예제도가 나쁜 것이고 문제 있는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지성과 논리력의 대표자라고 할 만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노예를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고 여자 또한 후세를 이어갈 자손을 낳는 존재 정도로 여겼다. 그가 생각할 때에 진짜 인간은 지식을 배우고 상당한 정도의 재산을 갖고 있는 자들이었다. 이런 생각은 중세 때까지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내가 볼 때에 노예제도에 변화가 온 것은 사람들의 윤리의식이 높아져서 없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노예가 담당해야 할 사회의 생산능력을 기계와 산업이 대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노예를 해방하고 노예제도가 폐지될 때에 남북전쟁을 치러야 했다. 그 이유는 북부는 노예가 없어도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기계 산업 중심이었고 남부는 아직 노예가 필요한 농업 중심의 체제였기 때문이다. 나중에 북부가 이겨 노예제도는 폐지되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은 생산력으로서의 노예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노예제도가 폐지되었다는 것이다. 만일 노예제도를 대치할만한 사회생산의 구조가 없다면 내 생각에 아마 지금도 노예제 사회였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즉 돈이 있는 사람들은 고대의 노예들이나 중세의 농노들에게 먹고 사는 것을 제공하는 것보다 기계를 통해 생산하는 것이 더 쌌기 때문에 체제의 변화를 만들기도 하고 허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돈이 있는 사람들만이 그런 사회의 변화를 추구한 것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에게 그와 같은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노예나 농노의 사회가 아니고 시민의 사회, 그리고 국민의 사회로 전환한 것이다. 노예제를 거쳐 경제적으로는 노예이고 법적으로는 자유였던 농노는 이제 자신의 노동력이 대가를 받고 제공되며 또 자신이 모은 재산을 지키기 위해 법과 언론과 자유의 개념이 형성되고 발전하는 사회를 환영했다. 유럽 사회에서 백인들이 먼저 농노에서 벗어나고 시민이 된 후에 흑인 노예들도 같은 원리를 따라 해방된 것이다.

나. 사회 체제를 구성하는 순서

그렇다면 인간과 인간이 동등하며 노예로 삼으면 안 된다는 그런 논리가 고대에도 있었는가? 그런 사람들이 소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에 기록될 만한 가치로 여겨지지 않았다. 오히려 고대 사회에서는 노예가 당연한 것이었고 중세에는 농노가 당연시되었다. 당연하게 여겨졌다는 것은 노예와 농노가 있는 신분제 사회가 옳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신분제 사회를 옳다고 여길 윤리와 도덕이 당시에 정해져 있었다. 그러니까 이 말은 윤리와 도덕이 먼저 형성되고 그 다음에 정치 경제 체제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 경제 체제가 만들어지고 거기에 맞춰 윤리와 도덕의 관념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경에서도 보자. 모세가 히브리인들로 하여금 이스라엘이란 나라를 만들게 할 때에 그들에게는 정복된 가나안 땅이 주어졌다. 12지파에게 균등하게 배분되었다. 이것은 경제적 문제가 해결 된 후에 정치와 사회와 윤리와 도덕의 구조가 실행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 체제가 실현되지 않았는데 정치와 사회와 윤리와 도덕을 말한다는 것은 공허한 것이 된다.

신약의 기독교 개념에서도 ‘하나님의 나라’ 라는 것이 신자들에게 실현되었다고 혹은 최종적으로 그렇게 하나님의 나라가 주어진다고 믿기 때문에 예수님의 새 계명은 유효한 것이 된다. 만일 하나님의 나라가 믿어지지 않는데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서 산다는 것은 공허한 것이 된다. 믿지 않는데 어떻게 실천이 있는가? 그럴 수 없다.

아들과의 대화에서 나는 내 아들이 한 가지를 착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인간이 무슨 고상한 윤리와 도덕이 있어서 노예제도가 잘못된 것이고 나쁜 것이라고 여겨 마침내 그것을 폐지하게 된 것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류의 일반적인 역사는 아주 실제적이다. 노예제도가 없어진 것은 인간의 윤리와 도덕이 승리한 것이 아니라 노예를 대신할 수 있는 생산체제로서 기계를 발명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노예나 농노보다는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 더 이익이기 때문에 노예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4. 현대에는 노예가 없는가?

