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95)
복음을 만난 후 저의 모든 것을 주님께 드리고 싶었습니다. 실력은 없지만 그나마 할 수 있는 영어를 가지고 주님께 쓰임 받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기쁨으로 아멘!~ 으로 응답했지만 막상 닥쳐보니 현실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2주마다 찾아오는 기사번역의 마감은 언제부턴가 부담이 되었습니다. 영어를 전공한 것도, 외국에서 오래 살았던 것도 아닌 제가 신문 기사를 번역한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번역할 기사를 충분히 읽고 기도하면서 주님의 마음을 구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묵상은 커녕 번역하기에만 급급했습니다. 번역할 때 의지하는 것은 주님의 능력이 아니라 오직 나의 지식과 경험이었습니다. 제 믿음의 실력이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그때 고린도전서의 말씀을 생각나게 해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그리고 하나님이 나의 주님이 되신다는 것을 말씀해주셨습니다.
분주한 삶을 살다 달력을 보니 곧 원고 마감일이었습니다. 순간 주님께 콩알만 한 목소리로 투정을 부렸습니다.
‘주님! 저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데, 이번 기사는 왜 이렇게 분량도 많나요. 전 정말 못하겠습니다. 이 일을 할 자격도 없어요!’
주님은 마치 그때를 기다리셨다는 듯 내가 주님을 전부로 의지하기 원하신다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비로소 주님이 나와 교제하기 위해 부르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번역을 하다보면 이건 도저히 내 실력으로는 불가능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가 참 많습니다. 그럼에도 호시탐탐 경험과 지식으로 했다고 말하고 싶은 내 존재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오직 십자가가 필요합니다.
주님이 부르신 자리에서 오직 믿음으로 순종하는 충성스런 주의 종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최인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