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62)
1년간 단기선교사로 열방을 섬기게 되었습니다. 부름 받아 간 그곳은 드러내놓고 복음을 전하기 어려운 공산국가였습니다. 황량하고 황폐한 그 나라는 소망 없는 그때의 제 모습과 너무 닮아있었습니다.
나 자신에게 절망할 때면 ‘정말 주님이 날 부르신 걸까?’ 의심할 때도 있었습니다. 어려운 상황 앞에서 나를 부르신 주님을 믿는 믿음은 사라지고 주님의 부르심이 흔들렸습니다. 주님은 그런 저를 아시고 작정이라도 하신 듯 삶 속에서 서서히 저의 믿음을 다루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주님은 지체와의 관계의 문제를 통해서 저를 복음 앞에 세워주셨습니다. 나와 너무 다른 지체의 모습. 지체와 부딪힐 때마다 나로서는 도저히 지체를 사랑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런 곳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부르심을 저버리고도 싶었습니다. 주님을 사랑한다며 고백하고 따라간 걸음이었는데, 주님을 사랑할 수 없는 제 자신이 발견되는 게 너무 부끄러워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때 주님이 제게 찾아오셨습니다. ‘그 누구에게 인정받지 못해도, 아무것도 없어도 주님이면 충분하니?’ 그 질문 앞에 서보니 그동안 제가 무너지고 넘어졌던 모든 원인은 인정받지 못해서, 사랑받지 못해서,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은 그런 저의 존재를 십자가에 죽음으로 넘기게 하시고, 주님만 전부되게 하시는 은혜를 허락해 주셨습니다.
1년의 단기선교를 마치고 다시 한국에 돌아온 지 몇 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땅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제 주님은 어디로 나를 부르시는 걸까? 주님께 물었습니다.
“예수께서 또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요 20:21)
주님께서 다시 그 곳으로 불러주셨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갈 자격이 제게는 전혀 없습니다. 오직 부르신 주님이 제가 나갈 자격이 되십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다 무너진 그때에도 저를 포기하지 않으신 주님의 사랑 때문에 제가 지금 여기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사 그 아들을 보내주신 것처럼, 질그릇 같은 나를 그 땅 가운데 보내시고 내가 깨어질 때 보배 되신 주님의 생명만이 드러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주님 오시는 그 날에 기쁨으로 함께 일어설 그 땅의 영혼들을 믿음으로 바라봅니다.
이유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