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방사선사협회(ISRRT)에 가입한 대만 단체의 지역 명칭을 변경하도록 압력을 가해 대만에서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pei·中華臺北)’로 수정했다고 대만언론 자유시보 등이 11일 보도했다.
ISRRT는 대만의사방사선사공회(TAMRT)와 대만의사방사선사학회(TWSRT)의 지역 명칭을 대만에서 차이니스 타이베이로 지난해 말 수정했다.
대만 외교부의 추이징린(崔靜麟) 부대변인은 전날 대만의 국제참여의 존엄과 권익 보호를 위해 ISRRT의 본부가 있는 영국의 주영국 타이베이대표처에 두 단체를 대만으로 표기하도록 재교섭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TAMRT와 TWSRT는 이에 반발해 항의서한을 보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쥔위안(杜俊元) TAMRT 이사장은 ISRRT가 지난해 3월 초 WHO의 압력에 따라 지역 명칭에 ‘대만’을 사용할 수 없다면서 이를 수정해야 한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ISRRT가 지난해 12월 중순 대만 표기 대신 ‘중국 대만’과 ‘차이니스 타이베이’ 등 두 가지 중 선택하라는 서신을 보내왔지만 이를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협회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두 차례 보낸 이메일에서, 50년 동안 ISSRT의 오랜 회원인 우리와 왜 의사소통과 조정 없이 명칭을 변경했는지 항의했으나 상대방이 서신을 읽지 않았다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ISRRT에 가입하지 않은 중국이 가입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만을 ‘미수복 지역’으로 보는 중국은 ‘차이니스 타이베이’ 대신 ‘대만’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에 대해 정치적 독립을 추구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크리스천 퍼스펙티브
이 사건과 관련해서, 대만의 집권 여당 민진당(DPP) 의원들은 10일 WHO가 친중 세력의 조종을 받아 전염병 예방에 전념하지 않고 중국과 정치 탄압에만 협력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행동은 경멸적일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반발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런 가운데 대만은 중국으로 부터 계속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최근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대만과 급속도로 친밀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은 대만과 통일 방법, 과정, 시기 등을 법률에 명시한 ‘국가통일법’ 제정을 꺼내들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통일법은 무력통일을 포함해 중국과 대만의 통일 방식, 통일 절차와 과정, 통일 시기 등을 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중국 국내법으로는 통일을 위한 대만 공격 등이 합법적인 과정으로 인정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