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호 / 인터뷰]
교회에 도착해보니 평일인데도 예배당에선 찬양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도회가 진행 중이었다.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박소연 집사를 만났다. 박 집사가 꺼낸 첫 마디는 자신의 삶의 목표는 예수님만 따라가는 삶이었다. 그것은 주님이 주신 마음이다. 그녀의 마음에 소원을 주시고 주님이 이끄신 그녀의 인생 여정을 들어봤다.
-예수님만 따라가는 삶이라는 목표가 생기기까지는 여러 과정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어려운 일을 만날 때마다 ‘예수님이면 충분한가?’라는 질문이 떠올랐어요. 그때마다 ‘주님이면 충분하다’는 대답을 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이제야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면 이 모든 것을 더하신다는 말씀이 제게 실제 되도록 인도해 오셨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동안 저는 열심히만 하면 그것이 신앙생활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제 영혼에 목마름이 있었어요. 저는 목마를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이었어요. 생활형편도 어려움이 없었어요. 남편은 한의사에다 40대에 장로가 될 만큼 교회를 열심히 섬겼어요. 사회에서나 교회에서나 남부러울 것 없었어요. 그런데 내게 목마름이 있다는 것이 이해가 안됐어요. 늘 어딘가 채워지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보상심리로 나를 치장하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하는 것도 남편 몰래 해야 했어요.”
“예수님이면 충분한가?” 질문에 묵묵부답
-장로님이 싫어하셨나 보군요?
“남편은 하나님을 섬기는 목적 외에는 물질(돈)을 쉽게 쓰지 않았어요. 지금은 복음을 만나서 많이 달라졌는데 그전에는 금욕주의 수준이었어요. 자신에게 완벽했죠. 남들은 한의원 원장 사모라고 하면 아주 여유로울거라 생각하지만 저는 재정 측면에서 억눌려 살았어요. 남편에게 용돈 받아서 생활했거든요. 없어서 못 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있는데도 못 쓰는 건 너무 힘들었어요. 그때는 이게 저의 고난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배부른 소리죠? 남편 몰래 옷도 사고, 밥도 사고 어려운 사람들도 도와주고 하다 보니 빚이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됐어요. 그럴 즈음 복음을 만나게 됐어요.”
-위기의 순간에 복음을 만나셨군요.
“몇 년 전 울산에서 ‘다시복음앞에’ 집회가 있었어요. 아이들하고 참석하면서 구원에 관한 저의 신앙을 돌아보게 됐어요. 특히 헤브론원형학교 학생들이 ‘로마에 온 편지’라는 스킷을 했는데 그것이 저에게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아이들이 로마서를 통째로 외워서 스킷을 했죠. 그 학교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복음학교에 대해서도 듣게 됐어요. 훈련에 참여하면서 제가 그동안 매여 있던 모든 문제에 대해 죽음을 결단했어요. 물론 훈련을 받으면서 복음에 대해 막연하고 모르는 부분도 많았지만 적어도 재정 부분에 대해선 남편에게 고백하고 잘못한 것에 대해 정산하기로 했죠. 남편에게 고백하면 쫓겨날 것 같은 두려움도 컸어요. 이야기를 꺼내자 남편도 많이 놀랐어요. 하지만 더욱 하나님 앞에 결단한 대로 살기로 하고 용서를 받았죠. 너무 감사했어요. 그 이후 복음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여러 훈련들을 받았어요. 남편도 나중에 복음학교 훈련을 다녀온 후 그동안 허투루 살았다고 하더군요.”
-훈련을 받으면서 많은 깨달음이 있으셨나보군요?
