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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가족이 묻힌 조선을 떠나지 못한 선교사의 꿈

셔우드 홀 지음 | 김동열 옮김 | 좋은씨앗 | 736p | 2009

조선회상은 닥터 셔우드와 그의 아내 로제타 그리고 아들 닥터 홀과, 메리안으로 이어진 2대 의사 가문이 조선에 선교사로 들어와 고군분투하며 하나님의 꿈을 현실로 펼친 이야기에 관한 책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이 그러하듯 이들의 조선에 대한 사랑은 하나님의 마음이 그들을 통해 투영된 것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조선은, 그리고 우리는 이런 하나님의 사랑을 받았다.

풍토병에 걸린 닥터 셔우드는 34세의 이른 나이에 조선에서 세상을 떠난다. 홀로 남겨진 로제타와 그의 어린 아들은 미국으로 떠났다가 4년 만에 다시 조선으로 향한다. 조선회상에는 과장된 무용담이나 평범한 사람들이 흉내낼 수 없는 믿음의 여정들이 그려져 있지 않다. 어린 딸의 죽음 앞에 하나님을 원망하는 로제타의 절망과 자신 스스로는 너무 연약하고 미숙한 인격이라 도저히 쫓아갈 수 없는 아버지의 그늘을 부담으로 여기는 아들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기록되어 있다.

소외된 자를 향한 로제타의 사랑과 열정은 한국의 여성과 맹인들에게로 향했고 결국 그 열정은 최초의 여성의과대학과 맹인학교로 열매 맺게 됐다. 그 당시 조선사회에서 가장 천대받던 자들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었다. 이들이 특별해서가 아니었다. 특별한 것은 이들을 통로 삼아 이 땅에 쏟아 부어진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이었다.

한 사람의 결단과 열심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결국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어떤 지점에서 반드시 돌아서게 된다. 그러나 하나님이 주신 열정을 가진 자들은 지쳐도 쓰러져도 결코 돌아서는 법이 없다.

최초의 여학교, 맹인학교 설립

매사에 철저하고 목표를 향해 기관차처럼 달려가는 로제타와는 달리 아들 닥터 홀은 부드러운 심성을 가진 것으로 여러 부분에서 묘사된다. 스스로 할 수 없는 한계 앞에 한없이 낮아진 겸손한 심령으로 주님을 찾는 닥터 홀의 모습에서 예수님의 모습이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조선에서의 이들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가진 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섬기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닥터 홀은 결핵 퇴치 사업의 꿈을 품고 여러 번 좌절과 낙망 가운데에서도 감히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하나님의 섭리 앞에 엎드린다. 조선의 세계관과 서양의 가치체계가 충돌할 때, 그는 다투는 대신 온유한 성품으로 주님의 도우심을 구한다. 닥터 홀이 여러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의 순전한 성품이 그대로 드러난 일화도 책에 담겨 있다. 의료선교사로 아내와 함께 한국에 들어온 닥터 홀은 영민하고 민첩한 아내 메리안이 자신보다 더 빠르게 한국 사회에 적응해 나가자 ‘메리안보다 더 인정받고 싶은 경쟁의식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어린아이와 같은 심령을 가진 그는 참으로 성숙한 하나님의 종이었다. 큰 절망 앞에서도 잠잠히 하나님 앞에 나아가 절망감이 이유 없이 기쁨의 감정으로 바뀌는 복음의 능력 앞에 다시금 힘과 용기를 얻어 일어나 걷는 닥터 홀의 여정은 조선을 향한 하나님의 끈질긴 열정이며 사랑이었다.

“하나님께서 우리 믿는 사람에게 강한 힘으로 활동하시는 그 능력이 얼마나 큰지를, 여러분이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엡 1:19, 새번역)

이제는 고인이 된 닥터 홀 가의 2대에 걸친 사랑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더 큰 사랑으로 드러나게 된다. 주님은 이제 조선의 사람들에게 이 사랑을 요구하신다. [복음기도신문]

최현정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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