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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칼럼] 형식이와 기준이

일본 조선인학교 학생들이 간식을 먹기에 앞서 기도하고 있다.(고정희 선교사 제공)

고정희 선교사의 주님이 사랑하시는 것(10)

‘일본 선교 간다고 아빠가 사준 시계인데…’
우리(조선)학교 교문 밖에서 시계를 만지작거리며 애써 참는 아이가 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 왔다.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순회선교단 빛의 열매학교 아이들이다. 빛의 열매학교 아이들이 우리(조선)학교 아이들을 만나러 왔다. 우리말로 이야기를 하니 어색함은 잠시 금세 친구가 되어 뛰어 다니며 놀고 있다.

우리(조선)학교 아이들은 축구를 참 좋아한다. 함께 팀을 이루어 축구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아지자 운동장에는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운동장 한쪽에서는 여자아이들이 잡기놀이를 하며 너무 즐겁다. 아이들을 지켜보는 선생님들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아이들 웃음과 소리로 가득한 학교가 너무 좋다. 아이들에겐 이론도 없고 어떠한 편견도 없다. 그저 친구이다.

우리학교 아이들과 헤어지는 시간, 자꾸 눈물이 나서 아이들이 울고 있다. 이산가족이 만났다가 시간이 다 되어 헤어지는 시간 같았다. 아이들이지만 우린 같은 민족이라는 것이 어쩌면 이렇게 애틋할까? 또 놀러 오겠다고 약속을 하며 서로 안고 눈물을 연신 닦아낸다.

그날 밤 숙소로 돌아온 기준이가 말한다. 형식(우리학교 친구)이가 빅뱅을 좋아한다며 노래를 불렀는데 잘 몰라서 듣고만 있었다며 그것이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예수님 이야기를 못해서 그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기준이는 형식이에게 마음을 다해 편지를 썼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옷이라고 하며 입던 것을 벗어 주었다. 지퍼를 끝까지 올리면 머리까지 다 가려져서 스파이더맨이 되는 옷이다. 그리고 일본에 선교 간다고 아빠가 사준 시계를 형식이 손목에 채워주고 싶었는데 못했다며 꼭 같이 전해달라고 말한다.

며칠 후 운동장에서 외발 자전거를 타고 있던 형식이를 만났다. 친구의 사랑을 입은 형식이 눈가가 촉촉하다. 이것이 주님이 말하는 거룩 아닐까?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서 나의 행복을 희생할 수 있는 것. 사랑이고 기쁨이다.

‘오직 너희를 부르신 이가 거룩한 자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 (벧전1:15)

기준이가 다녀가고 몇 년이 지난 오늘 한 통의 전화가 왔다. 기준이 할머니이다. ‘기준이가 보았고 그리고 마음에 심겨진 그 아이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있어요.’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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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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