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55)
얼마 전 저는 1년 동안 단기 선교를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그리스도인은 많이 있지만 드러내놓고 복음을 전하기 어려운 공산국가였습니다. 황량하고 황폐한 그 나라는 소망 없는 그때의 내 모습과 너무 닮아있었습니다.
나 자신의 모습에 절망할 때면 ‘정말 주님이 날 부르신 걸까?’라며 의심할 때도 잦았습니다. 어려운 상황이 닥치기만 하면 믿음은 사라지고 흔들리는 나를 주님은 작정이라도 하신 듯 삶 속에서 서서히 만나주셨습니다.
함께 팀을 이뤄 나갔던 지체는 나와 너무 달랐습니다. 지체와 부딪힐 때마다 나로서는 도저히 지체를 사랑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었습니다.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 앞에서 주님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곳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부르심을 저버리고도 싶었습니다. 주님을 사랑한다며 고백하고 따라간 걸음이었는데, 주님을 사랑할 수 없는 내 자신만 발견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이 너무 부끄러워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때 주님이 내게 찾아오셨습니다. 그 누구에게 인정받지 못해도, 아무것도 없어도 주님 한 분만으로 충분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습니다. 그동안 내가 무너지고 넘어졌던 모든 원인은 내가 인정받지 못해서, 사랑받지 못해서,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였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주님은 그렇게 나를 십자가로 초대하시며 주님만 전부되게 하시는 은혜를 허락해 주셨습니다. 이후의 모든 시간은 내가 드러나지 않고 오직 주님만 드러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 충분히 알게 하시는 시간이었습니다.
1년의 단기선교를 마치고 다시 한국에 돌아온 지 몇 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땅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제 주님은 어디로 나를 부르시는 걸까? 주님께 물었습니다.
“예수께서 또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요 20:21)
이 말씀으로 주님께서 다시 그 곳으로 불러주셨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갈 자격이 제게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의 사랑 때문에 이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음을 말씀해 주셨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다 무너진 그때에도 포기할 수 없으신 주님 사랑 때문에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사 하나님의 아들을 보내주신 것처럼, 질그릇 같은 나를 그 땅 가운데 보내시고 내가 깨어져 보배 되신 주님의 생명만이 드러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주님 다시 오시는 그 날에 기쁨으로 함께 일어설 그 땅의 영혼들을 믿음으로 바라봅니다.
이유현