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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들의 백합화가 입은 옷이 가장 아름답다

pixabay

사회문제를 다룬 일본영화 한 편을 봤다. 트랜스젠더와 집에 홀로 남겨진 아이라는 주제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홀로 오니기리(삼각주먹밥)를 먹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식탁에는 몇 개의 오니기리가 더 있고 휴지통에는 오니기리를 벗긴 비닐로 가득 차 있다. 여자아이는 홀로 잠자리에 들었다. 밤늦게 엄마가 집에 들어오지만 아이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이불을 감싸고 잔다. 이것을 어린 딸은 가만히 느낀다.

다음날, 엄마는 언제나 그랬듯이 식탁 위에 돈을 조금 놓고 사라졌다. 어린 딸은 삼촌(엄마의 남동생)집으로 찾아간다. 삼촌은 좀 큰 여자(트렌스젠더)와 살고 있었다. 삼촌과 여자는 어린 딸을 너무도 기쁘고 반갑게 맞아준다. 한 달의 시간이 흐르고 엄마는 어린 딸을 찾으러 왔다.

삼촌 부부는 아이가 너무 이쁘고, 이뻐서 키우고 싶었다. 좀 큰 여자는 엄마에게 아이를 소중히 하라고, 잘 지켜주라고 당부한다. 엄마는 그 소리에 딸이 크면 이 아이의 필요가 무엇인지 여자도 아니고 엄마도 될 수 없는 것이 어떻게 아느냐고 비웃으며 한참 조롱을 한다. 가만히 듣고 있던 어린 딸이 울며 말한다. 링고(좀 큰여자이름)상은 ‘밥을 만들어 함께 먹어 주었어, 타코 소시지 도시락을 만들어서 소풍을 가 주었어, 내 머리를 예쁘게 묶어 주었어, 뜨개질을 가르쳐 주었어, 함께 잠을 자 주었어, 엄마는 왜 이런 것을 함께 안 하는데…’

나는 어린 딸의 호소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늦은 밤 노트북 앞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요즘 이 땅에서 조선을 보고 있으면 자꾸 마음이 급해진다. 당장 몇 달 후에, 1년 후에, 3년 후에…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계획하고 그 일이 지금보다 훨씬 중요한 것처럼 염려하면서 걱정하는 나를 본다. 영화를 보기 좀 전에도 나는 내일 일을 걱정하면서 하나님께 “조선에는 왜 이리 짜시냐”고 떼를 썼다. 좀 더 큰 집을 왜 안주시냐고, 왜 고기반찬을 안주시냐고, 왜 예쁜 옷을 안주시냐고…물었다.

어린 딸에게 몇 년 후 더 자랐을 때 엄마가 걱정하는 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혼자 오니기리가 먹기 싫었고, 엄마랑 도시락 싸서 소풍을 가고 싶었고,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엄마가 묶어주는 머리가 부러웠고, 엄마랑 뜨게질을 하고 싶었고, 엄마랑 같이 자고 싶었다. 그저 엄마와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이다.

주님은 공중의 새를 보고 들의 백합화를 보아라. 그들도 내가 입히고 거두는 데 내가 사랑하는 조선을 그냥 둘까 보냐. 솔로몬이 온갖 영광으로 입은 옷도 내가 입힌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다. 내가 입힌 들의 백합화가 더 아름다운 걸 아직 모르느냐. 내가 입혀주는 옷으로 입어라. 주님이 입힌 들의 백합화를 생각해 보았다. 화려하지 않아도 그 수수함이 아름답고, 햇빛을 주시면 햇빛을 맞고, 비를 주시면 비를 맞고, 바람을 주시면 바람을 느낀다.

크고 멋진 정원에 심겨지고 싶다고, 좀 더 예쁜 색으로 입혀 달라 하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에 방긋방긋 웃고 있다.

조선아~ 너희는 먼저 너희의 눈을 나에게 향하거라. 그 영혼에게 내가 나의 밝음으로 먼저 입힐 것이다.

눈은 몸의 등불이니 네 눈이 성하면 온 몸이 밝을 것이요 (마6;22)

주님은 어떤 이루어지는 일보다 지금 우리의 눈이 주님을 향하길 원하신다. 그러면 우리에게 밝음이 되어주신다. 주님이 밝음으로 입혀주신 옷을 입으면 세상 살아가면서 만나는 어떤 문제 앞에서 주님을 의지하는 자로 서게 된다. 그런 자의 삶은 날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로, 하나님이 기뻐하는 그 의를 위해서 하나님 곁에 있다.

이것이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 하시는 주님 말씀을 이루는 삶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내일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를 걱정하는 자가 아닌 오늘 주님 곁에서 기뻐하는 자로 살 수 있다.

오늘 들의 백합화에게 주신 햇빛과 비와 바람은 내일도 똑같이 주어진다. 어린 딸에게는 엄마만 있으면 되었다. 엄마와 함께 밥 먹고 함께 잠 자고… 함께 있다 보면 어린 딸이 자랄 때 이 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엄마는 알고 준비를 한다.

오늘 주님을 향한 나의 믿음 없음이 부끄럽습니다. 주님이 입히신 들의 백합화가 온갖 영광 보다 아름답다고 하시는 말씀 새겨봅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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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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