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Prize Wisdom 잠 4:8

“제게 중요한 건 오직 예수님 한 분 밖에 없어요”

은혜로만 살고 있는
이린나 집사(항동교회)

한 인생을 이끄시는 하나님의 섭리는 참으로 놀랍다. 우리는 어떤 상황 안에서 전체를 보지 못해 답답하고 절망할 때가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가 보지 못하는 더 큰 계획을 가지고 계신다. 다음세대들을 섬겨오다 최근 암을 진단받고 투병 중인 한 믿음의 증인을 만났다. 너무나도 평범해 보이는 한 인생을 이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비범한 모습으로 바꾸신 하나님의 놀라운 지혜를 함께 만나보자.

– 어떤 어린 시절을 보내셨나요?

“저는 참 복잡한 유년기를 보냈어요. 당시 저희 가족은 하나님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교회를 접하기는 쉽지 않았어요. 그러나 제가 사는 동네에 교회가 많이 있었고 언니와 교회를 자연스럽게 다니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게 네 살 때부터였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온 가족이 교회를 나가게 됐어요.

지금 기억나는 건 열 살 무렵부터 죽음을 자주 생각했다는 거예요. ‘사람은 왜 죽어야 되지? 영원히 사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생각을 자주 하곤 했어요. 교회를 다니고 있었는데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 분명한 답을 얻지 못했죠. 아버지께서는 사업을 크게 하셨고 꽤 부유한 편이었는데요. 어느 날 사업실패로 큰 어려움을 겪었죠. 그 사건이 계기가 되어 온 가족이 교회에서 성당으로 옮겼어요. 지금 생각하면 잘 이해가 안 되는데 1년에 한 번씩 고사도 지냈고요. 아마 복을 받고 싶어서였겠죠. 아무튼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몰라 좌충우돌하던 시간들이 생각나요.”

– 잠깐만 들어도 복잡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죠. 그런 시간을 보내던 중 제가 중학생이 될 무렵 어머니가 갑자기 무속인이 되겠다고 하셨어요. 생각해보면 그런 분위기가 어머니에게 있었던 것 같기는 해요. 그런데 저는 왠지 모르게 무서웠어요. 정말 내림굿을 하셨고, 지금도 그 일을 하고 계시거든요.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다행히 제가 입학하게 된 중학교는 미션스쿨이었어요. 거기서 저는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게 되었어요. 중·고등학교 시절에 매일 같이 교회 가서 가족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던 생각이 나요. 우리 가족 모두 천국에 가게 해 달라고 눈물로 기도했어요. 그러고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에게 교회 갔다 왔다고 혼이 나곤 했어요.”

갑자기 무속인 되신 어머니

– 쉽지 않은 신앙생활이었군요.

“제가 다니던 교회가 여러 가지 문제로 나누어지는 일이 있었어요. 심각한 상황이었죠. 저는 교회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예수님을 믿는 게 도대체 뭐지?’라는 생각도 들었죠. 그때까지 제가 교회에서 들었던 메시지들은 예수님 믿는 사람들은 성공해야 하고, 잘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었어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 북한이나 여러 나라들에서 박해받는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성경에 나오는 핍박받고 죽어가는 성도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늘 이런 의문들이 제 생각 속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그 어떠한 것이 없어도 예수님 한 분이면 충분하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그게 복음이잖아요. 마음에 갈급함이 있었는데 인터넷을 보다가 복음을 듣고 배우는 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2011년 6월에 그 학교에 다녀오게 되었어요.”

– 복음을 구체적으로 알고 난 이후 삶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셨나요?

“다음세대를 섬기는 사역을 하며 많은 경험을 하고 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거의 혼자 교회를 다녔기에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홀로 신앙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은 일인지를 알죠. 저처럼 믿지 않는 가정에서 혼자 교회에 나왔거나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저의 어릴 적 생각이 나서 너무 안타깝고 이끌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아이들을 섬기기 시작했죠. 지금은 한 선교단체에서 진행하는 다음세대와 관련된 여러 학교들을 5년째 계속 섬기는 중이에요. 삶이 허락이 되는 데까지 섬기려고 해요.”

– 삶이 허락하는 데까지라고 하시니 비장한 느낌이 드네요.

“네. 주님이 허락하신 일이 있어요. 작년 10월 초에 감기에 걸렸는데 기침이 낫지를 않았어요. 정밀 검진을 한 결과 처음에는 늑막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물을 많이 뺐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조직검사를 했는데 결국 폐암 4기로 나왔어요. 너무 놀랐지만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냥 막연히 ‘주님이 허락하셨으면 뜻이 있겠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차피 제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폐암 선고 이후 더욱 하나님 주목

– 현재 그런 몸 상태에서 다음세대를 섬기고 계시는거네요…

“저는 제가 아이들과 잘 맞고 아이들을 정말 사랑한다고 생각했어요. 제 수준도 아이들 수준과 딱 맞고요.(웃음)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모든 것을 제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하나님의 기준이 아니었죠. 내 기준에 아이들의 모습이 맞으면 그 아이는 너무 예쁘고, 내 기준대로 하지 않는 아이를 보면 분노가 일어나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잘 몰랐지만 실상은 ‘나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 존재구나.’라는 것을 정말로 알게 하셨어요. 나는 아이들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섬기는 저 자신을 사랑한 거였더라고요.”

– 가족이나 지인들의 반응은 어떠신가요?

“가족들이 많이 놀랐는데 무덤덤한 제 모습을 보고는 제가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대요. 지인들 중 몇몇은 소식을 들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전화도 못했다고 들었어요. 제가 섬기고 있었던 다음세대 학교에서도 이 일을 알게 되었는데 나중에 듣게 된 것은 아이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며 저를 위해 기도했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이 일로 정말 많은 사람들로부터 기도를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어요. 너무 감사했죠.

