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호 /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
“여보, 나 다녀올게요.” 아내의 입에서 말이 떨어지자마자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복음 앞에 서길 원하는 아내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이제 두 돌이 채 되지 않은 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일주일간의 신앙훈련에 참석하는 시간동안 아들을 혼자 돌봐야 한다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아내가 훈련을 결정한 때부터 5박 6일간 육아전쟁을 치르기 위한 대작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육아라는 두려움 앞에서 내 존재의 반응은 자기 최선과 열심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
일단 전쟁을 치르기 위한 보급품을 준비했다. 부모님이 보내주신 간식도 충분했다. 다음 작전을 세워야 한다. 새로운 장난감, 좋아하는 동영상을 보여주고 엄마가 생각날 틈이 없도록 재밌게 놀아줘야 한다. 이것이 내 작전이었다.
아내가 떠나간 방은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아들보다 내가 먼저 아내가 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적막함이 얼마나 지났을까. 낮잠을 자고 일어난 아들이 대번에 엄마를 찾기 시작한다. 안아서 달래줘도 울음이 그치지 않고, 장난감이나 어린이 동영상도 소용이 없다.
그렇게 나의 육아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위기가 찾아왔을 때, 주님은 은혜의 시절을 준비하고 계셨다.
‘주님, 어떻게 하죠? 어떻게 우리 ‘복음’이와 이 긴 시간을 보내죠? 이제 겨우 하루가 지났다고요!’ 주님께 묻고 구할 때, 나는 주님이 정말 기가 막힌 은혜의 방편이자 놀이 방편을 마련해 놓으셨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어마어마하게 쌓인 눈이었다. 엄청난 폭설로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가 온통 눈 세상이었다.
나는 따뜻하고 안전한 방을 나와 아들과 함께 눈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새 장난감이나 어린이 동영상에는 금방 싫증을 내던 녀석이 몇 시간이고 눈밭에서 재밌게 뛰어놀았다. 눈싸움, 눈사람 만들기, 눈 성 쌓기, 눈으로 할 수 있는 놀이는 다 했다. 그러니 밥도 잘 먹고, 피곤에 지쳐 잠도 잘 잤다!
내가 내 수준에서 저급한 육아 작전을 세우고 있을 바로 그때, 주님은 나와 아들을 위해서 하늘의 문을 여는 수준의 눈 작전을 준비하고 계셨다! 그리고 주님의 작전은 언제나 대성공이었다. 아들과 나는 그렇게 5박 6일을 꼬박 은혜의 눈밭에서 뒹굴었다.
5박 6일 눈밭에 뒹굴며 누린 주님의 ‘계획’
나는 언제까지 나만의 계획을 세우며 살아갈 것인가? 내 계획 말고, 주님의 완벽한 계획이 있는데도 말이다. 나는 고작 5박 6일 동안 내 아이를 돌보는데도 내 계획이 아니라 주님의 은혜가 필요한 존재다. 주님은 계속해서 이 사실을 알려주시는데 나는 왜 이렇게 못 알아들을까? 나의 작전은 언제나 실패하지만 주님의 작전은 언제나 성공한다. 아이를 돌보는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선교완성의 대업까지 말이다. 다시 한번 주님의 작전에 나를 드리기로 결단한다. 주님은 또 어떤 놀라운 작전을 세우고 계실까? 정말 주님이 기대된다. [복음기도신문]
이용찬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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