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도끼와 하나되어 그대로 장작 위에 떨어뜨리는 거야”

일러스트= 이수진

[199호 /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고 공동체 생활을 시작할 때의 일이다. 이제 막 선교사로 걸음마부터 배우고 있는 나에게 가장 많이 들려지는 소리는 “긴장하지 마” “너무 잘하려고 하지마” “사람 두려워하는 것은 죄야” 등의 이야기들이었다. 잔뜩 긴장해서 온몸에 힘을 주고 있는 내 모습은 주변 사람들까지 긴장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루는 공동체 행사 준비를 위해 장작이 필요했다. 다른 지체들과 장작을 패기 위해 도끼를 들고 장작더미 앞에 모였다. 선배 선교사의 시원시원한 도끼질로 장작 패기가 시작됐다.

나는 30년 넘게 살면서 제대로 된 도끼질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옆에서 무시무시한 도끼질을 지켜볼 때 은근히 겁도 났지만 시켜만 주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게도 기회가 왔다. 약간 겁도 나고 불안했지만 태연한 척했다. ‘이 정도 쯤이야. 나도 잘할 수 있어’ 힘을 잔뜩 주고 장작을 향해 도끼를 내리찍었는데 도끼가 장작이 아니라 내 왼쪽 정강이를 ‘휙’하고 지나갔다. 정말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나서 선배 선교사는 내게 다시 도끼질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어깨에 힘을 빼. 도끼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힘만 있으면 돼. 네가 도끼를 컨트롤 하려고 하지 마. 주님께 너를 전부로 드린 것처럼 도끼와 하나가 돼서 그대로 장작 위에 떨어뜨리는 거야”

그 말을 들으니 내 모습이 보였다. 초보 선교사로 불필요한 긴장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도끼를 쥐고 잔뜩 힘을 주고 있는 내 모습이었다. 주님이 원하시는 것은 나의 열심과 최선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주님께 전부 드리는 믿음을 원하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믿음의 도끼질을 하며 주님께 나를 드리는 믿음의 삶을 한 걸음씩 배워나갔다.

시간이 흐른 지금, 난 예비 선교사를 동원하고 파송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많은 선교 헌신자들과 그들을 필요로 하는 현장 선교사님들과 만나다 보면 괜스레 내 마음이 급해질 때가 많다. 특히 한 해를 시작할 때에는 사역자를 필요로 하는 현장이 많아 특히 분주하다. 그러면 먼저 선교지에 필요한 사람들의 리스트를 정리하고 전화통화와 만남을 통해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게 된다.

그러나 어떤 때는 선교지의 강력한 요청과 정한 기간까지 사람을 구해야 된다는 압박에 선교사 후보생들에게 지금 반드시 선교지로 나가야할 것만 같은 압박을 주기도 한다. 오히려 그분들이 지금은 못한다고 내게 말하는 것을 미안해하실 정도였다.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으면서 주님이 내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어깨에 힘을 빼. 네가 컨트롤 하려고 하지 마”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선교사 후보 리스트, 정해진 기한 안에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부담감, 선교사님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열심과 최선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됐다. 그렇게 다급한 마음으로 선교지에 보낼 선교사 자원을 찾고 있는 내 앞에 주님은 나의 선교사 후보 리스트에도 없던 사람들을 보내주신다. 그럴 때면 마음이 쿵 내려앉으면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이런 것이구나. 내가 힘을 쓸 필요 없었구나’ 다시 깨닫게 된다.

오늘도 나는 그때와 같이 나를 주님께 전부로 드리는 믿음을 드리고 있다. 그리고 또 믿음을 배운다. 나의 힘을 빼고 주님을 따라가며 주님이 친히 행하실 일을 보는 영광이 더욱 사모된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할지니라”(히 11:6) [복음기도신문]

최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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