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내래, 쎄게 기도했시오.’ 부끄럽지 않게 말해주고 싶다

이삭 지음 | 문광서원 | 200p | 2012

이 책은 북한을 다녀온 일꾼, 중국에서 탈북민들을 돕는 사역자들, 북한의 성도들과 사역자들, 탈북민들과 귀순자들의 편지와 일기, 고백들을 엮은 것이다.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지만, 결코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는 없는 책이다. 담담하게, 하지만 담대하게 기록된 북한 성도들의 고백은 단번에 소화할 수가 없어 오랫동안 꼭꼭 씹어야 겨우 삼킬 수 있었다. 나처럼 대강 아는 지식으로, 어설픈 경험으로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았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생명 전부로 받아들인 자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강력한 빛이 보였다. 모든 두려움과 어두움을 단번에 내어 쫓고 주 예수 그리스도만 왕으로 모시는 참 빛.

평생 성경 한 권 갖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북한의 성도들. 성경을 암송한 이의 기억력에 의지하거나, 손으로 베껴 쓴 성경수첩을 닳도록 읽고, 간간이 주파수가 잡히는 라디오에서 읽어주는 성경을 받아쓰는 사람들의 말씀을 향한 목마름과 갈급함은 성경을 대하는 나의 태도를 다시 점검하게 했다. 방문한 친척이 성경을 너무나 원하는 것을 눈치 챘지만 자신에게도 유일한, 가장 소중한 것이기에 차마 주지 못했음을 내내 안타까워하는 사연이 마음에 남는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 모두에게 항상 이토록 최고의 대접을 받으시기에 마땅하다.

예수를 부인하지 않는다고 공개처형 당하는 북한

책 몇 장을 읽다가 멈추고 갑자기 방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진 것이 너무 많았다. 하나님만 사랑하고 섬기며 살아가기에 거추장스러운 삶의 군더더기들이 너무 많았다. 북한의 성도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들의 삶은 말 그대로 이 땅에서 소망을 가질 수 없는 형편이다. 예수를 부인하지 않는다는 죄목으로 잔인하게 공개처형을 당하기도 하고 평생 수용소에 갇혀 모진 노동과 고문에 시달려야 한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죽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정말 이 땅에서는 어떤 것으로도 보장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편안하게 책상 앞에 앉아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먹먹해지고, 때로는 눈을 질끈 감게 된다. 나에게도 이런 믿음이 있을까. 내가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동일하게 반응할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은 이런 도전에 끝까지 주님을 부인하지 않을 수 있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을까. 두려웠다. 언제든지 예배할 수 있고, 말씀 보고 기도할 수 있는데도 정작 이 모든 것을 그 가치대로 대하고 있지 않는 내 모습이 주님 앞에 너무 송구스러웠다.

어떤 풍파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성도들의 믿음의 삶은 고난이 큰 만큼 영광도 컸다. 처음에는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핍박의 중압감에 압도되었으나 깊이 들여다볼수록 감격과 함께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고통과 외로움, 언제 잡혀 죽을지 모르는 긴장감을 뛰어 넘는 살아계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내어드린 절대 믿음과 천국소망이 그들을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가장 행복한 자로 만들었음을 볼 수 있었다. 지금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북녘 땅 지하교회의 생명력은 명목화, 세속화, 인본주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지도 모른 채 표류하고 있는 한국교회를 향해 도전하고 있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는 생명력 있는 교회의 진정한 모습은 어떤 것인가?

예수쟁이라고 하면 눈에 불을 켜고 무조건 잡아 죽이려고 하는 북한 정권보다도 더 무서운 것은 적당히, 균형 잡힌, 안전한 신앙생활을 ‘괜찮다. 문제없다.’ 하며 다독이는 한국교회의 안일함인지도 모른다.

같은 복음을 받았다. 한 성령님 안에 있다. 북한의 교회를 통해서 가장 순전하고 아름다운 예배를 받으시는 주님을 우리도 이 땅에서 전부를 내어드리는 순종과 사랑으로 높여드리고 싶다. 언젠가 북한의 교회를 만나게 되면, 눈물 쓱 닦으며 ‘내래, 쎄게 기도했시오.’ 부끄럽지 않게 말해주고 싶다. [복음기도신문]

이귀영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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