“남편은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자신의 노력과 최선으로 살았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복음을 만난 남편은 이제 자신이 정해놓은 율법에 매이지 않아요. 주님이 주시는 자유를 누리게 된 것이 우리 가정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에요. 종교생활이 아니라, 주님의 생명이 있는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 물론 남편에게는 이전에도 주님에 대해 올곧은 마음이 있었어요. 지금도 병원건물은 한의원이라고 말하기 무색할 만큼 선교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허름한 건물이에요. 20년 동안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어요. 하나님께서 말씀하지 않으시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거죠. 남편은 화려한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통해 환자의 육체와 영혼을 살리길 원해요. 남편은 복음을 만나고 더욱 병원에서 복음을 전해요. 어떤 분들은 치료만하지 왜 말씀을 전하냐고 따지기도 한대요. 그럼에도 주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복음을 전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어느 땐, 치매 환자나 승려도 이곳엔 신이 함께 하시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더군요. 주님께서 그렇게 한의원을 선교지로 사용하고 계세요. 그럼에도 저는 중간 중간 많이 불평하기도 했어요.”
종교생활인가 생명이 있는 삶인가
-어떤 불평인가요?
“병원시설이 너무 낙후되어 있어요.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깨끗하게 고치면 안 될까 생각도 했죠. 그러나 주님이 ‘내 길은 너희의 길과 다르다’라는 말씀을 주시면서 ‘썩을 양식을 위해 일하지 말고 영생하도록 있는 양식을 위해 하라’는 말씀을 주셨어요. 그러면서 제 믿음이 어디에 있는지 보게 하셨어요. 이 건물의 어떤 것도 의지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겠다고 고백했어요. 그 이후 제 기도제목도 바뀌었어요. 이전엔 한의원 잘되고 의료사고 안 나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주님이 병원으로 불러주신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고 열방에서 들려오는 긴급한 소식들을 놓고 기도해요. 주님이 무지한 저를 참 많이 가르쳐주시고 인도해가세요.”
-주님의 또 다른 인도하심도 궁금하네요.
“복음을 사모하면서 여러 신앙훈련을 받았어요. 그때마다 복음 앞에서 저를 비춰보게 되니까 제 존재가 얼마나 악독하고 회생 불가능한지 보게 됐어요. 예전엔 항상 두 마음이 있었거든요. 하나님께 대한 간절함도 있었지만, 세상에 대해 집착하거나 인정에 매여 있기도 했어요. 어느새 신앙훈련을 받고 교회에서도 헌신적으로 섬기니까 주위에서 대단하다며 칭찬을 하는 거예요. 묵묵히 섬긴다고 하면서도 은근히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어요. 내가 이런 걸 했다는 제 속마음은 사람들에게 얼마든지 숨길 수가 있었죠. 가면무도회처럼요. 그러나 이제는 이런 죄 된 생명이 이미 십자가에서 죽었음을 믿음으로 선포하죠. 그리고 이런 제 모습을 남편과 나누고 함께 기도해요. 순전한 마음으로 주님을 예배하게 해달라고요. 이런 시행착오는 참 많아요.”
-더 들어보고 싶네요.
“자녀들에게도 율법적으로 가르쳤어요. 해야 되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분명히 제시하면서요. 복음을 얘기하면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지옥 간다고 가르쳤는데 나중엔 아들이 이런 얘기들이 하나도 안 들렸다고 하더군요. 그런 얘기를 들을 땐 가슴 아팠지만 생명 없는 율법의 가르침이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죠. 저도 복음 앞에 서면서 예수 생명이 뭔지 알게 되고 그 생명이 자녀들에게 흘러가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제는 아이들 자체를 존중하고 사랑하게 됐어요. 용서도 구했죠. 그때는 잘 몰랐다고요. 두 아이를 중국에 유학 보내면서 주님이 알려주셨어요. ‘내가 창조한 자녀들이다. 모든 것을 나에게 맡길 때 내가 아이들을 키우겠다.’ 그렇게 또 한번 주님에게 배우고 다음세대를 향해 주신 마음을 가지고 교회 중고등부 학생들을 섬겼어요. 예수를 사랑하는 아이로 자라게 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어요.”