그러면서 제가 느끼게 된 것은 하나님은 사람을 존재 그 자체로 사랑하신다는 거였어요. 저는 항상 하나님께 100점을 받고 싶었던 사람이었어요. 그렇게 하나님께 잘 보여야 우리 가족이 구원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저 혼자 했던 거였죠. 잘해야 하고, 뭐든지 열심히 하고, 목숨 걸고 일했어요. 하나님께 잘 보이려고. 그런데 이런 일을 맞이하다 보니 하나님께서는 제가 무엇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제 존재 자체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도 이제 다른 사람들을 볼 때 그렇게 존재로 사랑하는 게 뭔지 조금씩 알 것 같아요.”

– 몸이 아프셔서 이제 섬기는 일을 많이 못하시겠어요.

“네. 그렇긴 해요. 다음세대 학교에서 늘 아이들과 6개월에 한 번씩 아웃리치를 갔었는데요. 이번에도 꼭 함께 가고 싶었는데 못 가게 되었어요. 너무 속상했죠. 그러면서 이런 일을 섬길 수 있었던 지난 시간들이 얼마나 축복된 기회였는지 더 알게 되었어요. 내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때가 반드시 온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으니까요. 그 모든 섬김의 자리가 은혜로 허락되었다는 것에 너무 감사했어요.

저는 섬기지 못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계속 저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제가 기도로 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어떤 아이들은 저에게 전화를 걸어 ‘선생님, 죽어요? 안돼요!’라며 막 울었어요. 사실 그동안 저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때 다분히 의무감으로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기도를 받는 입장에 있어 보니 정말 기도는 능력이라는 것을 알겠어요. 그래서 요즘은 누군가 저에게 기도를 부탁하면 그런 것들이 얼마나 은혜로 느껴지는지 몰라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거예요.”

– 실제로 기도의 능력을 몸으로 경험하고 계신 거군요.

“맞아요. 놀라운 것은 아파야 할 몸이 별로 아프지가 않다는 거예요. 이상한 일이죠. 그래서 다음세대에게 일주일 동안 복음을 전하는 합숙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해 기어코 섬겼어요(웃음). 복음을 들을 기회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아이들 하나 하나가 복음을 정말 생명으로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하며 섬겼어요.”

– 죽음이라는 한계 앞에서 특별한 은혜를 누리시는군요.

“네. 놀라운 것은요. 이 병으로 인해 제가 정말로 얼마가지 않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 순간, 삶의 본질과 비본질이 정확하게 구분되더라고요. 죽음이 정말 실제가 되면 다른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살아왔던 생애를 돌아보고, 뭐 이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어요. 오직 저에게 예수님 한 분만 딱 남더라고요. ‘아, 정말 나에게는 주님밖에 없구나. 결국 주님밖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구나!’하는 결론을 확실하게 갖게 됐어요.”

사무치게 다가오는 은혜의 의미

– 정말 놀라운 깨달음이네요.

“물론 속상하기도 하고,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해서 어려운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런 큰 병이 아니었으면 저는 지금도 제가 열심히 잘 산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복음은 정말 주님이 필요한 자에게 제대로 들려지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날마다 주님이 정말 필요한 자 말이에요. 제가 이렇게 살아있는 것 자체가 은혜잖아요. 은혜 없이는 한 순간도 살 수 없다는 말의 의미가 정말 사무치게 다가와요.”

– 은혜라는 말이 저에게도 다시 들리네요.

“그리고 최근에는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 주일설교를 통해 ‘정산하라’는 말씀을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셨어요. 개인적으로 제 삶에 있었던 모든 관계 안에서 바르지 않았던 죄가 있다면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용서를 구하라는 의미로 받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씀인지 몰랐었는데, 갑자기 오래전에 유년주일학교 교사를 할 때 교회 재정으로 사역을 하고 회계정산을 맞추기 위해 가짜 영수증을 썼던 일들이 생각났어요.”

“주님이 내 안에, 내가 주님 안에”

“그리고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고 제 양심을 거슬렀던 일들이 하나씩 생각나기 시작했죠. 누가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도 용납하지 않고 10년이 훌쩍 지난 일들에 대해서도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적어서 곳곳마다 보냈어요.

너무 부끄럽고 하기 싫은 일이어서 일주일을 고민했지만 하나님이 주시는 부담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순종했죠. 그런데 그 과정을 통해 저 자신이 얼마나 죄인인지를 다시 깨닫게 됐어요. 요즘 제가 치료를 계속 하기 위해서는 체력을 키워야 해서 저녁이 되면 걷기를 해요. 근데 그렇게 걸으면서 그냥 눈물이 났어요. 나 자신이 얼마나 죽을 죄인인가 하고요.”

–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세요?

“누구나 이해가 안 되고, 도대체 알 수 없는 상황들을 만나게 되잖아요. 그런데 세상의 왕이신 주님이 내 안에 거하시고, 내가 주님 안에 거하게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주님의 허락하심이잖아요. 내가 걱정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모든 것을 주님께 맡겨 드리는 거죠. 돌아보면 저는 100m 달리기 하는 선수처럼 늘 바쁘게 세월을 아끼고, 완벽하게 계획을 세우고, 부지런히 참 악착같이 살았어요.

뭔가 끊임없이 해야만 직성이 풀렸어요. 하지만 지금 주님은 저에게 ‘그냥 존재로 내 안에 있어’라고 말씀해 주고 계세요. 요한복음 6장에 ‘하나님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라고 말씀하시잖아요. 주님 없는 열심을 가졌던 제가 이제는 그 말씀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요.” [복음기도신문]

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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