한 가지 문제를 더 보자. 지금 우리의 세상은 일반적으로 볼 때에 노예가 없다. 이 말은 현재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나라들과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나라들이 있으니 두 체제를 나누어서 볼 필요가 있다. 북한과 같은 나라에서 인민의 지위는 무엇일까? 북한 사회주의 법에서 볼 때는 자유가 있고 지상낙원에서 사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남한 사람으로 볼 때에 북한에서 살 것인가? 하면 아마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북한체제에서 살지 않을 것이라고 할 것이다.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한국은 어떤가? 최근에 아기를 죽이는 부모나 양부모들이 많이 보도되고 있다. 왜 자녀를 죽이는 것일까? 그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일반적인 이유는 키울만한 환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는 갓 태어난 아기가 우유를 토한다고 때려서 죽였다. 이게 말이 되는가? 아주 뉴스를 듣는 것 자체가 두렵다. 그런데 왜 이런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는가? 생각해보면 그것은 역시 자녀를 키울만한 넉넉한 환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포기하고 자녀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나는 그래도 그들에게 어떻게 서든 결혼하고 자녀를 낳으라고 말해준다. 정말 하나님을 믿는다면 하나님께서 그 아기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책임져 주신다고 말해준다. 그런데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그런 결심을 하는 것이 어렵고 자녀가 태어나면 그 아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기고 결국은 그 아기를 죽이는 비참한 결과에 이르기도 한다.

나는 고대 노예제 사회를 생각해본다. 그 시대에 노예가 아기를 낳았다고 노예 부모가 그 아기를 죽이겠는가? 그렇지 않다. 그 아기는 주인이 볼 때는 이익을 줄 생산도구이다. 그러니까 잘 양육되게 해준다. 나는 일반적인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특수한 상황을 들어 말하지 말기를 바란다. 한마디로 고대 노예들은 자녀를 낳았다고 해서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는 사람들이 그리고 직업이 없는 사람들이 결국은 아기를 죽이는 상황처럼 극단까지는 가지 않는다. 또 어떤 사람은 범죄를 저지르면서 경찰에게 말하기는 자신은 벌어먹고 살기가 어려우니 제발 교도소에 가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단다. 이런 사람들은 자유인이기보다는 노예인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이런 세상을 보면서 우리의 사회가 정말 노예제 사회보다 나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일반적으로 나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먹고 사는 문제조차도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주인에게 소유된 노예의 삶이 더 나은 것이다.

5. 성경이 말하는 세상

성경은 노예제 자체를 비판하지 않는다. 그것은 당시의 세상을 이루는 체제였다. 체제가 바뀌는 것은 정말 쉬운 것이 아니다. 이것은 어쩌면 거의 하나님의 주권에 달려있는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성경은 어떤 체제를 말하지 않고 대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떠해야 할지를 말한다. 그것은 주인은 종을 아껴주고 종은 주인에게 충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체제의 사회이든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를 형성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가치이다.

이제 가장 본질의 이야기를 하자. 사람의 역사에서 인간의 이익을 따라 이와 같이 노예체제가 형성되기도 하고 폐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세상에서 또 다른 형태의 노예 같은 모습이 있다고 본다. 기업에 취직한 사원들이 말하기를 영혼을 팔아야 직장생활을 한다는 말을 한다. 영혼을 판다는 말은 내 생각에 노예가 된다는 말로 들린다. 내가 잘못 들었는가? ‘갑질’ 행위는 고대 노예 사회에서 아주 포악한 주인의 행위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사람과 사람사이에 노예가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신다. 왜냐하면 인간은 여하튼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으로 창조된 존재이다. 그러나 죄로 인해서 그 형상과 모양은 파괴당했다. 지금 인간은 그 부분 파편만 남은 상태에서 오늘날의 일그러진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여기서 노예제도가 있고 그 어떤 체제인들 없겠는가?

그리스도인은 그 어떤 체제에서이든지 하나님의 나라를 허락받은 존재이고 그 하나님의 나라의 원리가 이 땅에서 실현되고 실천되도록 힘쓰는 자들이다. 그것이 곧 이 세상에서 소금과 빛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복음기도신문]

조용선 선교사 | GMS(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선교회) 소속으로 중국에서 사역 중 추방된 이후 인터넷을 활용한 중국 선교를 계속 감당하고 있으며 세계선교신학원에서 신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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