-요즘 청소년들은 가르치기가 너무 힘들다고들 하던데요? 어떤가요?
“아이들 정서가 너무 무너져 있어요.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도 힘이 들죠. 제가 앞에 있어도 욕을 계속해요. 처음엔 너무 까마득하고 막연했어요.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아이들은 학교에서와 교회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이에요. 저에게 대놓고 용돈을 달라고 하는 아이도 있어요. 이 아이들은 가능성 없구나. 도저히 이 사역을 못하겠다. 그만 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때 주님이 ‘너는 가능성이 있었냐?’는 질문을 하셨어요. 저도 가능성이 없었죠. 주님이 나를 포기 안하셨기 때문에 지금까지 은혜로 왔다는 것을 제가 너무 잘 알죠. ‘내가 너를 구속해서 지명하여 불렀는데 내가 창조한 자에게 모든 것이 열려있다. 그 자녀도 내 자녀다.’라는 마음을 주셨어요. 그때부터 이용당해도 좋으니까 같이 가자고 생각했어요. 돈 달라면 돈 주고, 그 아이들 노는 데 계속 따라다녔어요. PC방이며 방방장이며….”
소망 없는 내게 일하신 주님이 다음세대에게도 일하실 것
-정말 쉽지 않은 일이네요.
“하나님의 일하심은 놀라워요. 하루는 한 아이가 ‘선생님 정말 대단하신 거 같다.’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감사하다고 말해요. 그건 그 애들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에요. 가장 포기할 것 같은 아이들이 지금까지 교회에 나오고 있어요. 무엇 때문에 나오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예뻐요. 말씀을 듣는 자리에 나오는 아이들에게 주님이 주신 사랑을 준 것 뿐이에요. 그 사랑이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 같아요. 이 일을 통해서 사실 제가 변했어요. 예수 생명이 되지 않으면 벌써 인간 정서로 판단하고 불평했을 거예요. 믿음에 파선했겠죠. 그러나 복음과 기도로 달려가면 주님과 연합된 예수생명의 삶이 진짜 이루어져요.”
예수 생명으로 사는 선교사의 삶
-예수생명으로 산다는 건 이런 의미군요? 그 삶의 얘기를 좀 더 듣고 싶습니다.
“글쎄요. 그보다 주님은 아직 연약한 저를 계속 가르쳐가고 계세요. 신앙훈련을 받다보니 복음을 전하는 통로가 되는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더군요. 그래서 선교사가 되고 싶었어요. 남편을 설득하기 시작했죠. 계속 훈련을 받으며 해외 아웃리치를 나가니까 그 마음이 더욱 커져갔어요. 그런데 그때 목사님이 교회 심방사역자로 섬기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이제 결정할 때가 온 것이죠. 당연히 믿음으로 주님을 따라가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주님은 제가 남편과 연합해 교회에서 예수의 증인되기를 원하신다는 마음을 주셨어요. 교회를 세워 가시는 것이 하나님의 소망이었어요. 그것이 곧 저의 선교사로의 부르심이었고요. 그렇게 순종하고 나니 비로소 보였어요. 주님이 함께 하시면 그곳이 선교지요, 기쁨을 누리는 곳이었어요.”
-마지막으로 기도제목 나눠주세요.
“지금 첫째 아들은 헤브론선교대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아들 입학식 때 들었던 한 목사님의 축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이 학교 총장은 하나님, 교수는 성령님, 학비는 예수 그리스도의 핏값, 졸업은 주님 오실 때까지. 그때 눈물이 나면서 동의가 됐어요. 예수님만 바라보고 가는 이 걸음에 우리 부부와 아들까지 함께 부르셨구나. 둘째 아들도 아직 중국에 있는데 선교사로 드렸거든요. 우리의 앞길이 어떠해도 타협하지 않고 오직 예수님만 섬기는 믿음의 가정으로 달려갈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복음기도신문]
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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